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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Sep 01. 2023

2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중학교 반회장의 책임감과 무게

하교를 기다리는데 첫째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와는 다른 아이의 목소리, 분명히 코감기가 시작되었거나, 울었다는 증거..

나는 울었나고 물었고, 아이는 감정에 북받쳐 나를 만나 조수석에 앉자마자 울었다.


회장이라는 무게감, 책임감,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대한 속상함, 속상함을 위로해 주는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 여러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중학교 친구들이 너무 좋은데 힘들게 할 때는 버겁고, 이렇게 학교생활이 재미있었던 시기도 처음이고, 힘든 것도 처음이라며 이야기를 쏟아내는 아이.


나는 옆에서 듣고 있었고, 다 말하고 다 울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예약한 치과도 취소하고 오늘은 집에 가서 기분이 풀릴 때까지 하고 싶은 것만 하자고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이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꼭 넘어야 할 일들이다.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이 모여 생활하면 이런저런 일들이 없을 수는 없지만 엄마의 마음속은 답답하긴 하다.


좋았던 기억이 있는 만큼 힘든 기억도 있고, 하루에도 우리는 수많은 감정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고 이야기하며 아이와 짧은 하교시간을 끝냈다.


어제 읽었던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 중 인생 부분 중 보왕삼매론이 떠올랐다.

오늘은 이 글을 보여주며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이미 백 점짜리 회장이니 책임감과 무게를 잠시 내려두자고 했다.

아이가 긍정적으로 잘 이겨내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조금 더 성장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


아이는 집에서 달달한 간식과 즐겨보던 미드를 보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고, 안정을 되찾은 뒤 아이의 페이스대로 돌아왔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아이에게 가장 좋은 약은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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