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세일런이 ‘인생주식 10가지 황금법칙’에서 역설한 8번째 원칙은 ‘튼튼한 재무구조’다.
기업에 부채가 많으면 회사에 재투자하는 데 사용하기보다는 부채와 이자를 상환하는 데 쓰기 마련이다. 특히 경기민감형 기업들은 현재는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해도 결국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업의 이익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약세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채는 기업의 큰 약점이다. 때문에 퀄리티 성장투자자는 부채를 이용하는 기업을 경계해야 한다. 8번째 원칙이 튼튼한 재무구조인 것도 퀄리티 성장투자자가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을 극도로 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학설에 따르면 부채에는 세액 공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경우 기업의 법인세가 경감된다. 또 부채를 사용해서 추가로 조달한 자본을 통해 얻는 수익이 부채 비용을 초과한다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부채는 위험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리스크의 원천이다.
만약 금리가 상승하거나 경제가 나빠진다면 부채를 통해 얻던 이익은 기업의 건전한 재무구조를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부채를 통해 얻으려 했던 레버리지 효과는 이익의 가능성은 줄이고 손실의 가능성은 높인다. 금융의 역사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망한 기업들로 가득하다. 현명한 퀄리티 성장투자자라면 이러한 리스크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퀄리티 성장투자자가 부채를 위험한 것으로 보는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는 부채를 많이 진 기업은 다른 황금법칙들을 충족할 가능성이 낮다. 둘째, 부채는 기업의 가치에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재무상태표에 부채가 있으면 사업환경이 변화할 경우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부채를 이용해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려고 했던 기업 중 나쁜 사례로는 글렌코아를 들 수 있다. 글렌코아는 재원채굴 및 상품 거래 부문의 일인자였다. 그러나 사업모델은 항상 차입에 크게 의존해왔기에 2015년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자 상품 가격이 하락했고 주가도 따라서 급락했다.
부채가 많으면 기업이 재정적인 문제에 맞닥뜨렸을 경우 주주의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부채는 몇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가지는데 우선 해당 기업의 미래이익의 현재가치를 떨어뜨린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에는 자본이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해당 기업의 리스크가 확대되기 때문에 자본비용이 올라간다. 극단적으로 나쁜 경우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몰리게 된다.
부채가 과도할 경우 생기는 또 다른 부정적인 효과는 신용상태가 악화되면 주가의 PER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리스크를 감안하여 주가를 다시 책정한다. 예를 들어 해당 기업의 신용부도 스와프 거래가격을 추적 조사하여 그 기업의 예상 수명에 대한 내재 추정치를 산출해낸다.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 당시 제너럴일렉트릭의 내재 예상수명은 4년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어떤 기업이라고 해도 부채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모든 기업에는 운전자금이 필요하다. 부채와 관련해서 중요한 분석은 해당 기업의 이익과 현금 흐름 능력 대비 총 유효부채를 측정하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재무제표에 나타난 부채수치 만이 아니라 부동산 리스의무 같은 우발부채, 잠재 부채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확인한 총부채에서 현금 잔고를 제하면 순부채 수치가 나온다. 그리고 순부채를 해당 기업의 잉여현금흐름과 비교한다. 일반적으로는 해당 기업이 잉여현금흐름에서 순부채 총액을 상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 그 연수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상적인 수치는 0이거나 마이너스인 경우다. 이렇게 결과가 나온다면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가가 변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퀄리티 성장투자자에게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이란 어떤 환경이 닥쳐도 재무상태에 문제가 없는 기업이다. 기본적인 원칙은 간단하다. 부채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