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우리 사이... 과연 좋은 걸까?
같이 지내기 이전에도 내 남자 친구는 꽤나 투명한 사람이었다.
좋게 말하면 투명한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생활패턴이 너무나도 뻔한 사람이라고나 할까?
일어나서 회사를 가고 운동을 하고 퇴근해서 공부하고 자는 패턴을 가진 사람이다.
그동안 만나면서도 우리의 트러블이 크지 않았던 것은 술, 담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같이 지내게 되면서 이런 패턴을 유지하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 남자 친구이다. 남자 친구가 바른생활 사나이인 것은 꽤나 편하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고 생활패턴이 항상 비슷하기 때문에 늦은 귀가로 걱정하는 일이 없다. 늦게 들어오는 날은 가끔 있는 회식 정도인데 이마저도 늦게 오지 않는다. 내 기준에선 식사만 하고 오는 느낌이랄까?
주말에도 근처에 사는 지인과 함께 헬스장에 가서 운동 후에 딸기 셰이크 한 잔 하고 오는 정도이다.
이렇듯 투명한 남자 친구라면 내가 엄청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나에게도 불편한 점은 있다. 나는 집에서 혼자 마시는 혼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남자 친구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도 생긴 룰이 바로 주 1회 음주이다. 남자 친구는 내 건강을 생각해서 술을 자제하기를 바랐고 그래서 나도 노력하는 차원에서 주 1회 음주를 하고 있다.
주말에만 같이 있을 때는 사실 사택에서 혼술을 남자 친구 몰래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 들켰다. 남자 친구 말로는 내가 술을 마셨을 때랑 마시지 않았을 때 카톡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게 다르냐고 물어봤지만 알려주지 않는 남자 친구...
같이 지내다 보니 혼술은 주 1회가 돼버렸다. 내가 원할 때 술을 마시지 못하니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과 함께 마음은 피폐해지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함께 지내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내 옆에 누군가 나와 함께 있으면서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느낌이 나에겐 안정감이다.
가끔 친구들과 놀고 술을 마시고 해도집에 더 일찍 들어가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요즘 내가 마음이 편한 것은 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생활형태가 그렇듯이 동거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함께 하는 생활을 통해 좀 더 건강해지는 길을 택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