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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찐두빵 Sep 11. 2022

아직은 말하지 못하는 그 단어 '동거'

나는 왜 동거에 대해 말하지 못할까?

현재 나의 동거 생활은 비밀이다.


사실 지금 나와 남자 친구가 동거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적다. 나의 언니와 가까운 친구 1~2명만 알고 있을 정도이니 내가 생각하는 나의 바운더리 이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내가 가족으로부터 독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으며 나는 최근이 돼서야 지인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니 동거를 하고 있다는 것은 더더욱 모를 수밖에 없다.


동거하기로 결심한 이후에도 나는 언니 말고는 가족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주말 동거, 그리고 현재와 같이 주 7일 동거를 하고 있기까지 어느덧 1년 가까이 되었는데 말이다. 이걸 보는 사람들은 조금 놀랄 수도 있다. 일 년 가까이나 됐는데 어떻게 가족들이 모를 수가 있지? 왕래가 없었나? 하고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내가 독립을 한 이후에 가족들이 한번 집들이를 왔었고 그 이후에 따로 우리 집에 방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중에서는 언니만 내가 남자 친구와 동거 중인 것을 알고 있다. 타지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님은 사실 자녀들 집에 자주 오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님은 결혼을 한 지 2년이 다돼가는 남동생의 집조차도 집들이했을 때 말고는 간 적이 없다. 부모님은 자신들이 자녀들 집에 가는걸 미안해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거리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댁에 자주 가는 편이다. 


애니웨이,


나 스스로도 왜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뭐 그 이유는 뻔하다. 다른 사람들이 동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을뿐더러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동거가 익숙하진 않은 생활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싫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동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가 약간 불편하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나의 사생활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예전에는 내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주말에 뭘 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것은 지역의 차이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도,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 스스로도 타인에게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서 묻지 않는다. 사람의 성향 차이도 있지만 요즘의 사회 분위기가 그만큼 달라진 것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 자체가 조금은 더 편해진 것 같다.  


나는 현재 동거 중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내가 결혼을 할 때까지 스스로 드러내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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