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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M Aug 27. 2021

공포영화 비평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영화 <엑소시스트>, <사탄의 인형>, <우먼 인 블랙>, <컨저링>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있습니다





  무언가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공포’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다.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대부분 미지나 죽음에 의한 것이다. 사후세계나 영혼 등의 개념을 포함하는 종교들도 이러한 공포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종교를 주제로 한 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현상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한 두려움을 다루는 공포 영화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영혼과 종교를 주제로 한 여러 공포 영화들을 비교하여 각 작품의 관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 것이다.

  이야기할 작품은 총 4편으로 개봉 연도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엑소시스트(1975)’, ‘사탄의 인형(1991)’, ‘우먼 인 블랙(2012)’, ‘컨저링(2013)’. 네 영화 모두 악령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골자로 하지만 엑소시스트와 컨저링은 천주교 관점으로, 사탄의 인형과 우먼 인 블랙은 부두교와 같은 민간신앙 관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엑소시스트>는 1973년 개봉한 영화로 감독은 윌리엄 프리드킨이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빙의한 악마를 구마 의식 경험이 있는 나이 든 사제와 그를 보조하는 젊은 사제가 구마 의식을 통해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 두 사제가 죽는다는 것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구마 의식을 대중에 알린 최초의 성공적인 공포영화라고 불릴 만한 작품이다. 많은 영화들이 이 영화에 나오는 연출 방식과 설정을 따라한 바 있는데 2015년에 개봉한 ‘검은 사제들’도 그러한 영화 중 하나다.


  피해자가 악마의 씌어 변해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와 구마 의식을 진행하기까지의 절차 등이 잘 묘사된 작품으로 악마에 빙의되어 저지르는 기행들이 상당히 충격적이고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예시로 소녀가 십자가를 이용하여 자해를 하는 장면과 뒤로 엎드려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 있다. 초록색 토를 하는 장면에서는 역한 느낌을 강하게 받기도 한다.


내용 전개에 있어서 악마의 존재에 대해 일찍이 밝히는 편이다. 다만 영화 도입부에서 노 신부가 유적지에서 악마 형상을 발견하는 장면은 극 후반부에 해당 악마 형상이 재등장하기 전까지 별다른 설명이 존재하지 않고 막연한 배후정도로 나타나기 때문에 극의 연결성을 해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다른 종교의 퇴마 의식과 가장 큰 차이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힘을 빌어 악마를 물리친다는 것이다. 천주교에서 신부는 기본적으로 신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악마를 이겨내지 못한다. 때문에 영화 후반부 구마 장면에서 신부들이 기도문을 외우고 성수를 뿌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으로 명하노니 악마야 물러가라. (The power of Christ compels you!)”를 연달아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사탄의 인형>은 1988년에 개봉한 영화로 감독은 톰 홀랜드다. 도주 중에 경찰에 의해 사살당할 위기에 처한 살인마가 생전에 배웠던 부두술을 이용하여 죽기 직전에 자신의 영혼을 인형에 넣고 인형의 몸으로 살인을 지속하다가 최후에 정체를 알아낸 주인과 일전에 추격을 했던 경찰에 의해 제압되어 죽는다는 것이 줄거리다. 인형에 영혼이 들어가 사람을 해친다는 매우 독특한 소재로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진부해지는 이야기로 많은 실망을 안긴 작품이다.


  처음엔 멀쩡한 인형의 모습에서 점차 흉측하게 변하는 처키의 모습이나 처키가 사람들을 죽일 때 보여주는 잔혹함 등이 큰 공포요소로써 작용한다. 처키를 촬영할 때 인형을 이용한 방식과 배우가 직접 분장하여 연기하는 방식을 모두 사용하였는데 이 점이 점차 사람이 되어간다는 설정에 힘을 실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처키의 존재를 소리 등으로 간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처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연출이 큰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각적으로 무서운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으나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처키의 잔혹함과 그 과정에서 순수한 어린아이를 이용하는 등의 모습이 오히려 더 큰 공포를 일으킨다. 다만 처키에 의해 희생당하거나 희생당할 뻔한 상황의 대부분이 부주의한 행동 때문인 듯한 연출은 공포보단 오히려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부두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종교적인 방식으로 처키를 잡지 않고 물리적 실체인 인형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처키를 잡는다. 다만 완전히 죽이기 위해서는 심장을 꿰뚫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서 총으로 심장을 쏴서 마무리를 짓는다. 처키가 자신에게 부두술을 알려준 주술사를 찾아가 저주인형을 이용하여 죽이는 장면 등을 통해 설정을 다듬고자 하였다.



