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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2. 클라라와 Yang(陽)

클라라와 태양(가즈오 이시구로) & 애프터양(코고나다)

영화는 기대보다 좋았고,

책은 기대보다 별로였다.


인간미 없어 보이는 인간과

인간보다 애정이 갈 수밖에 없게 그려지는 AI 캐릭터의 설정은 워낙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보니,

이번 책과 영화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느낌까지는 받지 못했지만

결국, '인간중심'으로 밖에 볼 수 없는 한계를 조금 더 절감하게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인간은

Artificial Friend가 필요하고, (클라라와 태양)

Artificial Family가 필요하다.(애프터 양)


人間 :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를 뜻하는 한자어가 미래에는 이렇게 활용되는구나.


그리고,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존재하게 된 AF는

인간의 필요가 제거되면, 함께 제거된다.


이런 인간중심의 발상으로 만들어지는 설정 자체는 워낙 흔하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양과 클라라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기는 것 역시 나조차 인간이기 때문에 우월감이 빚어낸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지점을 영화와 책 모두 건드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양은 과연 불행했을까?

결국 버려진 클라라의 마음은 어땠을까?


알파 기억 속 양은 슬픔을 리셋하지 못한 채, 베타 기억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슬픔이 서려있던 것으로 추측됐지만

감마 기억 속 양은 미카의 성장을 끝까지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누구보다 인간다운 마지막과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미카 역시 성장한 뒤에는 양에게 지금과 같은 애정을 쏟을 리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양의 엔딩이 그렇게 나쁘지 않게 보인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클라라는

처음에는 조시의 선택에 의해,

후반부에는 조시 엄마의 욕심에 의해,

본인의 (누구보다 이기적인 인간에 의해 주어진) 소명을 마땅히 모두 훌륭하게 수행한 이후 버려지지만,

다시 만난 매니저를 순수하게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유지한 순수성이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는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을지 몰라도,

그것 역시 인간이라서 갖는 주제넘은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 역시 인간이다 보니,

책 속 등장인물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인간보다는 사람다움'에 기초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뒤늦게라도 양의 기억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양에게 그리움을 느낄 것으로 묘사됐던 제이크와 키라처럼

조시의 엄마와 조시는 최소한의 죄책감 정도는 갖고 살길 바라본다.



덧)

코고나다 특유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지루한 연출과 나와 맞지 않는 리듬감 때문에

앞으로 코고나다의 영화는 무조건 영화관에서 봐야 내가 딴짓하지 않고 집중하고 보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지만,

오프닝의 '댄스 시퀀스'와 반복적으로 사용된 음악 '글라이드'만큼은 오래 마음에 남을 것이라는 확신 역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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