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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뮨 Jun 25. 2017

장내세균을 잘 관리하는 비법 (1 of 2)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그리고 항생제

지난 포스트에서는 장내 세균이 우리 면역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정 종의 세균이 장내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면역 활성 세포도, 면역 억제 세포도 만들어질 수 있고, 이들을 통해 ‘면역 강화-균형 있는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는 개념과 그 근간이 되는 지식들에 대해 배워봤다. (균형 잡힌 면역력을 갖는 비법)
 
이번에는 세포 수준을 넘어서서 (?), 조금 더 실생활에 응용이 되는 지식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볼까 한다. 여전히 기초 과학적인 발견들에 기반을 둔 지식들이라서 인삼, 마늘이 면역 강화에 좋나요? 같은 질문에는 직접적인 대답이 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기초 과학으로 배운 지식들은 이런 판단의 기본을 알려주는 것으로, 잘만 습득한다면 말초적인 답변들보다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1. 장내 세균은 하루 안에도 계속적으로 변한다. 
오늘 장내 세균과 내일 장내 세균이 다르다. 장내 세균은 시간 단위로 변화하며 (대장균의 예를 들어봐도 약 20분이면 번식하여 두배가 된다. 지수 승으로 증식하므로 밥 먹는 시간 간격인 약 4시간 이면 1마리이던 대장균은 무려 4,096 마리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섭취하는 음식물에 따라 특정 장내 세균들은 번식하고 다른 세균들은 감소하면서 장내 세균의 조성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섭취하는 음식물을 육식 혹은 채식 일변도로 바꾸면서 장내 세균의 변화를 관찰한 연구가 있었다. 놀랍게도 식이 습관을 바꾼 지 무려 하루 만에 장내 세균에 급격한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다 (참고 1과 2). 장내 세균은 외부 변화에 의해 언제든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순간의 관리로 충분하지 않고 계속적인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혹은 어느 한순간 관리에 소홀했어도 언제든지 다시 좋은 상태로 만들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먹는 음식을 통해 장내 세균을 조종하는 접근 방식을 프리바이오틱스 (Prebiotics)라고 한다.
 


2. 요거트장내 세균 제품들은 도움이 될까
이와 달리 장내에 직접 세균을 넣어줌으로써 장내 세균을 조종하는 접근 방식을 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요거트가 있고, 이외에도 시중에 이미 많은 장내 세균 제품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먹으면 우리 면역력이 강해질까? 내 대답은 ‘그럴 수도’ 있다이다. 애매한 대답에 실망했더라도 설명을 들어보고 왜 그런 대답밖에 할 수 없는지 이해해 보았으면 한다. 

첫째, 평상시에 유산균이 우리 장에 존재하는 양은 미미하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16s RNA 서열 분석을 통한 최근 업데이트된 장내 세균 연구를 살펴보면 장 내에 유산균은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 1, Bacilli). 이들을 더 섭취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나머지 99%에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림 1. 정상 체중 (nw)과 비만 (ob)인 사람의 장내 세균을 비교 (출처: 참고 3) 


유산균은 젖산균 (lactic acid bacteria)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우유로부터 발효하여 만든 젖산을 생산하는 균들을 말한다. 대부분의 요거트가 이 방법으로 생산된다. 오래전부터 불가리아 사람들이나 그리스 사람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요거트를 만들어 먹었다. 메치니코프는 요거트의 유산균이 불가리아 사람들의 장수의 비결이라고 주장했었고, 이 주장이 장내 세균 연구의 시초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판 중인 요거트에 살아있는 유산균은 없다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요거트는 보통 유산균이 만든 발효산물+ 엄청난 양의 설탕) 유산균 섭취의 효과가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둘째, 장내 세균은 세균 공동체(Community)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 장 내에 1000여 종의 세균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들 세균은 장내에서 단독의 존재로 생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존재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한종의 균이 들어갔어도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 다른 균들 사이에서 경쟁하여 자리 잡고 잘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미 장내 세균이 풍부한 정상인의 장에서는 넣어준 균들이 자리 잡지 쉽지 않다. 또한, 내가 섭취한 세균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장내 세균 공동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중요하다. 내가 섭취한 세균은 무해한 균이어도 이 균이 들어감으로써 기존 장내 세균 공동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시중엔 다양한 종류의 요거트 특히나 장내 세균 제품들이 존재한다. 각자 여러 설명을 곁들이며 선전하지만 이들이 모두 테스트를 거쳐서 효과를 증명한 후에 시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바이오 제품의 기회와 위험성에 대한 정리된 글은 기회가 되면 차후에 별도로 써보겠지만, 적절한 시험을 통해 증명되지 않았다면 바이오 제품은 때에 따라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위험이 있고, 혹은 해롭진 않더라도 효과가 없어서 돈만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값이 비교적 싸고 안전성이 증명된 단순 요거트는 전자와 후자의 가능성은 비교적 적어 보이지만, 암암리에 시중에 판매되는 값비싼 장내 세균 제품들은 이런 이유로 아직은 조금 더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다.
  


