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에 꿈을 뒤섞으면 기막힌 글이 돼.
누가 그래?
내가.
바본가?
그럴지도 몰라.
그럼 세상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신문기자겠군. 신문기자라고 해서 모두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야. 좋아서 쓰는 사람들도 아니지.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글을 써낼 수 없을 거야.
누구 생각이야?
내 생각.
바보 같은 생각이군.
바보 같은 생각은 바로 니가 하고 있는 그 생각이야.
그럴지도 몰라.
정말?
그래. 나는 바보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정신이 나갔다는 걸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탔지. 그때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발작이 일어났을 거고 나는 감옥에 가지 않았을 거야.
대신 병원에 갔겠지.
푸코에 따르면 병원하고 감옥, 학교는 다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간대.
푸코가 누군데.
그... 있잖아. 유명한 소설가.
아하. 푸코의 진자 만든 사람인가?
그건 레옹 푸코고. 소설가는 움베르트 에코. 병원 얘기는 미셸 푸코.
세상이 너무 복잡한 것 같아. 그게 아냐. 니가 충분히 똑똑하지 않은 거야. 바보란 얘기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경계선이거나 ADHD인 거 같아. 요즘에 예쁜 예술가들을 보면 거의 다 ADHD더라고. 근데 병원에서 검사해봤는데 ADHD는 아니래.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정신병에 걸려야 제대로 된 예술을 할 수 있는 거야.
루루라는 여자아이가 노래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손목에 리스트컷 자국이 심하더라고. 리스트컷이 뭔데. 리스트, 손목. 컷, 자해자국. 손목에 자해자국이 많았다고.
오.
정신병잔가? 아마도. 남자들은 정신병에 걸리면 폭력적이 되지만 여자들은 자해를 저질러. 대신 남자들은 단번에 죽을 수 있는 자살법을 고안해내지만, 여자들은 몇번을 손목을 그어야만 자살할 수 있는 소소한 자해를 거듭하지.
여자가 더 많이 죽는다는 거야. 남자가 더 많이 죽는다는 거야. 정신병 유병율은 여자가 높지만 실제로 자살할 확률은 남자가 더 높아.
남자들은 정신병 걸린 여자하고도 사귀지만 여자들은 절대로 안 그러지. 그게 차이야. 여자들은 존경할 수 있는 남자하고 사귄대. 그게 무슨 소리지.
미친 소리 아닐까. 한국만큼 미치광이로 가득한 나라도 없는 것 같아.
아니야.
아니라고?
욕으로 하는 미치광이랑 정신병원에 갇히는 미치광이는 달라. TV에 나오는 혼잣말을 거듭하다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토악질을 하는 메튜 같은 정신병자는 정신병원에서도 그다지 많지 않아. 아닌가. 메튜는 그나마 폭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공동 거실에 나와서 TV를 볼 수 있었지만, 메튜는 정말 TV 보기를 싫어했지. 그는 홍콩말이나 중국말을 할 줄 모르니까.
백인들은 항상 그렇잖아. 외국어를 배우지 않는다고. 메튜는 구치소에 3년 이상 있었지만 여전히 홍콩말을 전혀 하지 못했어. 감옥에서 다른 나라 말을 배운다는 건 다 거짓말 같아. 메튜는 다른 나라 말을 배울 정도로 제 정신이 아니었어. 도대체 잠 잘 때는 어떻게 자는지가 더 궁금한 인물이야. 그래서 낮에는 항상 TV를 안보고 탁자 위에 누워 있지.
폭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구치소에서의 행동거지를 말하는 거야.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거나 의자를 발로 걷어찬다거나 그런 겉으로 보이는 폭력성을 기준으로 한다고. 사실 메튜는 살인범이었고 뭔가를 인젝션 당한 백인은 로이어를 외치면서 하루 종일 소란을 피웠지. 그런데도 공동 거실에 내놓은 거야. 갑자기 소리를 쳤다는 이유로 중국인 청년은 독방에서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데 말이야. 정말 형편없는 녀석들이야.
죄수? 간수가. 병원 의사도 그렇고. 내가 얘기했잖아.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던 중국인 청년을 몇시간이나 방치했다고. 결국 안 죽었잖아. 그래 병원에 잘 있다고 하더군. 하지만 정말 상태가 안 좋아보였어. 그게 감옥이야. 죽든 말든 상관 안 한다고.
그게 바로 중국이야. 중국놈들은 얄짤이 없어. 천안문 때 수만명을 죽였대. 수만명? 그래 수만명. 얼마나 죽였는지는 모르는 거지만 아무튼 엄청 죽였다는 거야. 탱크로 깔아뭉개고 어쩌고 저쩌고.
중국이 홍콩을 인수했잖아. 인수? 인수가 아닌가? 합병? 통합? 아무튼 하나의 중국 체제라고. 홍콩은 차이나야. 그말을 했더니 홍콩 구치소 간수가 어이없다는 듯이 보더라고. 병신같은 중국 새끼들. 중국 사람이 아닌지도 몰라. 난들 알겠어. 중국 사람인지 아닌지. 진짜 홍콩 사람이라면 사람 이름이 중국 이름과 영어 이름의 합성이야. 에드워드 우 이런 식으로. 간수들은 죄다 한문으로 이름이 적혀 있더라고. 중국 사람이라는 거야.
