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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뮨 Sep 05. 2017

장내 세균을 잘 관리하는 비법 (2 of 2)

유화제, 우리 몸 곳곳의 세균, 그리고 세균과 접하며 살아가기 

지난 포스트에서는 장내 세균이 우리 면역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정 종의 세균이 장내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면역 활성 세포도, 면역 억제 세포도 만들어질 수 있고, 이들을 통해 ‘면역 강화-균형 있는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는 개념과 그 근간이 되는 지식들에 대해 배워봤다. (균형 잡힌 면역력을 갖는 비법)
 
이번에는 세포 수준을 넘어서서 (?), 조금 더 실생활에 응용이 되는 지식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볼까 한다. 여전히 기초 과학적인 발견들에 기반을 둔 지식들이라서 인삼, 마늘이 면역 강화에 좋나요? 같은 질문에는 직접적인 대답이 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기초 과학으로 배운 지식들은 이런 판단의 기본을 알려주는 것으로, 잘만 습득한다면 말초적인 답변들보다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4. 아이스크림, 초콜릿의 지나친 섭취는 왜 몸에 해로울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 아이스크림, 초콜릿에 많이 들어가는 지나친 당분 (Carbohydrate)도 문제이지만, 한 연구 (참고 1)에 의하면 그 안에 포함된 ‘유화제(emulsifier)’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유화제는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대량 생산하는 수많은 가공 시제품에 사용되고 있으며, 물과 기름 성분이 잘 섞이도록 도와주는 식품 첨가물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유화제가 우리 장에 도착하면 장을 보호하는 점액(mucus) 역시 부수어 장 세균의 구성을 바꾸게 되고, 그로 인해 장내 면역 균형이 부서져 크론병 (Crohn's disease) 등 장내 염증 질환 (Inflammatory bowel disease)을 일으키게 된다. 다만,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의 한계가 있다면 쥐가 섭취하는 모든 물에 유화제를 넣어 그 결과를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이는 유화제를 포함하고 있는 식품의 ‘지나친’ 섭취를 모델로 했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가 이들 제품들만 먹으며 살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적당량, 이를테면 디저트 정도, 의 섭취도 문제가 될 수 있을지는 이 연구로 대답할 수 없다.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등의 매력(?)을 생각해볼 때, 건강한 식사 뒤에 조금씩 즐겨주는 디저트는 삶의 활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스크림, 초콜릿 외에도 수많은 시제품들이 유화제를 사용하고 있고 유화제의 지나친 섭취가 장을 통해 면역계에 이상을 야기한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하겠다.


5. 장뿐만 아니라 피부 (skin), 폐 (lungs), 구강 (oral cavity), 그리고 생식기 (Urogenital organ) 에도 공생 세균이 존재한다 (그림 1).


그림 1. 다양한 조직들에 존재하는 공생균들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그림 (출처: 참고 2)


우리는 세균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우리 몸이 외부와 닿는 모든 곳에는 세균이 공생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이들 (피부, 폐, 구강, 생식기)에 존재하는 세균들은 장에 존재하는 세균과 그 종류가 다르며, 나아가 각 기관 별로 다른 류의 공생 세균이 살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림 1과 참고 2). 

연장선 상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던 사실 중 하나는 땀냄새는 땀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그곳에 번식한 세균들이 배출하는 물질에서 나는 냄새라는 것이다. 


이들 각각의 조직에서 공생균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고, 특별히 우리 몸 깊숙이 존재하는 폐에 존재하는 공생균들이 중요한 면역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피부, 구강 등 다른 조직에서도 공생균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몸과 공생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우리 몸 관리의 상당 부분이 사실 공생균 관리를 잘하는 일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6.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천식, 알레르기가 적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단지 시골에 살면 되는 걸까?


최근 더 재밌는 연구가 있었는데 미국 시골에 사는 사람 중 기계를 통해 농사, 가축을 키우는 공동체 (Hutterite)와 시골에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농사, 가축을 키우는 공동체(Amish)를 비교해보니 똑같이 시골에 살아도 기계의 도움 없이 직접 손으로 농사,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이 무려 각각 4배, 6배나 천식, 알레르기 발병 비율이 적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참고 3). 이들 두 집단의 비교가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두 집단이 모두 시골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며, 유전적, 문화적으로도 매우 유사한 집단이지만, 신념상의 이유로 기계를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가만 차이를 보이는 두 집단이라는 점이다.


이들 각 집단에서 추출한 공생균들을 알레르기가 있는 쥐에 이식하여 본 결과 Amish 공동체에서 얻은 장내 세균은 쥐의 알레르기를 억제했지만 Hutterite 공동체에서 얻은 장내 세균은 알레르기를 억제하지 못하였다. 단순히 시골에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직접 땅과 접하고 가축들에 노출되느냐, 즉 세균들과 접촉했느냐가, 알레르기 억제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두 집단은 혈액에 존재하는 항세균성 물질은 물론, 면역계 구성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정확한 기작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이지만, 실험동물이 아닌 사람들에게서 보고된 흥미로운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직접 농사, 가축을 키우는 공동체에서 기계를 통해 농사, 가축 키우는 공동체보다 영유아 사망률이 다소 나마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세균에 대한 노출이 알레르기를 낮춰주지만, 아직 면역계가 안정화되지 않은 영유아에겐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기억해야 하겠다




참고 1. 

Dietary emulsifiers impact the mouse gut microbiota promoting colitis and metabolic syndrome


참고 2.

Structure, function and diversity of the healthy human microbiome


참고 3.

Innate Immunity and Asthma Risk in Amish and Hutterite Farm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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