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 ㅜㅜ
금요일 아침부터 속이 불편하다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집 앞 내과에 갔더니 급체라며 약과 링거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근데 아이의 구토는 나아지질 않았다.
저녁부터는 좀 괜찮은 듯했지만 토요일 아침에는 아이가 오른쪽 배의 복통을 호소했다.
내가 만져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응급실로 전화를 했다. 맹장염이면 급하지 않으면 수술을 바로 못 한다는 병원과 소아내과 담당의가 없다는 종합병원 응급실. 만 15세 이상이 아니라 진료가 어렵다는 어이없고 영혼 없는 멘트만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준종합병원에 외과가 있어서 갔더니 웬걸 마취과가 토요일 쉰다고 수술은 못 하고 검사와 진단만 받고 다른 병원을 가라고 했다.
아이는 아파서 축쳐저 있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동네맘카페에 sos질문을 남겼다.
급한 마음을 알아주는건 역시 엄마들 뿐이었다. 한두 명씩 댓글을 달아주셨고 겨우 다른 응급실에 소견서를 제출한 후 아이는 2시 40분에 수술실에 들어가서 4시경에 입원실로 돌아왔다.
아파하는 딸을 보니 눈물만 나고, 온몸에 통증이 느껴지는 듯했다. 아이는 다행히 빠르게 회복을 했고 지금도 회복 중이며, 내일 오전에 퇴원할 예정이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아이는 책을 읽고 영어 문법공부를 하고 있다. 지루한 병실 생활도 오늘이면 끝이니 조금만 힘내자.
얀 아프고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았지만 그래도 방학중이고 아빠가 휴가 중이라 아이에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수술실 들어갈 때 나는 온갖 생각들로 겁이 났다. 차라리 내가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
첫째는 웃으며 걱정마라며 아이는 나를 오히려 다독였다.
아직도 애기 때 얼굴이랑 별차이도 없는 딸이 아픔을 참고 견뎌내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울컥했다.
좋은 엄마들의 빠른 댓글과 토요일 긴급으로 수술해 주신 외과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편과 둘째 잘 있어줘서 고맙고,
잘 이겨내고 회복 잘하고 있는 딸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인생에서 어떤 순간에서도 난 너희들 곁에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살아보니 건강해야 하고 싶은 것도 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체력적으로 아직은 많이 안 따라주니 참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어떻게든 잘 견뎌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