영국에 갔던 일이 떠올라. 영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내일 아침 식사는 옵셔널하다는 걸 엉터리로 알아듣고 화를 냈더니 나중에 호텔 직원이 나한테 소리를 지르더라고. 영어 공부 좀 하지. 영어 문제가 아냐. 영국 애들이 그렇게 싸가지가 없다는 거야. 인종차별주의자 새끼들. 레이시스트라고. 영국이야말로 대표적인 레이시스트들의 나라지. 그러니까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에도 레이시즘이 만연하는 거야.
너도 레이시스트 아냐? 난 뭐, 물론 보편적인 한국 사람이지. 레이시스트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그렇지 뭐.
아무튼 이번에 감옥에 갔다오게 돼서 새깅 패션이 왜 생겼는지 체험하게 됐어. 감옥에서는 자기 체형에 맞는 옷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항상 크게 입게 돼. 옷을 크게 입으면 팬티가 노출되는 거지. 하지만 그건 감옥에 하루 이틀 있는 사람들이나 겪게 되는 일이고 오래 머무는 기결수들은 자기 몸에 맞는 바지를 입어서 새깅 패션이 되지 않아. 미국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야.
결국 새깅 패션이라는 건 감옥에 수시로 들락거리되 중대한 범죄는 저지른 적이 없는 애송이들의 패션이지. 진짜 오래된 기결수들은 절대 그런 유치한 패션 상태에 머무르지 않아.
그럼 너는 애송이가 아니라는 얘기군. 아니. 나도 애송이야. 한달하고 10일 정도 살고 나왔잖아.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될까. 나도 모르지. 또 가게 될지도 몰라. 한국의 구치소는 홍콩에 비해 좁고 입식이 아닌 좌식이라서 더 힘들다고 해. 약을 제때 먹으면 또 가는 일은 없을 거야. 글쎄 알 수 없지. 이전에도 약을 안 먹었던 게 아니야. 약을 먹었는데도 증세가 나타났다고.
제대로 된 약이 아니었던 거지. 그래. 그럴지도 몰라.
어떤 신문기자가 자기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봤어. 자기 돈으로 룸살롱에 갔는데 아가씨가 자기 얘기를 소설로 써야 한다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16시간 동안 그 아가씨 이야기를 듣고 글로 썼대. 출판사를 찾고 있다는데 정말 미친 이야기지. 포주들의 말에 의하면 업소 아가씨들은 저마다 자신이 불쌍한 인생을 살고 있는 파란만장녀란 생각에 빠져 있다는 거야.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업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본래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본래 그런 인간이라니. 뭘 말하는 거야.
자기부정. 인식오류. 뭐 그런 거지. 자신을 더 나은 인간이라고 믿고 있다는 거야. 결국에는 업소에서 번 돈으로 사치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야. 그런 여자일수록 남자에게 속기 쉬워. 잘생긴 남자들은 여자 돈으로 먹고 사는 법을 알거든. 하지만 결국 모두 창녀에 불과해. 창녀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 그저 돈이 필요해서 창녀가 될 뿐이지. 창녀가 된다고 해서 더 나쁜 인간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창녀들은 거짓말쟁이라던데. 미치광이라는 얘기도 있어. 둘 다겠지. 미치지 않고서야 자기 몸을 팔겠어? 그리고 그 돈으로 온갖 사치를 부리겠냐고. 좋은 차, 좋은 집, 허구헌날 가는 해외여행. 창녀들의 특징 아니겠어? 아닌 사람도 많을 거야. 인스타그램에도 매일처럼 외국에 있는 여자들은 창녀일 가능성이 높아. 특히 창녀들은 개나 고양이를 많이 키운대. 내가 알고 있던 여자아이도 고양이를 키웠다지. 게임을 엄청 많이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초이스가 안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모바일 게임을 하는데 현질을 많이 한다는 거야.
일리가 있는 얘기군.
엄청난 돈을 준다는데 자기 얼굴이 충분히 예쁘다면 왜 몸을 팔지 않겠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얘기지. 왜 창녀들을 감옥에 집어넣지 않을까. 감옥에 한달만 살아도 창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그녀들한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적절한 처벌이야. 한국 감옥처럼 열악한 환경에 좀 있어봐야 해.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 노르딕 모델은 팔자 좋은 나라 얘기야. 아무리 처벌해도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아무리 처벌해봤어? 아무 죄도 없는데 감옥에 끌려가 봤냐고. 미친 사람을 처벌하는 나라는 많지 않아. 미친 사람이 자기를 통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지른 죄는 죄가 아니라구.
니가 무죄라는 얘기야. 나는 유죄지.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어. 하지만 속으로는 무죄지. 나는 미쳤으니까 죄가 없다는 거야. 홍콩 법정에서는 예와 아니오, 이해합니다 말고는 다른 말을 할 기회가 없었어. 피의자에게는 아무런 증언의 기회가 없는 게 홍콩 법정이라는 거야. 이게 다 홍콩이 민주주의를 잃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야. 홍콩의 사법체계는 영미법 체계에서 유래했고 영미법은 혹형주의인 것 같아. 아마도. 미국이 혹형주의잖아. 영국은? 비슷하겠지 뭐.
한국은 그에 비해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다고. 일본의 사법체계가 독일의 사법체계를 본따서 만들어졌고 나중에 한국에도 수입됐어. 한국도 군사정권 시절에는 혹형주의였지만 민주화가 되면서 사형이 없어지고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게 됐지. 너무 존중해서 문제라는 얘기도 있어. 피의자들은 다 미친 녀석들이야. 자기 의지로 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확신범과 정치범 밖에 없어. 사기꾼들도 다 자기 얘기가 진짠줄 아는 망상증 환자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