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촬영
어제, 아이들과 함께 서울에 다녀왔다.
한참 바쁘고 정신없는 중간고사 와 각종 행사를 끝낸 직후였지만, 이 날만큼은 꼭 시간을 내고 싶었다.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마음껏 펼쳐보는 기회, 바로 유튜브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촬영은 4월 초부터 약속해두었던 일정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을 때로 날짜를 잡았다.
아이들에게는 ‘영어 말하기는 연습이 아니라 평소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별도의 연습을 시키지 않았다.
물론 나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정말 괜찮을까? 아이들이 당황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촬영을 며칠 앞두고 슬며시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이들은 왜 그런 걸 해야 하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서 나는 알 수 있었다.
‘아, 이 아이들은 준비가 되어 있구나. 연습보다 더 깊은 내공이 이 안에 있구나.’
그래도 혹시 몰라, 촬영 하루 전 날
아이들과 짧게나마 즉흥적으로 몇 문장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훨씬 유창했고, 무엇보다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긴장을 즐기는 모습조차 느껴졌다.
그 모습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론 조금은 울컥했다.
이렇게 성장했구나. 이토록 단단해졌구나.
촬영 당일, 우리는 오전 8시에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촬영은 10시부터였지만, 미리 도착해 아이들의 컨디션과 의상을 체크했다.
첫째는 전날 밤사이 배가 좀 아파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둘째는 목소리가 약간 잠겨 나올 듯 말 듯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픈 기색 하나 없이, 자기 몫을 묵묵히 해냈다.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았고, 대답 속에는 자신감과 진심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계속해서 조용히 숨을 골랐다.
속에서는 몽글몽글한 마음이 들었다. 긴장보다는 멋지다는 느낌. .
인터뷰 중, 원어민 인터뷰어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들은 친구를 만난 듯 웃으며 질문에 답을 했다.
촬영팀도 “아이들이 이렇게 유창하게 말하는 건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원어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영어는 이미 원어민 수준이에요. 영어를 이렇게 잘하니, 다음엔 다른 언어에도 도전해보면 어떨까요?”라며 조언을 해 주었다.
지금 두 아이는 스페인어. 일어를 하고 있다. 매일 십분씩 각자 좋아하는 언어를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영어가 도구가 되어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간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아이들은 오늘, 단순히 영어를 말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주어진 상황을 이겨낸 용기와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처음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던 날들을 떠올렸다.
단어 하나에 웃고, 문장 하나에 울던 날들.
잘하고 있는 건지 끝없이 자문하던 밤들.
그러나 오늘, 그 모든 시간들이 하나의 문장처럼 이어져
아이들의 눈빛 속에, 말 속에, 자신감 속에 피어올랐다.
그날, 나는 또 한 번 아이들에게 배웠다.
두려움보다 도전하는 마음이 더 빛난다는 것을.
완벽함보다 진심이 더 감동을 준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들이 얼마나 크고 넓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인지.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
교보문고에 잠시 들러 아이들이 원하는 원서와 책을 샀다.
자신들이 번 돈으로 사고싶은 책을 사는 건 꽤나 자랑스러웠다.
지친 아이들은 차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고,
나는 뒷좌석에서 자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길을 함께 걸어온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용감하게 성장해준 아이들에게도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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