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속 희진은 왜 슬프면서 더 밝게 웃었을까?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드라마 중에 하나, <내 이름은 김삼순>.
요즘 헨리와 희진이 산 낙지를 먹던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희진은 그날 유독 명랑하게 헨리를 대했고, 그런 희진에게 헨리는 조용히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다. 희진이 놀라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자, 헨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 힘든 일 있으면 더 밝은 척하잖아."
방영 당시 상꼬맹이였던 나는 그 상황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데 왜 밝은 척을 하는 걸까, 그리고 헨리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어린 마음에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금 이 장면이 다시 떠오르는 요즘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희진의 마음도, 그리고 그걸 알아본 헨리도 이제는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희진은 애써 밝게 행동하지 않으면 아마 담아두었던 감정이 왈칵 쏟아져 내릴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 밑 빠진 독을 막는 두꺼비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참고 있었을 것이다.
희진의 주치의이자 그녀를 깊이 이해하고 좋아했던 헨리는 그녀의 행동 양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애정 어린 태도로 오래 살피고 지켜본다면 자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사람의 미묘한 변화나, 평소와 다른 작은 몸짓에서도 숨겨진 마음을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
헨리가 희진의 마음을 꿰뚫어 보던 그 순간, 만약 나였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수도꼭지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왈칵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 뻔하다. 이건 마치 아기가 울랑 말랑 할 때, 누군가 옆에서 "오구오구 누가 그랬어~"하면 뿌엥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애써 감추느라 경직된 마음을 보듬어주는 한마디에 무너지면서, 비로소 마음 놓고 감정을 표출하게 되는 것.
때로는 희진처럼 힘든 마음을 밝은 모습 뒤에 감춘 채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땐 내가 나에게 헨리가 되어주기로 한다. 지금도 충분히 반짝거려(극 중 헨리의 대사입니다.)
(물론 헨리 같은 애인이 있는 것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