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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M Mar 21. 2022

[5] <윤희에게>가 던지는 질문들

영화 <윤희에게>에 대하여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영화 <윤희에게>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있습니다




윤희에게 (2019, Moonlit Winter, 대한민국)


감독 - 임대형
출연 -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성유빈 외 다수
제작 - 영화사 달리기
배급 - 리틀빅픽쳐스


장르 - 드라마, 멜로, 로맨스, 퀴어

시놉시스 - 겨울, 모녀는 단둘이 산다. 고등학생 딸은 우연히 엄마에게 온 편지를 읽고 그녀가 한평생 숨겨온 비밀을 알아챈다. 그렇게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여행이 시작된다. 하얗게 눈이 내린 고요한 마을 오타루, 이곳에서 모녀는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한편, 설레는 추억을 쌓아 나간다. 거기에 엄마의 이루지 못한 지난 사랑이 있고 딸이 이루어 나갈 새로운 사랑이 있다. 반면 이들을 맞이하게 되는 이가 있다. 얼마 전 아버지를 잃고 고모와 단둘이 살며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바로 모녀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비밀의 인물이다.




  영화는 감상의 시간인 동시에 순간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영화를 보던 순간과 그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간과 계절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22년 1월인 지금,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는 무엇일까? 나는 바로 <윤희에게>라고 생각한다.



   <윤희에게>는 사람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질문은 바로 ‘겨울은 과연 차갑기만 한 계절인가?’이다. 사람들은 겨울 하면 대개 외로움을 떠올린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나 가지고 놀 때는 즐겁지만 결국 녹아서 사라지고야 마는 눈은 그 쓸쓸함을 부각한다. <윤희에게>의 인물들도 이처럼 모두 외로움을 가득 안고 살아간다. 새봄은 윤희와 같은 공간에 있어도 공명하지 못하고, 윤희는 자기 자신에게서도 소외되었으며, 쥰은 하고 싶은 얘기를 편지에 적어두지만 부치지 못한다. 이들의 외로움은 윤희에게 온 편지를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새봄과 윤희가 오타루로 여행을 떠나며 이들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윤희와 쥰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할 뿐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렇듯 겨울은 고독으로만 가득 찬 계절이 아니다. 겨울은 한 해를 매듭짓는 동시에 쓸쓸함이 따스함으로의 변화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또한 겨울의 상징인 눈은, <윤희에게>에서는 따듯함의 상징으로 기능하며 겨울이 마냥 차가운 계절이 아님임을 더 부각한다. 윤희는 새봄과 눈싸움을 하며 더 가까워지고, 눈이 밟히는 사각사각 소리는 윤희와 쥰이 재회하고 느꼈을 그 감정을 대신 말해준다.


  <윤희에게>가 던지는 두 번째 질문은 바로 ‘왜 새봄에게 쉬운 것들이 윤희와 쥰에게는 그렇게 어려웠을까?’이다. <윤희에게>는 새봄과 경수의 연애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그 둘의 연애는 평탄하다. 물론, 그 둘도 나름대로 고민과 다툼이 있겠지만, 이들의 연애는 숨겨야 할 일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학교에서도 자연스럽게 둘이 같이 다니고, 경수도 오타루로 여행을 가서 일본에서도 새봄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연인으로 지낸다. 새봄과 경수에게는 연인이라는 호칭, 사랑한다는 말, 외부에서 연인으로서 있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정말 쉬운 일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새봄과 경수가 연인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윤희에게>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일이 왜 윤희와 쥰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걸까? 왜 윤희와 쥰의 사랑은 부치지 못하는 편지가, 비밀이 된 걸까?



  이 두 질문과 더불어서, 새봄이라는 캐릭터의 활용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봄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도 통통 튀는 캐릭터로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한다. 또한 새봄은 일본으로의 여행을 주도하고, 윤희와 쥰의 재회를 도우면서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새봄’이라는 이름을 지닌 캐릭터가 이렇게 겨울 이야기를 이끄는 것 자체가 어쩌면 겨울은 따스함의 시작임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윤희에게>는 쓸쓸해 보이지만 사랑으로 가득 찬 영화이다. 새봄과 경수의 사랑, 새봄과 윤희의 사랑, 쥰과 마사코의 사랑, 그리고 윤희와 쥰의 사랑. <윤희에게>의 인물들은 이 다채로운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또 용기를 얻는다. <윤희에게>는 관객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질 뿐만 아니라 사랑을 크게 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영화다.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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