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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Mar 15. 2023

하루 만에 다 본 '더 글로리'

스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어제 하루 만에 더 글로리 파트 1,2를 다 봤다.


앞서 쓴 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매주 기다려야 하고 심지어 길기까지 한 드라마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에서 아무리 재미있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좀처럼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정말 보고 싶어서 매주매주 힘들게 기다리며 본 마지막 드라마가 비밀의 숲(2 아님)일 정도다.


그나마 넷플릭스 드라마는 한 번에 공개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최근 웬즈데이도 너무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 수리남도 후루룩 하루 만에 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더 글로리를 하루 만에 다 봤다.

파트 1, 2로 나뉜 바람에 파트 1이라는 부제가 붙을 때부터 전혀 볼 마음이 없었고,

전설의 “나 너 좋아하냐”라는 대사가 내 두 귀로 흘려들어온 순간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다시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했다.


내 개인적인 다짐과는 무관하게,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션샤인까지 (중간에 ‘더 킹: 영원의 군주’라는 드라마는 한 줄도 몰랐지만..)

온갖 짤과 수많은 대사는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은 나까지 모르는 내용이 없을 정도긴 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김태리 배우가 나왔음에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 글로리가 말 그대로 난리였다.

이번에도 사실 볼 마음은 없었는데,

마찬가지로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오랜 세월 불면증과 함께 살아왔다 보니 오늘은 못 자겠구나 하는 날이 있는데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고, 그래서 더 글로리로 한 번 밤을 새볼까 하는 마음이 생겨서 충동적으로 그렇게 보게 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재미있었다.

조금도 지겹지 않았고, 왓챠피디아에는 3점을 줬다.

(5점 만점이지만.. 2.5 이상부터는 나름 재미있게 봤다는 뜻이다.)


여전히 김은숙 작가는 멜로를 가장 잘 썼고,

후킹 하는 대사는 숨 쉬듯 뿜어내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이 작가가 가장 잘 쓰는 스타일의 대사가 여전히 내게는 잔기술 같이 느껴져서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와는 거리가 꽤 멀었다.


고등학교 씬만 도려내면, 로맨틱코미디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악역도 전부 개그캐로 보였던 것도 아쉬웠고…

극 후반부에 주여정이 문동은에게 한

“지금 날 떠나면 사랑이죠, 복수가 아니라…”라는 말은

“지금 이렇게 끝나면 로맨스죠, 복수극이 아니라…”로 들릴 수밖에 없던 엔딩도 아쉬웠다.

(키스 타이밍도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더 글로리의 내 한줄평은

‘서로의 지옥에서 서로를 구하는 사랑이야기’였다.


그래서 아쉬웠다.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이 도구로만 쓸모를 다하고 사라진 것 같아서…


다행히, 나는 선생님을 제외하면 누군가에게 맞아본 경험조차 없다.(심지어 군대에서도…)

(물론, 학교선생님(심지어 학원선생님에게도..)에게 어떻게 맞았는지를 이야기하면, 지금은 모두가 놀랄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서, 일상에서 행해지는 학교폭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은 매체를 통해서만 접한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와 가정에서,

가장 폭력을 행해서는 안될 선생님, 친구, 가족, 연인에게서… 가해지는 폭력은 그래서 더 마음 아프다.


최근 곽튜브로 알려진 곽준빈 씨가 유퀴즈에서 학폭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 역시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가해자들은 많고, 피해자들은 극소수예요. 학교폭력 당했다고 하면 보통 원인을 당한 사람한테 찾거든요.

우리 학교는 폭력 없는데 이러는데… 사실은 관심이 없는 거예요. 폭력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 역시 피해자가 되기 전에는 방관자였다.

아마 나도 돌이켜보면 방관자 혹은 가해자였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키가 컸던 덕분에 늘 교실 뒤에 앉았는데,

그 당시 주변에 앉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내가 내뱉은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됐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된 것이 아쉬웠다.


각자의 지옥에서 힘들어하던 두 남녀주인공이

서로의 지옥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가 되는 것에는 불만이 있다기보다는

결국엔 나처럼 다수의 사람들에게 사랑이야기로만 기억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행해지고 있을 폭력이

‘더 글로리’로 인해서 단 한 명의 가해자에게라도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줄 순 없었을까 기대한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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