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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Sep 20. 2022

EP 2. 가오픈

부제 : 선물 사절

계속 연락하며 지내던 지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Book Bar 준비과정도 공유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내가 이런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청첩장 돌릴 일이었으면, 일일이 연락을 돌려야 했겠지만

그 정도 일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소식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잘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럴 땐 유용하기 그지없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친분의 문제를 떠나서 우연히라도 최근까지 안부를 묻고 지낸 분들에게는 소식을 전해서 알고 계시겠지만 Book Bar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제가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건너 건너 소식이 전해진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직접 전달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1년에 한 번씩 이직하던 애가 

XX만큼은 1년에 한 번씩 퇴사 면담 꼬박꼬박 하면서도 그나마 가장 잘 적응하고 다녔고, 퇴사 면담도 4년차부터는 하지 않았으니, 정말 말 그대로 딱히 별생각 없이 잘 다녔는데 아무래도 마흔이 가까워진 시점에 이르러서 고민이 커지긴 했습니다.


XX도 일이 좋다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던 덕분에 오래 다녔기 때문에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현타가 온지는 오래되기도 했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한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결론에 반복해서 도달하면서 결국 나도 은퇴 후 치킨집을 차릴 운명이라면(치킨집 사장님 비하 절대 아님.. 그냥 대명사 같은 느낌이라 사용한 것)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내가 해보고 싶은걸 해보고 망해야 빨리 일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책을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에 가깝지만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을 2년 넘게 해오기도 했고, 술을 엄청 싫어하지만(소주 극혐) 잔술로 파는 것이 가능한 위스키에 대해 알아보니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했고 관리하는 것도 쉬웠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책과 내가 싫어하는 술을 합친 "Book Bar"라는 혼종이 탄생했습니다.


최대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최대한 내가 하기 어려운 것들을 배제한 결과였기 때문에 다양한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지만 음식은 전혀 만들지 않을 예정이고, 소음이 발생하는 셰이킹이 필요한 칵테일 대신 그냥 쌓고 젓는 것으로만 제조 가능한 칵테일(하이볼, 진토닉 포함) 7-8종 정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25종)


술을 드시지 않는 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료는 오랑오랑 드립백 4종, 오설록 프리미엄 티백 8종, meito 밀크티 등이 있습니다.


자영업 경험도 없다 보니, 1개월 정도는 가오픈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당분간 지인들에게만 오픈할 예정이고 정식 오픈 이후에는 지인분들이 오셔도 저랑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운영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book bar나 book cafe도 여럿 다녀봤지만 개인적으로 칵테일 제조하는 소리나 커피머신 소리가 싫었던 만큼 지인들이 왔다고 제가 떠드는 것도 말이 안되기 때문에 이 점은 지인분들에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10년 넘게 광고와 마케팅, 브랜딩만 하면서 남이 시킨 일만 하다가 제가 하고 싶었고 제 욕심으로만 채우다 보니 꽤 많이 신이 납니다.


그래서, 누가 시켰으면 귀찮아서 하기 싫었을 다양한 짓들을 해봤습니다.

가게 상호와 로고도 직접 만들어봤고, 메뉴판은 책으로도 만들어봤고, 로고를 활용해서 북마크도 만들어봤고, 인테리어부터 모든 소품에 제 취향을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물론, 북바에 올만한 타겟에 가장 가까운 지인들의 의견과 도움도 최대한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음 가게를 해보는 것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고 미숙한 것도 많을 테지만 일단 처음에는 제 고집대로 밀어붙이려고 합니다.


회전율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의자도 최대한 오래 앉아도 불편하지 않을 의자로 직접 하나하나 앉아보면서 골랐고, 오래 앉는 만큼 매출도 올려주시면 당연히 좋겠지만 술 한잔 시키고 영업 종료시간까지 계속 계셔도 전 좋을 것 같습니다.


돈 많이 버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지 모르겠지만, 이 나이 먹도록 철이 덜 든건지 제가 만든 공간에서 최대한 많이 있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강조하고 싶어서 마지막 이미지로도 넣었는데 뭐 필요하냐, 화환이나 화분 보내줄까?라는 질문해주신 분들이 고맙게도 꽤 많았는데 마음은 매우 감사하지만... 화환이나 화분은 절대 선물하지 말아 주세요. (진심으로, 반송할 생각입니다.)

금전수, 돈 들어오는 동물 피규어? 그림? 식물? 모두... 마음만 받을게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식물은 잘 키울 자신이 없고

동물피규어나 동물그림은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 않으면

매장 안에 비치하지도 못할 텐데 그럼 또 더 죄송할테니깐요..


그냥 와서 매출 올려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함께 덧붙인 이미지는 아래 이미지였다.

이런 유난을 떨었음에도 불구하고, 빈 손으로 찾아오는 것을 견딜 수 없던 지인이 몇몇 있었고

마지못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준비하면서 분에 넘치는 응원을 받았다.


구구절절 선물 절대 사 오지 말라고 한 이유가

단순히 신세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만은 아니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분들이 많아서였다.


여전히 감사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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