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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성근 Oct 15. 2020

지구를 끝장내는 법

지구 침공 계획

삼천 발의 핵미사일을 쏘면 어떨까? 영원한 핵겨울이 찾아오겠지. 생각해 보니 이건 안 되겠다. 핵겨울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게 아니거든. 수백만 년 지나면 다시 태양이 뜨고 새로운 종류의 꽃이 필 거야. 이건 거의 지구를 청소해주는 거나 다름 없어. 싹 치우고 다시 시작하는 건데, 누구 좋으라고… 지름 12킬로미터짜리 소행성도 좋겠다. 육천오백만 년 전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행성이 딱 그 만한 크기였다지. 지구 생물의 70%가 사라졌잖아. 그런데 웬걸. 지구는 다시 시작했어. 또 한번 생명을 만들었단 말이야. 도저히 치유가 불가능한 슈퍼 박테리아를 쓰는 것도 소용없어. 상호 진화하는 녀석들이 나타나서 금세 균형을 맞출 테니까. 


지구의 공전 궤도를 1미터쯤 태양쪽으로 옮겨도 돼. 참, 생각해 보니 지구보다는 달이 좋겠어. 달을 조금씩 지구에서 멀어지게 하면 바다가 난리가 날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계산이 필요해. 어디서 끌어다 쓸 수 있는 남는 중력이 없잖아. 이놈의 태양계가 어지간히 정확해야 말이지. 좀 더 간단한 방법 없을까?


미국 대통령을 멍청한 인간으로 갈아치우는 짓거리를 다시 하진 않을 거야. 새로운 미드 시리즈 만드는 거랑 별 차이가 없어. 늘 시즌 2에서 멈추거든. 그러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곤 해. 장르만 바뀔 뿐 아무런 변화가 없어. 액션물이었다가 스릴러에서 스파이 시리즈로 갔다가 얼핏 재난 영화로 가나 했지만 보기 민망한 코미디가 되고 마는 식이야. 그나라 대통령들이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아무 것도 안 하면서 하는 척 하는 거. 걔들은 그냥 그렇게 하라고 내버려 둬. 지구를 끝장내는 데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니까. 어쨌든 노력들은 하고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게 좋겠어. 영구동토층에 있는 메탄 가스 친구들을 끄집어내는 거. 온실 효과로 딱이잖아.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1도 올랐으니까, 이제 1도만 더 올리면 돼. 석탄하고 석유를 막 태우면 되는데, 제길, 석탄은 잘 쓰질 않고, 석유도 곧 바닥날 판이야. 어떤 방법이 있을까… 


오호,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었군! 예쁘고 멋진 걸 많이 만들어내는 거야. 인간들은 그런 거에 환장하잖아. 예쁜 옷과 신발, 깔끔한 종이, 멋들어진 포장지, 값싼 노동력으로 마구 찍어낸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들, 그리고 역시 플라스틱이지. 


우선 나무들이 사라지겠고, 바닷속에 미생물이 맛이 가면 산소를 만들지 못할 거야. 그러면 영구동토층에 잠자는 귀여운 메탄 가스들이 오물거리며 피어오르겠지. 생각만 해도 짜릿해. 1도만 더 올리면 되거든. 특이점을 지나기만 하면, 그러면 순식간에 온도가 팍팍 오를 거야. 저기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어느 별처럼 말이야, 한 오백 도쯤 되는 펄펄 끓는 상태로 수억 년 쯤 가겠지. 그러다 어느 날 지구 궤도 300킬로미터 상공에서, 이상한 가스나 먹고 사는 보잘 것 없는 미생물이 생기긴 할 텐데 그 정도면 괜찮아. 지구에서 수억 년은 날려버렸으니까. 그때쯤이면 태양이 커질 거야. 아, 10억 년 후라 했나? 그때는 수성하고 금성하고 지구까지 다 녹일만큼 태양이 커지니까, 그 시절이 오면 태양 녀석에게 맡기는 거지, 뭐. 


예쁘고 멋진 걸로 가자. 아낌없이 주는 지구잖아. 멍청하게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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