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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5. 누구나 죽고, 누군가는 남겨진다

죽은 자의 집청소(김완) & 우아한 거짓말(이한)

내 트레바리 클럽의 첫 영화가 죽음을 맞이한 뒤, 살아있을 때 단 한 가지 기억만을 안고 떠나는 '원더풀 라이프'를 다뤘는데, 마지막 영화는 천지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우아한 거짓말'로 마무리된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선택했던 '원더풀 라이프'와

투표에 의해 선정된 책의 줄거리만 보고, 처음 떠오른 영화였던 '우아한 거짓말'


원더풀 라이프 속 설정이 천지에게도 적용된다면,

천지는 어떤 기억을 안고 떠났을까?


남겨진 사람들을 모두 용서한 천지


사실, '우아한 거짓말' 같은 대놓고 눈물 빼는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평소 잘 챙겨보던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룬 뒤,

김향기 배우에 이끌려 본 영화였고, 영화를 다 본 뒤에 가장 큰 잔상 역시 천지이자 김향기 배우였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리고, 종교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 죽음을 끝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 끝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죽음 이후 남겨진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한 소재로 다뤄지기도 하고, 누구나 겪거나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주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책의 저자와 같이 누군가의 죽음을 일로 마주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죽음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저자가 마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다.

우아한 거짓말의 천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책의 저자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었을지를 상상해 본다.


천지의 죽음 이후, 천지의 엄마와 언니는 천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 헤맨다.


인간으로 살면서, 마지막으로 원했던 것이 죽음이었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능력 따위 내겐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들었다.


살아 있을 때, 그들의 이야기는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거나, 공감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그들의 집을 청소하면서 상상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야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사실은 참 서늘하다.

하지만, 흔히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한들, 모든 자식이 부모님이 떠난 뒤에 후회하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늘 후회하고, 똑같은 실수도 계속 반복한다.

그렇게 죽고, 또 그 죽음 뒤에 누군가는 계속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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