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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M Mar 21. 2022

[7] 가족의 이름으로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Encanto)>에 대하여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있습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2021, Encanto, 미국)


감독 - 카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바이런 하워드, 재러드 부시
출연 - 스테파니 베아트리즈 외 다수
제작 - 이벳 메리노, 클라크 스펜서
배급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르 -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코미디, 드라마, 뮤지컬, 가족, 판타지

시놉시스 - 콜롬비아의 깊은 산 속, 놀라운 마법과 활기찬 매력이 넘치는 세계 ‘엔칸토’. 그 곳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마드리갈 패밀리가 살고 있다. ‘엔칸토’의 마법 덕분에 초인적 힘, 치유하는 힘 등 저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마드리갈 패밀리. 하지만 ‘미라벨’은 가족 중 유일하게 아무런 능력이 없다. 어느 날, ‘엔칸토’를 둘러싼 마법의 힘이 위험에 처하자 ‘미라벨’은 유일하게 평범한 자신이 특별한 이 가족의 마지막 희망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숨겨진 마을 공동체인 ‘엔칸토’를 이끄는 ‘마드리갈 가족’에게는 50년 간 이어진 특별한 기적이 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마법의 집 ‘까시타’의 보호를 받으며 특정 나이가 되면 남다른 힘이나 솜씨같은 마법 능력을 부여 받고, 그 능력으로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미라벨만은 그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녀에게만 유일하게 기적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그녀는 집안에서 미묘하게 소외된 존재가 되었다. 마법을 가지고 있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가족과 마을을 이끌어갈 때, 미라벨은 한 쪽에 조용히 물러나 있기를 부탁받는다. 그러던 미라벨은 어느날 집에 금이 가는 등 위험한 징조를 발견하고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미라벨과 마드리갈 구성원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디즈니’스러운 가족 영화의 내용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신작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모험 이야기가 아닌 가족 내에서 이야기가 벌어진다는 점이 특이하다. 주인공인 미라벨은 가족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집 안을 누비고 가족 구성원을 관찰한다. 영화 속 무대도 마드리갈의 집인 ‘까시타’와 마을 ‘엔칸토’에 한정될 뿐, 그 밖의 세계는 나오지 않는다. 한정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러닝 타임 동안 배경,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화려한 색채와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ost가 한 몫 했을 것이다.


 

  재미있게 영화를 관람했지만 디즈니 영화를 본 후 시달리는 그 미묘한 찝찝함은 여전했다. 디즈니가 보여주는 ‘정상가족’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정상가족’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2017년 작품인 ‘코코’가 떠오른다. ‘가족 간 갈등과 해결’의 구도, 그리고 히스패닉 가족이라는 점에서 ‘코코’와 ‘엔칸토’는 유사점을 가진다. 5년이 지났지만 가족을 그려내는 방식도 이 둘은 비슷하다. 우선, ‘코코’ 부터 ‘엔칸토’까지 디즈니는 “핏줄”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시킨다. ‘코코’의 주인공인 미구엘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의 집안은 대대로 음악을 금기시한다. 가문의 핏줄이기 때문에 가족의 말을 전적으로 따라야한다는 것이다. ‘엔칸토’에서도 루이사와 이사벨라가 ‘마드리갈 가족’으로서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며, 주인공인 미라벨은 ‘마드리갈 가족’의 징표인 마법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발언권 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폭력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포장된다. 


  비록 이러한 폭력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해결되는 과정이 영화의 내용이지만, 갈등 해소의 과정 또한 가족의 소중함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코코’에서 미구엘은 가족을 떠난 구성원은 ‘헥터’처럼 저승에서도 외롭고 누추한 삶을 살며, 가족을 그리워한다는 모습을 보며 가족의 가치에 비중을 두게 된다. ‘엔칸토’에서도 미라벨이 가족을 떠난 ‘브루노’가 가족을 그리워하고 외롭게 사는 모습을 보며 가족을 다시 통합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소외받고 정서적으로 폭력에 노출될 수 있지만 가족을 떠나서는 안된다. 가족을 떠나면 외톨이가 되고 삶의 루저가 되기 때문이다. 왜냐, 가족이니까. 디즈니 영화 속에서는 가족을 떠난 자에게 이런 식의 ‘단죄’가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디즈니의 이상적인 ‘가족’영화는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서 개인은 돋보여지지 않는다. 마드리갈 가족 내에서 미라벨은 처음에는 마법이 없는 존재이기에 가족 내에서 발언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지만 마드리갈 핏줄이기에 가족 구성원으로 정서적 폭력을 견뎌야 했다. 후반부에도 미라벨은 할머니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가족이니까.”라는 마인드로 이해하며 집안을 구한다. 초반에서 미라벨은 가족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어떠한가. ‘가족을 위해서’라며 정상가족으로 돌아간 미라벨은 그저 마드리갈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과거 자신의 아픔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않고 말이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이기에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 애니메이션일수록 사소한 디테일에도 주의를 가져야한다. 디즈니가 만들어진 20세기 초반과 현재는 사회가 너무나도 다르다. 현대는 사회가 말하는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가족 속에서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는 주체적인 캐릭터가 필요하다. 


  디즈니 영화는 가족이 주는 무조건적 사랑, 따스함의 감동을 강조한다. 때문에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주는 편안함을 찾게 되고, 이러한 내용에 익숙해진다. 항상 재미있게 디즈니 영화를 보고나서 찝찝했던 이유도 디즈니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익숙해진 내 모습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디즈니식 서사’를 보고 감동받고, 인생영화라고 말하며, 눈물지어야 할까. 다양한 모습을 디즈니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이 디즈니 영화 속에서 표면적 다양성이 아닌 본질적 다양성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얼마나 기다려야하는 것일까.



74기 권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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