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의 계기가 대출 때문이라고?
나는 남자 친구와 동거 아닌 동거를 하고 있다.
그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2021년 여름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시기가 되면 독립을 하고 싶어 한다.
2021년 여름의 나 또한 그랬다. 그 당시에는 독립 욕구가 마구마구 있던 시기였다.
이제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혼자서 살고 싶은 욕심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욕구가 너무나도 커져서 정말로 집을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도 이곳저곳을 알아보다가 내가 집을 계약한 곳은 바로 남자 친구 회사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구축 아파트였다. 이때까진 모든 것이 수월하게 느껴졌다.
남자 친구와의 거리도 가깝고 교통편도 좋아서 꽤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집을 알아보고 계약을 한 후 대출까지 승인이 나고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의 월급으로는 대출과 생활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아뿔싸! 어쩌지? 이제 어떻게 생활하지?'
무턱대고 일부터 저지르는 습관이 이렇게 큰 일에서조차 나타나다니 나도 나를 알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대출은 대출대로 매월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있는데 그에 더해서 나의 기존 생활비가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나조차도 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졌을 때 언니가 한마디 했다.
"너 남자 친구랑 같이 살면 어때?"
아! 남자 친구가 있었지!
남자 친구가 살고 있는 집이 때마침 2021년 12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었고 이를 알고 있던 언니가 이참에 남자 친구와 합치는 게 어떠냐고 말해온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꽤나 합리적이었기에 바로 남자 친구에게 제안을 했고 남자 친구 또한 이에 동의했다.
그래서 지금 남자 친구와 나는 동거 아닌 동거를 하고 있다(동거면 동거지 왜 동거 아닌 동거냐... 이는 차차 설명하려고 한다).
그래서 동거의 시작은 사실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다.
항상 옆에 붙어있고 싶고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고 싶어서 동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 원인은 바로 나의 대출!
순간의 선택들이 모아져서 현재의 생활로 이어졌다.
그리고 동거는 이제 3달째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