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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6. 내 나름의 월든

숲속의 자본주의자(박혜윤) & 캡틴 판타스틱(매트 로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두 가지가 있다.

“하고 싶은 거 해서 좋아?” 와

“장사는 좀 돼?”(먹고 살 정도는 되는 거야? 와 같은 걱정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내 대답은 같다.

“너무 좋고, 망하고 있어”


망해보려고 시작한 일이어서, 타격은 없고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뽀로로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예상과 달랐던 점 하나.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며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고,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물어보시고 간 손님이었는데 DM으로 조금 더 질문과 대답이 오간 다음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말까지 듣게 됐다.


내가 좋아서 만든 공간이고,

내가 놀려고 만든 공간이었는데

그저 내가 만든 공간이 누군가에게도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긴 했지만,

기대치도 않게 블로그 리뷰나 영수증 리뷰를 올려주시는 분들의 글로도 충분히 고마웠는데..

누군가에 용기가 되는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지인들이야 어떻게든 이 공간 알려주느라

열심히 인스타 스토리나 피드에 올려주기도 하고

누구 소개로 왔다는 인사를 하는 분들도 계시긴 했지만..

확실히 내 예상보다는 빠르게 이 공간을 (아무런 이해관계나 친분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


벌어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고, 지금보다 더 빨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혜윤 작가처럼은 아니지만,

나만의 완전한 삶은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돈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은 (아직은 건강하니깐) 뭐라도 하면서 벌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가게가 망하는 게 내 인생에 얼마나 큰 마이너스가 될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오히려, 지금까지 누린 행복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은 느낌이기도 하다.


다만, 계속 이러다가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날 걱정하는 일)이 발생할 것 같아서 노는 비중을 줄여보려고는 한다. 이제 반년 정도 된 나만의 월든이 언제까지 잘 버텨줄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후회되지 않을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온전히 지면 된다.


다만, 내게 벤과 박혜윤 작가처럼 가족이 있다면 이런 선택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인생 하나 잘못되는 것은 내가 감당하면 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벤과 박혜윤 작가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벤과 같은 능력도 없고, 벤이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도 알겠고, 그래서 너무나도 훌륭하게 자녀들을 키운 것도 알겠지만, 벤의 생각과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박혜윤 작가 역시, 박혜윤 작가를 통해서 듣는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남편과 아이들이 써 내려갈 이야기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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