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Arrival)에 대하여
*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 영화 <컨택트>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에이미 애덤스, 제러미 레너 외 다수
제작 - 숀 레비, 데이비드 린드, 댄 러빈, 캐런 룬더, 에런 라이더
배급 - 파라마운트 픽처스, 소니 픽처스 릴리징 인터내셔널, UPI 코리아
장르 - SF, 드라마
시놉시스 -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쉘)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했다.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아담스)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제레미 레너)를 통해 외계 비행 물체(쉘) 접촉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18시간마다 아래쪽에서 문이 열리는 외계 비행 물체(쉘) 내부로 진입해 정체 모를 생명체와 마주하게 되고, 이들은 15시간 내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데...
2016년에 개봉한 ‘컨택트(원제 Arrival)’는 테드 창 작가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든 영화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언어가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공존이다.
우선 첫번째 주제에 대해 살펴보자면 주인공인 루이스의 직업은 언어학자다.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존재로 이론 물리학자인 이안이 등장한다. 직업적 특성으로 둘은 헵타포드의 문자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루이스는 사고의 표현으로써 언어를 분석하는데 더 집중하고 이안은 문자의 수리과학적 패턴에 더 집중한다.
서로 협력하며 둘 모두 헵타포드의 문자를 연구하고 직접 소통을 진행하였음에도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고방식을 습득한데 반해 이안은 그러지 못했다. 이러한 결론을 통해 감독은 루이스의 손을 들어주며 기호로써 언어를 표시하는 문자의 개념을 넘어서서 사고의 현신으로써 문자를 정의한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든 두 질문에 대한 감독의 답은 ‘미래는 결정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인간이 자유의지가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이다. 영화의 주인공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문자와 언어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을 하지는 않지만 단순히 미래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를 바꾸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선택한다.
먼저 미래를 ‘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를 알 수 있기 위해서는 미래가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미래를 안다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서 루이스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루이스는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허무주의에 빠지지는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정해진 미래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루이스 역을 맡은 배우 에이미 아담스가 보여준 연기는 감독의 의도를 완벽하게 묘사한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독이 미처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 중 한 가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자신의 모든 생애를 전부 인지하고 동시에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면 생기는 문제가 있다. 바로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존재라는 점이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일생에 걸쳐 전 시간대에 의식이 공존한다는 것은 죽음을 경험함과 동시에 삶을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살아있는 매순간 죽고 있다는 말이다. 영화상에서 헵타포드 종족과 미래의 인류는 모두 이런 역설적인 존재가 된다.
73기 강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