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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세계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가상 세계 속 한 구역, 하루 임대료 천만 원, 매매가는 31억…ㄷㄷ


Wired 잡지 4월호에 재미있는 글이 있어 가져와 봤다.

https://www.wired.com/story/landlords-rentals-decentraland-metaverse

제목은 <The Haves and Have-nots of the Metaverse>로서 직역하자면,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정도가 되겠다.


기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유명한 것 같진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상 세계 Decentraland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가상 세계에서는 세계 안의 토지 구획을 사거나 팔거나 임대가 가능한데, 유저들이 많이 몰리는 한 구획은 지난 1월 하루 임대료가 $7,000을 찍었다고 한다. (한화로 약 천만 원 돈인데…) 게다가, 매매가는 더더욱 엄청나다. Decentraland에는 총 90,601개의 구획이 있는데 최근 가장 비싸게 거래된 구획의 금액은 무려 이백사십만 불로, 한화 약 31억 원 정도에 거래가 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적지 않은 유동 인구 있는 거리에 한 3~4층짜리 건물도 하나 지을 수 있는 금액인데, 내가 모르고 살고 있던 다른 세상에선 게임 내의 한 구역이 이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구획이 다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고, 처음 분양(?)을 시작했을 땐, 구획 당 $20에 일괄 매각했었다고 한다. (그때, 백만 원 정도만 넣었어도…ㅠ)



가상세계, Decentraland가 뭐길래…?


도대체 Decentraland가 뭐길래 이런 엄청난 돈이 왔다 갔다 하는가 하고 조사를 해봤다. Decentraland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 세계이자 VR 게임으로서, 플레이어들은 해당 세계 속에서 이더리움과 연동되는 MANA라는 화폐를 통해 게임 속 플레이어들의 액세서리나 아이템 또는 토지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구매한 토지에서는 토지의 소유자가 제공하는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만들고, 찾아오는 다른 사용자들에게 해당 콘텐츠 체험에 대한 대가를 받거나 또는 홍보의 목적으로 무료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Mastercard 나 Heineken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Decentraland의 구획을 임대하여 신제품 체험회 등을 만들어 VR 세상에서 제품 홍보를 한다고 한다.


Decentraland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가상 세계 및 소셜 네트워크와 달리 중앙 집권화된 조직이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은 해당 토지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이더리움 베이스 계약서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리 조직이 특정 거래 툴조차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예전에 즐겼던 메이플 같은 게임에서 유저 간 거래를 할 때 봤던 네모한 거래창과 같은 프로그램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게임에선 게임의 운영 정책 또한 중장 집권 조직이 아닌 유저들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된다. 기존 우리가 경험했던 것처럼 게임에서 게임 회사가 만들어준 틀 안에서만 활동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사회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의 문제점도 실제 사회의 문제와 비슷하다. 빈익빈 부익부


다시 기사로 돌아가면, 이 Decentraland에서 땅을 소유한 사람들만 점점 더 부자가 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살고 있던 세상과는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지만 내가 즐겼던 게임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많은 게임은 고인 물들이 점점 고여가는 것을 막고 신규 사용자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게임 내에서 가치가 큰 아이템 등에 맞먹는 새로운 아이템 등을 선보이면서 기존 아이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반면, 여기선 그런 역할을 하는 중앙 집권적 조직이 없다. 게다가 점점 더 많은 사용자가 생기면서 토지가 자산의 가치가 올라가고, 자산이 더 큰 자산을 만들어내다 보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다만, 아직 기대하는 바도 크다.


물론 위와 같이 답이 없는 듯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세계이지만,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가 점점 개선되고 많은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세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 세계가 부자들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리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다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게 무슨 비논리적인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 세계에서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게 된 이유가 사용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Decentraland가 만약 점점 소수의 부자에게만 좋은 세상이 되어간다면, 더 이상 많은 사용자가 접속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자산가들의 자산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들의 자산 가치를 점점 더 키워나가기 위해서라도,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즐겁게 찾을만한 공간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다른 세상이라는 대체제가 없고, 사람의 생명과 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책들도 있기에 완벽한 무정부 자유시장주의 세계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Decentraland에서는 어쩌면… 온라인 세상을 통해 완벽한 자유시장주의 체계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실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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