어떤 장내 세균 제품이 좋은지 추천해달라는 분들이 많이 있다. 안타깝지만 시판 중인 장내 세균 제품 중 어떤 것이 좋은지 본인은 잘 알지 못해서 하나를 짚어 추천해줄 수가 없다. 열심히 살펴볼 필요를 못느끼는 이유는 과학자 입장에서 아주 획기적인 제품은 아직 귀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효능이 불분명한 '건강 보조 식품'인데 반해 보통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그래도 복용해 보고 싶다면 몇가지 기준을 제시줄 순 있다. '약'으로 복용을 고려하고 싶다면 첫째로 임상 시험등으로 안전성이 허가 받은 제품을 사용하길 권한다. 하지만 시중에 나온 장내세균 제품들은 대부분 '의약품' 즉 '약'이 아닌 '건강 보조 식품'으로 허가된 것들일 것이다. 즉,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진 않았지만  안전할 거고 효능이 확실하지 않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수준의 '식품'일 것이다. (그나마도 허가 받지 않은 제품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을 것 같다. 이들의 섭취는 위험할 수 있다) 둘째로 효과가 증명된 제품을 사용하길 권한다. '건강 보조 식품'에는 큰 효능을 바라면 안된다. 특히 이들 대부분 '얼마나 많은 균'이 들어있는지 장까지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를 강조하는데 이들은 무시해도 되고 정말 중요한 구입의 기준은 검증받은 실제 '치료 효과의 과학적 증거'가 있는가이다. (얼마나 많은 균이 있는지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는 판매자님 사정.. 그래서 치료 효과가 검증됐는지가 내 사정..) 요는 최소한 안전성에 대한 증거를 확인하고 구입하길 권하고, 다음 단계로 더 꼼꼼히 살펴본다면 효과에 대한 자료 혹은 인증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극적인 치료 효과를 위해 약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장내 세균은 김치, 된장, 청국장, 낫또, 치즈, 요거트 등 다양한 발효 식품을 통해서도 공급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probiotics와 더불어 prebiotics도 중요하다. 장내 세균의 공급과 더불어 자연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재료로 건강한 식사를 통해 장내 세균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신선한 집밥이 보약이다.


3. 항생제는 장내 세균도 죽인다. 

     그림 2. 다양한 항생제(Vancomycin, Metronidazole, Thurin CD)가 장내 세균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출처: 참고 4)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품이다. 항생제는 몸에 해로운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이들을 박멸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생제의 작용은 균을 구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나쁜 균뿐만 아니라 우리 장내 세균도 같은 기작으로 죽이게 된다 (그림 2와 참고 4). 장내 세균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활성, 억제 양 측면에서 강화시켜주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죽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 균형이 양 측면에서 모두 약화되게 된다. 장기적으로 더 우려스러운 점은 특정 장내 세균들이 항생제에 의해 우리 장 내에서 '전멸'되게 되면 다시 어떤 형태로든 외부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좋은 장내 세균들이 일상 생활하는 장소에 드물게 존재하는 세균인 경우 (rare item인 경우), 잃기는 쉬워도 다시 얻기는 힘들다. 항생제는 소중한 약품이지만 항생제 남용은 내성균을 진화시키는 문제 외에도, 장내 세균을 없애 항생제 복용자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있음을 기억해야 하겠다. 항생제는 꼭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고, 항생제 복용 이후 회복 과정에서는 장내 세균도 잘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한다.

장내 세균을 잘 관리하는 비법 2 편에 계속.. 


참고 1. Diet rapidly and reproducibly alters the human gut microbiome
 
참고 2. The Effect of Diet on the Human Gut Microbiome: A Metagenomic Analysis in Humanized Gnotobiotic Mice
 
참고 3. Human gut microbiota in obesity and after gastric bypass

                 

참고 4. The Impact of Antibiotics on the Gut Microbiota as Revealed by High Throughput DNA Sequen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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