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시간과 마음이 비례하진 않네
어느덧 함께 지낸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모든 시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의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이제 함께 하는 다음 단계를 진행하려고 한다.
일 년이라는 시간 중에서 삼분의 이 정도는 주말에만 같이 지냈고 삼분의 일 정도는 매일 붙어있었다. 일 년 동안 우리의 관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함께 지내는 시간도 변화가 있었다.
시간이 다르긴 하지만 주말 동거와 주 7일 동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시간의 공유이다. 주말 동거를 할 땐 함께 하는 시간이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였기에 되도록이면 주말에 함께 시간을 쓰려고 했다. 나의 취미생활을 함께 공유했고 되도록 같이 다니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주 7일 동거를 하게 되니 각자의 시간이 더 늘어난 느낌이다. 아무래도 매일 붙어있다 보니 각자의 시간이 더 필요해져서 개인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매일 같이 있다 보면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어려우니 주말에 나는 나만의 취미생활을 하게 되었다. 주말 동거를 할 땐 남자 친구에게 나의 취미생활을 함께 하자고 권유했지만 주 7일 동거를 하게 되면서 평일 저녁이라든지 시간을 활용해 나만의 취미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달라진 점은 사생활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주말 동거를 할 땐 평일에 각자 따로 생활하던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평일 퇴근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는 서로 터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보통 강원도에 있을 때 혼술을 즐기거나 술자리를 가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서울로 오게 되면서 그런 일이 거의 없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혼술을 즐기려면 남자 친구의 컨펌이 필요해졌다.
물론 남자 친구도 나와 함께 하면서 자신이 즐기던 것을 이제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남자 친구는 사실 주말 동거를 하면서부터 그런 부분이 생긴 것을 토로했었는데 바로 주말 늦잠이었다. 나는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남자 친구는 주말에 잠을 몰아자는 스타일이다 보니 처음에 같이 지낼 때 주말에 내가 아점을 차려주는걸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나 혼자 주말에 아점을 먹거나 기다렸다가 같이 점심을 먹는 편이다.
주말 동거와 주 7일 동거는 사실 다른 부분이 많이 있다. 서로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도 보게 되는 것이 동거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활습관 중에서 남자 친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같이 붙어있는 시간에 따라 마음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떨어져 있으면 더 애틋할 수도 있고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으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맞춰나가는 과정이 동거인 것 같다.
우리는 지금도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