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비누 공유 연맹 41

by 인디캣

A가 본 세상은 정말 이상했다. 옳은 일을 하고도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 사기를 치며 연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기꾼에게 삶은 감옥에서의 시간이 대부분, 감옥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사기를 치는 사회에서의 일부분으로 이뤄져 있었다. 마약 중독자의 삶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약 딜러의 삶은 약간 달랐는데 그들은 비즈니스 마약 딜러와 마약중독자 딜러로 나뉘었다.


비즈니스 마약 딜러는 절대로 마약을 하지 않고 오직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팔았다. 마약중독자들은 자신이 피기 위해서 마약을 사고 팔기 위해서 마약을 샀다. 마약으로 떼돈을 버는 건 마피아 보스밖에 없었다. 마피아 조직 이외의 곳에서 마약을 사고 파는 딜러들은 싼값에 마약을 팔고 비싼 값에 마약을 샀다.


A는 구치소에서 마약 딜러를 여럿 만났지만 그들은 심지어 마약중독자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미쳐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가난하고 죄를 자주 짓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어떤 마약 딜러는 자신이 엄청난 부자라고 주장했지만 그에게는 그렇게 많은 돈을 쓸 만한 자유가 없었다. 감옥에서 살 수 있는 건 휴지와 초콜릿 뿐이었다. 감옥에서 우리는 모두 가난하고 언제나 쪼들렸다.


병원에 있을 때 A는 교도소에서 너무 많은 초콜릿을 먹어 당뇨에 걸렸다는 사람을 둘이나 만났다. 이후 감옥에서 나온 후 그 이야기를 했던 믿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초콜릿을 먹는 것과 당뇨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옥에서는 간단한 건강 정보마저 인터넷에서 구하기가 힘들었다.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건 사무실에서 일하는 간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A는 감옥에서 나와서도 초콜릿을 많이 먹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뇨에 걸릴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A는 고지혈증 환자였고 감옥에 있는 동안은 고지혈증약을 먹을 수 없었다. 그동안 급성 췌장염에 걸려 죽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감옥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양이 매우 적었고 야채도 허구헌날 청경채 삶은 것만 나와서 급성 췌장염은 걸리지 않았다. 한번 구치소에서 들어왔다가 기결수가 돼서 일을 해야만 벌 수 있는 구치소 머니로만 살 수 있는 군것질 거리도 주변의 수인들이 기부해주는 것 말고는 먹을 방법이 없어서 다행히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다.


대신 너무 밥이 맛이 없는 관계로, 한덩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 이상한 소스, 맨밥만 먹을 수 있어서 A의 체중은 7kg 정도 줄어든 상태였다. 건강상의 이점은 있었지만 자동 위고비 맞는 효과 말고는 구치소에 이점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A는 일본에 간 '나'도 비슷한 상황에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돈이 없어서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요시노야의 덮밥 뿐이었다. 요시노야는 덮밥을 파는 체인점으로 돈이 없는 한국 사람들이 자주 가게 되는 저렴한 음식점이다.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요시노야의 싼 가격이다.


사람들 중에는 마츠야나 스키야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장 싼 가격 때문에 요시노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나'는 아침에는 요시노야에 가서 덮밥을 먹고 점심까지 토요코 키즈들이 죽치고 있는 광장에서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여고탐정의 사진을 보여주며 본적이 있는지, 타칭보 행위를 하고 있었는지, 그녀와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 여고탐정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한국 여자들도 가끔 타칭보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건지 정말로 한국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타칭보는 위험한 행동이다. 수시로 경찰이 와서 탐문하고 특히 외국인이 그런 행위를 할 때에는 더욱 가혹하게 단속할 것이다. '나'는 토요코 키즈들이 틱톡을 찍으면서 노는 걸 바라보며 여고탐정이 정말로 타칭보를 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오랫동안 거리에 있었다면 일본이 한국인양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와서 주로 하는 행위가 타칭보와 하룻밤 자는 것밖에 없는 한국 사람들이 여고 탐정을 못 알아 볼 리가 없었다. 여고탐정은 크게 예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기억에 잘 남을 법한 얼굴이었다.


'나'는 일본에서 다섯번째 요시노야 덮밥을 먹고 난 후에야 토요코 키즈들에게 직접 말을 걸 용기를 냈다. AI를 이용한 번역으로도 말은 충분히 통했다. 토요코 키즈들은 양산형 복장을 입고 틱톡에 올릴 춤을 추다가 '나'가 물어보는 것들에 대해 띄엄띄엄 대답해줬다. 몇달 전에 '나'처럼 구는 어린 한국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토요코 키즈들 중 가장 높은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물었지만, 토요코 키즈들은 과거 무리의 우두머리 노릇을 했던 카즈가 이미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카즈는 스물일곱살의 남자로 토요코 키즈들의 아버지를 자인했지만 노숙자와 얽힌 스캔들 때문에 완전히 신용을 잃었고 어느샌가 시체가 돼 도쿄 어딘가의 안치소에 머물러 있다는 이야기였다.


