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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뮨 Jun 05. 2017

균형 잡힌 면역력을 갖는 비법

면역 균형과 장내 세균

면역은 ‘활성화’가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면역 ‘억제’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었다 ('면역 강화'에 대한 고찰-첫 번째 이야기 참고). 요약하자면, 우리 몸은 면역 ‘강화’보다는 때에 따라 활성과 억제를 유도해낼 수 있는 탄력적인 면역 ‘균형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면역 활동을 적과 대치하고 적시에 전쟁을 치러야 하는 군사 활동과 비교할 때, 우리 군을 전쟁에서 더 잘 싸울 수 있는 군대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비법이 있다면 바로 ‘훈련’ 일 것이다. 우리 면역계도 훈련을 통해 더 나은 면역계가 될  수 있다. 지름길은 없을까?  ‘예방주사 (백신, Vaccine)’가 지름길로 생각될 수 있겠다. 예상되는 적에 대한 맞춤형 모의 훈련을 통해 닥쳐올 병원균 (Pathogen) 과의 실전에서 이기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백신의 역사와 유용성, 그리고 논란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큰 주제로 써볼 계획이다.). 하지만 모든 병원균에 대해 백신을 맞는 것은 불가능하며, 면역 억제를 유도하는 백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면역 활성과 면역 억제 모두를 훈련시키면서 우리의 면역 균형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없는 것일까?  


과학자로서 의학적 조언을 원하시는 독자들 앞에 서는 게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최근의 과학적 지식들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본다. (적절한 ‘치료’는 반드시 의사분에게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림 1. 우리 몸과 장 (https://www.nicabm.com/can-trauma-be-a-factor-in-ibs/ 에서 발췌)

소화기관인 '장 (Intestine)'(그림 1)은 특별한 공간이다. 첫째, 장은 엄청난 표면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하여 표면적을 최대한 넓히는 미세 용모 (Microvilli) 구조 구성되어 있어서, 한 개인의 장의 표면적은 테니스 코트 면적의 넓이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장 내부는 우리 몸의 외부라는 점이다. 입에서 항문까지 이르는 소화기관은 피부와의 연장선 상에서 몸의 외부에 노출된 장기이다 (장은 우리 몸 깊숙이 존재하지만, 음식물이 지나가는 장의 통로는 위상학적으로 몸의 외부이다.). 마지막으로, 이 몸의 ‘외부’ 부분에 해당하는 장에는 ‘음식물’과 함께 어마어마한 규모의 ‘장내 세균(Microbiome)’이 존재한다 (그림 2). 이 세균의 양은 무게로는 1~2 kg에 이르고, 세포 수로는 우리 몸 세포 수의 10 배, 세균의 종도 다양하여 약 1000 여종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 2. 장내 세균 (STEVE GSCHMEISSNER/SPL에서 발췌)

이러한 이유로 장은 '소화기관' 일 뿐만 아니라 최근 둘도 없이 중요한 '면역기관'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 면역계의 약 50 %가 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장내 세균이 바로 장을 면역 기관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요구르트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러시아 과학자 메치니코프 (Metchnikoff)는 100여 년 전에 유산균 섭취를 통해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었고 (세균(bacteria)이 몸에 이로울 수 있다는 최초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장내 세균을 모두 제거한 쥐(germ-free mice)를 만들어보았더니 병원균 감염 위험이 증가할 뿐 아니라, 알레르기 등 자가 면역 질환 역시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내 세균을 없앴더니 앞서 말한 면역 균형력이 활성과 억제, 양쪽 측면 모두에서 엉망이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장내 세균들이 우리 몸의 면역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보여준다.



장내 세균에 대한 연구는 최근 급격하게 발전하게 된 이유가 재밌다. 메치니코프가 100년 전에 주장했듯이, 기존에도 장내 세균이 중요할 거라는 생각을 한 사람은 많았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이를 제대로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장내에 어떤 세균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방법은 변 (feces) 혹은 장내 물질을 꺼내 일정기간 배지에 배양 (colony culture) 한 후 자라난 균들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한계는 장내 세균은 무산소성 세균 (Anaerobic bacteria)들이 많은데 이들을 잘 자라게 하는 배양법이 제대로 된 것이 없었고, 실시간으로 장내 세균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장 밖에서 배양된 균들을 몇 시간 후에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배양되는 균’이 ‘장에 많은 균’으로 해석되는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지에서 잘 자라는 죄밖에 없는 소위 ‘대장균 (E. coli)’만 그 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에 있는 ‘나쁜 균’으로 욕먹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각설하고, 지지부진하던 장내 세균 연구가 최근 급격한 발전을 한 원인은 바로 장내 세균의 유전자 실시간 서열 분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배양할 필요 없이 장속 물질을 꺼내서 바로 유전자 서열 분석을 해버리고 미생물의 16s rRNA 서열 비교로 장내 미생물의 종과 그 양을 분석하게 됨으로써 기존의 여러 한계들을 넘어서 거의 완벽한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제 장내 세균 ‘배양’에 의한 한계는 완벽히 사라진 셈이다. 기술이 과학 그리고 인류의 지식을 진보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최근 연구에서는, 세균 한 종, 한 종이 직접적으로 각각 한 종의 면역 활성 T세포 혹은 