  <우먼 인 블랙>은 2012년에 개봉한 영화로 감독은 제임스 왓킨스다. 억울하게 자식을 잃고 악령이 된 여자가 마을의 아이들을 계속 죽이는 와중에 악령이 머무르고 있는 저택의 매각을 위해 찾아간 변호사의 아들마저 죽이려고 하자 변호사가 친구와 함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여자의 영혼은 이미 타락하여 악령이 되었기 때문에 변호사의 아들마저 죽이고 아들을 구하려다 변호사도 죽는다는 것이 줄거리다.


  시청각적으로 갑작스레 튀어나오거나 큰 소리가 나서 놀라는 장면이 적지 않다. 게다가 악령이 아이들을 죽이는 방식이 아이들에게 빙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살하도록 만들고 이를 지켜본다는 점에서 그 방식이 매우 섬뜩하기 때문에 큰 공포심은 자아낸다. 아이가 죽는 것을 막지 못하고 절규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강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기 때문에 공포심이 배가 된다.


악령이 존재하긴 하지만 기독교 악마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이 원한을 품은 채로 죽어서 악령이 된 것이다. 그리고 종교적인 힘을 빌어 악령을 물리치는 개념도 없고 민간신앙의 관점에서 억울함을 풀어주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사제가 아닌 민간인이 함부로 퇴마 의식을 시도하다 실패한 천주교 관점의 영화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영화상에서 그러한 여지를 딱히 내비치진 않았다.


  이 영화가 특이한 점은 결말이 가장 소름 끼친다는 것이다. 다른 영화들은 주인공이 악령 내지는 악마를 물리치고 살아남는 해피엔딩인 반면에 우먼 인 블랙의 결말은 이미 아내와 사별한 주인공이 아들과 함께 죽음으로써 다시 아내와 결합하고 행복해하는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악령은 멈추지 않고 아이들을 죽일 것을 다짐했으며 사라지지 않았고 주인공 가족도 몰살을 당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로 인해 다시 행복해지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서는 찝찝하면서도 가장 공포스러운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컨저링>은 2013년에 개봉한 ‘컨저링 유니버스’의 첫번째 영화로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하였다. 한 가족이 외딴 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알고 보니 그 집에 악령이 살고 있었고 그로 인해 가족이 고통을 겪고 가족 중 엄마에게 악령이 빙의하여 자식을 죽일 뻔하지만 악령을 연구하는 부부의 도움으로 악령을 몰아내고 가족이 안정을 되찾는 것이 줄거리다. 네 편의 영화 중에 유일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워렌 부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영화의 캐치프레이즈는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였다.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꽤나 크게 광고 효과를 본 문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실 영화에는 악마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놀래키는 장면도 없지 않은 데다 상처나 피를 흘리는 장면도 있다. 특히 악령이 빙의하는 장면을 악령이 토한 피를 삼키는 연출로 표현하여 역함과 공포심을 동시에 느껴지게 만들었다.


  우먼 인 블랙에서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자식을 죽게 만드는 악령이지만 신을 모욕하고 악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이들을 죽인다는 차이점이 있다. 천주교를 바탕에 두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후에 제작된 시리즈 영화들도 전부 천주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영화가 엑소시스트와 다른 점은 구마의식을 승인받는 과정을 생략하고 사제가 아닌 워렌 부부가 직접 구마의식을 진행하였다는 점이다. 구마의식에 의해 악령을 완전히 몰아낸 것이 아니라 캐롤린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워렌 부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악령을 쫒아낸다는 점에서 가장 가족애를 중요시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적인 존재와 종교라는 같은 뿌리를 둔 같은 공포 장르의 영화들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표현한 내용은 매우 다른 편이다. 그만큼 종교에 대한 인식과 무엇이 공포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해석이 공포 장르 영화를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원동력일 것이다.



- 70기 강시형


- 이 글은 Google Play 스토어에서 무료로 열람하실 수 있는 도서 <Feelm: 2권>(서강영화공동체, 2021)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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