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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Oct 12. 2023

28. 전문육아로 살아가는 엄마의 행복

딸이 쓴 글을 보면서 함께 울었다.

오늘 아침 딸이 울었는지 눈이 부어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조금은 놀라서 아이를 바라보니 아이가 꼭 안아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아침부터 너무 행복한 이 느낌…


딸은 책을 내기 위해 현재 글을 쓰는 중이다.  

1학년을 마무리할 즈음을 기한으로 정하고 작은 제목에 하나씩 글을 채워가고 있다.


어제는 가족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한다. 

아빠 이야기, 엄마 이야기를 쓰다 말고 가슴이 아려 와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그 여운이 아침까지 간 것이었다.


글을 보여줘서 나도 아침에 읽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둘이서 같이 앉고 펑펑 우는데 내가 이런 좋은 엄마로서의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지만 항상 엄마의 길을 응원해 주고 기다려주는 아이들 덕분에,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고, 아이들이 있어서 내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아이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가 돌이 지나고 13개월 무렵 새로운 직장에서 구인 제안이 들어왔다. 

좋은 조건이었고, 그래서 면접을 보기 위해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로 했다.

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으면서 연습을 했고, 아이는 엄마가 있다는 안도감에 친구들과 잘 지내는듯했다.

그때는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둘이서 같이 벌면 더 좋은 집으로 이사도 가고,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아이를 혼자 두고 어린이집을 나오는 순간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밖에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 정신이 혼미했다.  


가까운 거리라 괜찮을 것이라는 나의 착각은 정말 착각이었다. 

가까이 있으니 아이가 더 걱정이 되어 있을 수가 없었다.


면접장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못 할 것 같다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다시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는 다행히도 친구들과 놀고 있었지만 엄마를 보고는 울음을 터트렸다. 

적응 기간이 있다고는 했지만 아이에게 엄마가 없는 순간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아이를 안고 집까지 돌아오면서 다시는 엄마가 우리 아기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약속을 하고, 함께 신나게 놀고 아이가 두려움에 느꼈을 그 시간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계속 안아주고 정성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외벌이도 어렵지 않게 살았지만, 돈보다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나에게는 돈보다 중요했다.


누군가 내게 아이만 바라본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아이만 바라보면서 살지 않았다. 

내가 공부하고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면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을 기관에 맡기고 내가 나의 일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행복하고 착한 아이들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문 육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육아를 그냥 하는 것이 아닌 전문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이다. 

자녀교육의 전문가, 돌봄의 전문가, 아이 마음 전문가, 책 전문가, 집안 환경 전문가 우리 엄마들은 전문 육아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큰 아이가 14살 둘째가 12살이다. 

나도 14년 전문 육아를 했으니 육아전문가라고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젠 육아도 전문가 시대다.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공부하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배우고 미래를 앞서가는 것만이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해야 할 것을 찾아가며,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주도적인 성인으로성장할 수가 있다.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엄청난 공부를 하고 자신을 돌볼 시간도 없는 채 살아간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추천하는 이유이다. 

힘들 때 글을 써 보고 지난 일에 대해서 생각을 입히며 글로 풀어내면, 생각지 못한 감동과 함께 아이를 더 좋은 길로 안내한다.


두 아이들이 책을 내는 과정을 통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다시 마음을 잡는 기회가 되었다. 

나의 부족한 점을 찾고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하게 된다.


오늘은 아이의 감동적인 글에 행복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닌 서서히 조금씩 차오르는구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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