면역 억제 T 세포를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고 문헌 1, 2, and 3).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장내에 어떤 종의 세균이 있느냐가 내 몸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장내 세균들이 면역 활성뿐 아니라 면역 억제 양쪽 모두 훈련시키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우리가 장내 세균 조절을 통해 면역 활성과 억제 T 세포들을 모두를 ‘훈련’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에 이른 첫 논문이 또 재미있다. 미국 NYU의 Dan Littman 그룹의 한 연구자가 유명한 한 쥐 사육장에서 산 쥐의 장에는 특정 면역 활성 T세포 (Th17이라고 부르는 종류의 면역 활성 T세포, 추가 설명은 차후에)가 매우 잘 발견되는데, 다른 곳에 위치한 또 다른 유명한 쥐 사육장으로부터 쥐를 샀더니 그곳에서 산 쥐의 장에서는 이 면역 활성 T세포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걸 확인하게 된다. 유전적으로 동일하고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두 쥐에서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두 쥐를 같은 우리에 넣고 일정기간 사육하였더니, 두 쥐 모두의 장에서 이 면역 활성 T 세포가 발견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참고 문헌 1). 이것이 장내 세균에 의한 것이라고 가설을 세운 연구자는 이어진 연구에서 두 쥐의 장내 세균을 앞서 말한 유전자 실시간 서열 방법을 통해 각각 조사하였고, 첫 번째 언급한 사육장에서 온 쥐에서는 많이 발견되고, 두 번째 언급된 사육장에서 온 쥐의 장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한 종류의 세균 (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을 동정하게 된다 (참고 문헌 2, 그림 3). 이 세균만 분리하여 두 번째 사육장에서 온 쥐의 장에 넣어줬더니 이 쥐의 장에서도 이 면역 활성 T세포가 나타나게 됨을 확인하여, 이 세균 한 종 이 면역 활성 T 세포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그림 3.  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의 현미경 사진 (참고 문헌 2에서 발췌)


장내 세균을 통한 면역 세포 훈련을 통해 우리 면역계를 기른다는 주장을 직접적으로 펼치기에는 물론 장에서 유도된 (훈련된) 면역 활성, 억제 T 세포들이 신체의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여 적절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 질문에 대해서 제한적이지만 몇몇 긍정적인 연구 결과들이 보고 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병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를 통해 최소한 우리 몸의 면역계 50%, 그리고 테니스코트 만한 면적에 에 해당하는 장에서 일어나는 면역 반응에 대한 훈련은 시킬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장내 세균은 어떻게 특정 면역 T 세포를 유도할까? 흥미롭게도 장내 세균이 배출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 (short chain fatty acid-시큼한 냄새가 나는 산들, 개미산 (formic acid), 식초에 쓰이는 아세트산 (acetic acid), 프로피온 산(propionic acid), 낙산 (butyric acid)) 들이 바로 면역 억제 T 세포를 유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고 문헌 4). 장내 세균이 하나도 없는 쥐의 장에 이 짧은 사슬 지방산만 넣어도 장에서 면역 억제 T 세포 가 유도되고 알레르기를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초를 직접 마시는 마시는 것이 몸에 좋은지는 여러모로 회의적이지만 (내 위에 산을 붓는 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겠다), 흥미 유발을 위해 과대망상해보면 식초 혹은 Red초를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속설은 어쩌면 이런 식초의 면역 억제 기능을 통한 피부 염증 완화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장내 세균은 어떻게 잘 관리할까? 영 안 좋으면 넣어주기도 한다. 변이식(fecal transplantation)이라고 건강한 사람의 변을 장에 염증이 있는 자가 면역 질환 (Crohn's disease) 환자에게 넣어줬더니 상태가 매우 호전되더라는 연구가 있다 (임상을 거쳐, 실제 환자의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건강한 변을 가지고 있다는 증명만 되면 싸는 데로 돈 벌 수 있는 세상!). 이 치료법이 꺼림직한 분들을 위한 희소식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굳이 변을 넣어줄 필요 없다. 이미 1~2 kg이나 내 뱃속에 있다. 잘 키워주면 된다. 잘 키우는 방법은 좋은 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방법 (prebiotics)과 좋은 균을 직접 먹는 방법 (probiotics)이 있다. 이 부분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냉장고 밖에 내놔도 전혀 썩지 않게 만든 방부제가 많이 들어간 음식보다는 균이 많은 발효 식품 (김치, 된장, 요구르트, 치즈 등)이 유익하지 않을까? 오래된 채소보다 신선한 채소가 좋지 않을까? 정도만 생각해본다.


관련된 여러 재미있는 연구들과 그 시사하는 바에 대해 쓸 거리가 많이 있다. 한편으로 독자분들의 지나친 상상력에는 주의를 요해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저도 상상은 많이 합니다만, 주변에 권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기 전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합니다^^)  

이후 두 편 정도에 걸쳐 관련된 연구와 이야기들을 더 풀어보도록 하겠다. 


다음 글들:


장내 세균을 잘 관리하는 비법 1/2


장내 세균을 잘 관리하는 비법 2/2


참고 문헌


참고 문헌 1. Specific Microbiota Direct the Differentiation of IL-17-Producing T-Helper Cells in the Mucosa of the Small Intestine

http://www.cell.com/cell-host-microbe/abstract/S1931-3128(08)00305-3?%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1931312808003053%3Fshowall%3Dtrue


참고 문헌 2. Induction of Intestinal Th17 Cells by 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

http://www.cell.com/cell/abstract/S0092-8674(09)01248-3?%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092867409012483%3Fshowall%3Dtrue


참고 문헌 3. Induction of Colonic Regulatory T Cells by Indigenous Clostridium Species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31/6015/337.long


참고 문헌 4. The Microbial Metabolites, Short-Chain Fatty Acids, Regulate Colonic Treg Cell Homeostasis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41/6145/569.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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