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각본(정서경, 박찬욱) &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헤어질 결심'을 세 번 봤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남자인 해준의 시선을 따라갔고,
다시 볼 때에는 결말을 알아서 그런지 서래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한 번도 이 제목을 외운 적이 없었는데 유효기간이 얼마나 유지될진 모르지만 지금은 외우고 있다.)
약속시간이 붕 떠서 근처 영화관에서 가장 빨리 상영하는 영화를 보려고 했다가 보게 된 영화였다.
신파는 질색이고, 노골적으로 눈물 빼는 영화 역시 취향은 아니라서 피하는 편인데..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영화관에 앉아있다가 정말 말 그대로 무방비로 당했다.
흘린 눈물양으로만 따지면,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됐을 때, 첫 장면 '에미'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냥 껐다.
영화의 설정이 드러난 순간부터는 '에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감정이 한 번에 몰려와서 슬펐다면,
모든 결말을 안 뒤에 다시 보게 되니, 첫 장면부터 슬프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공통점 외에는
두 영화의 공통점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트레바리 클럽'을 비롯해서 워낙 많이 다룬 '헤어질 결심'을 영화로 또 다루기보다는
조금 더 새로운 방향으로 트레바리 클럽을 꾸미고 싶었다.
헤어질 결심을 워낙 좋아해서, 각본집 역시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매하고
헤어질 결심을 이미 두 차례 본 뒤에 읽은 각본집은
영화를 두 번은 더 본 것 같이 만들어줬고,
영화를 한번 더 보고 싶게 만들어줬다.
그 누구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특정 인물에게만 몰입이 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나처럼 모든 인물에게 각자 이해할만한 포인트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