여고탐정은 카즈가 죽었다는 소식에는 놀라지 않았지만 카즈가 죽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노숙자 케이의 경우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직 살아있느냐고 물었다. 토요코 키즈들도 케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고 그들의 바운더리 안에 다시 등장하는 일도 없었다. 여고탐정은 케이가 자신의 친구라며 한참을 울고는 다시는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가 된 데까지 걸린 시간은 2주 정도였다. 그렇다면 여고탐정은 나머지 2주 동안은 무엇을 하고 지냈을까. 토요코 키즈들은 여고탐정이 타칭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 타칭보를 하기에 적합한 사람과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지는 않는다.


누구나 몸을 팔 수 있고 그게 삶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짧지만은 않은 자신의 인생 속에서 여럿의 창녀들을 겪어봤고 그들 모두와 몸을 섞은 건 아니었다. 정신이 이상해서, 돈이 없어서, 그냥 그게 성향에 맞아서 여러가지 이유로 남자와 여자는 몸을 팔곤 했다. 남자는 바텀 알바로, 여자는 창녀로. 누가 그들을 단죄할 것인가. 하지만 '나'는 자신이 창녀가 되기보다는 죽기를 원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떤 이는 그렇게 태어나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나'는 토요코 키즈들에게 한참을 물어본 후에 자신의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낌새가 이상해서 살펴보니 온몸에 문신을 한 마른 남자 둘이 '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나'는 또 한번 된통 당하게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걸음을 재촉해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려는 찰나 서늘한 기운이 등에 느껴졌다. '나'가 뒤돌아보니 무표정한 문신남이 접었다 펴는 칼을 슬며시 등 뒤에 누르고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말을 붙여보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나'의 오른쪽 팔을 부여잡은 다른 문신남이 안내하듯이 방향을 잡았다.


'나'는 그 둘이 이끄는대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파칭코 업소로 들어갔다. 파칭코 업소 내부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끔씩 떨어지는 코인 소리. '나'가 가게 된 곳은 가게 내부에서 다시 내부로 들어간 다다미방이었다. 다다미방에 앉아있던 뚱뚱한 남자는 '나'에게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왜 불쌍한 어린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냐고. 혹시라도 성관계를 가지려는 목적이라면 죽여버리겠다고.


'나'는 전혀 그런 의도는 없고, 자신은 고자에 불과하다고 변명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일을 들려주며 단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뚱뚱한 남자는 '나'가 보여주는 여고탐정의 사진을 보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 여자는 알지 못하지만 케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조금 있다는 것이다. 케이는 가부키초의 주민으로 이곳에서 먹고 자고 살아왔던 자다. 핸드폰도 없이 살아가는 케이는 카즈와 같은 노숙자 운동을 하는 사람 덕분에 겨우 먹고 사는 처지였다.


카즈는 가부키초의 노숙자들, 토요코 키즈들을 먹여 살리겠다며 베짱 좋게 나섰던 남자로 처음에는 거리의 여론이 아주 좋았다. 카즈가 토요코 키즈 중 어린 여자아이들만을 골라서 건드리고 있다는 소문이 난 후로 그를 죽여버리겠다는 사람이 여럿 나타났다. 결국 시체로 발견된 카즈는 그의 장례를 지내줄 사람을 기다리기 위해 모 안치소에서 조금씩 썩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케이는 카즈가 구원해준 노숙자 중 하나로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노숙자로서의 삶을 그만두고 일반인처럼 살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카즈가 죽고 난 후에는 술에 쪄들어 다시 노숙자로 돌아갔고 가부키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소문에는 그를 불쌍하게 여긴 야쿠자의 여자 하나가 자신의 집에 들여 하인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 케이와 핸드폰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한국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뚱뚱한 남자는 그 여자아이가 바로 여고탐정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나'는 빠칭코 업장을 나오면서 다시는 토요코 키즈들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는 토요코 키즈가 아니라 타칭보들한테 직접 물어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케이에게 핸드폰을 줬을까. 또 누가 케이가 가진 핸드폰의 요금을 내줬을까. 이건 더이상 한국으로 돌아가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해야 할 때다. '나'는 항상 게임에서 지기만 해왔다. '나'를 플레이하고 있는 당신은 어떨까. 위너인가 루저인가.

작가의 이전글동전 비누 공유 연맹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