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챔은 공감의 시작점
대화하기 힘든 상사, 난 어찌해야 하나
Q. 직장생활 2년째입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15년째 근무중인 분인데, 직원 6명과 모두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한 직원도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그만뒀고, 그 자리에 제가 일하게 됐습니다. 상사는 본인 스스로 편집증이 있다고 말합니다. 일할 땐 완벽주의자인데, 대화를 시작하면 일방적으로 1시간은 기본이고 2~3시간 혼자 떠듭니다. 여러차례 요점만 말씀해 달라고 했죠. 그러면 하극상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본인 의견에 반대라도 하게 되면 분노가 아주 극에 달합니다. 그 뒤로 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할 수밖에 없었는데, 또 말을 안 시킨다고 본인을 무시하는 거라고 난리를 치네요.
전 그만두겠다고 사직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이 참으라고 붙잡고 사표는 아직 수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상사와의 대화 자체가 너무 힘이 듭니다. 분노로 가득 차 있어서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무 힘이 듭니다.
C. 급여는 업무의 댓가이기보다는 직장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댓가이다. 이런 말들 많이 하죠? 어쩌면 님께서는 그 말 덕에 지금껏 벼텨오신지 모르겠습니다. 버텨나가는 도중 또 하나의 자위. 어느 회사를 가던 지금 상사 같은 사람 꼭 있어. 그런 말들로 버티다가 의뢰를 하시지 않았나요? 그리고 직장 동료들이 말리는 이유 역시 이와 동일하지 않은가요? 문제는 이러한 자위들이 서서히 약발이 떨어져간다는 것.
여기서 고통의 원인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일반적으로 쓰이는 문장. “괴팍한 성격의 상사 때문에 힘이 든다.” 이 문장은 내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외부환경은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사람이라면 더 그렇죠. 또 장소를 옮긴다 해도 그 곳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아무도 알 수 없고 말입니다. 그냥 여기 있자니 괴롭고, 옮기자니 불안하고. 결국 괴로움과 불안함의 교차지점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비폭력대화에서는 괴로움 등 마이너스 감정의 원인을 욕구의 결핍에서, 즐거움 등 플러스 감정의 원인을 욕구의 충족에서 찾습니다. 이 프로세스를 님 상황에 맞춰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A라는 욕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 상사와 대화할 때 마다 A의 결핍이 일어난다. 나는 A가 결핍되어 괴롭다.”
같은 상황이지만 괴로움의 원인은 상사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특정 욕구의 결핍입니다. 상사가 아무리 괴팍하다고 할지라도, 내가 내 안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면 괴로움이라는 감정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 자신이 어떤 욕구를 중요시하는가, 다른 말로 괴로움의 원인이 어떤 욕구의 결핍에서 나오는가를 알아채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결핍된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켜주기. 이른바 ‘자기 공감’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알아챔 하나만으로 우리의 마음은 평온해질 수 있습니다. 알아챔은 곧 공감의 출발선이니까요.
비폭력대화 프로세스는 상대방에게 역시 적용이 가능합니다. 상사가 내게 분노하는 이유, 내가 정말 하극상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존중’이라는 욕구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상사가 2~3시간씩 혼자 떠드는 이유, 내가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의 틀은, 나로 하여금 상대방이 쏜 분노의 화살을 피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분노의 화살을 피한다면, 내가 중요시하는 욕구의 결핍을 맛보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다시 내용으로 돌아갑니다. 님께서 중요시했던 욕구, 결핍되어 너무나 힘들어했던 욕구는 무엇이었던가요? 존중? 소통? 정서적 안전? 전문성? 이 모든 것일 수 있습니다.
Photo by Linus Nylund on Unsplash* 몇 년 전, 한겨레에서 토요섹션으로 <3D 입체 마음테라피>라는 제목으로 지면상담을 꾸린 적이 있습니다. 독자가 하나의 고민을 보내오면, 세 명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답을 하는 컨셉이었습니다. 여차저차한 이유로 저는 그 고민들에 대해 개인적인 답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기념으로 그 때 쓴 글들을 여기에 옮겨 연재합니다. 참고로 이번 고민이 실린 원기사는 <전제군주 같은 직장상사, 대화 힘들어 사직 고민 중>(누르면 이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