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Jun 25. 2023

6. 우리는 비장애인이야.  
인성 바른 아이로 키우기

여름 휴가 물놀이장 에피소드

6년 전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7월 무더운 여름 우리 가족은 강원도 쪽으로 여름휴가를 갔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물놀이장을 갔고, 우리 가족은 거기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실내외 물놀이장은 인산인해로 물반사람반이었다.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한여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물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실내 물놀이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실내는 사람소리, 물소리, 폭포처럼 쏟아지는 워터풀의 물소리때문에 바로 옆의 아이의 목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물놀이를 실컷 한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바로 앞에 있는 핫도그가게에 갔다. 

남편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러 갔다.

우리는 벽 쪽에 위치한 자리를 잡았고, 음식과 음료를 주문한 뒤 물기를 닦으며 기다리는 중이었다.  

갑자기 내 앞에 앉아 있는 첫째의 눈이 동그래지며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뇌성마비가 있는 남자아이와 아빠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첫째 아이가 보는 시선을 내 쪽으로 당기고, 아이에게 말을 했다.

"몸이 불편한 친구가 왔네, 물놀이를 좋아하는 가보다,  우리가 보면 불편해 할 수 있으니 보지 말자."라고 했다.

우리 옆에 자리에는 4인가족이 이미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었고, 그 옆자리에 아이와 아빠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는 아이가 앉기에는 불안해 보였지만 아빠의 도움으로 앉는 것 같았다.

그 아이 아빠는 주문을 하고 다른 가게에 음료를 사러 갔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거리였다.


난 속으로 혼자 남겨진 아이가 다칠까 걱정이 되었다. 

옆자리에 있던 가족은 다 먹고 자리를 뜬 상태였다.


아이가 아빠를 부르기 시작했고, 음식이 준비되었다는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아이는 떨어진 종이를 주우려고 애를 쓰는 듯했다.

아이가 거의 넘어질거 같았다.


수영장 내부의 바닥은  물도 많았고,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넘어지면 큰일 날 것 같았다. 

아빠는 아이의 현재 상황을 모르는지 주문을 하기 위해 옆가게에서 줄을 서 있었다.


첫째에게 둘째를 부탁하고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내가 도와줘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고맙다고 했다.

그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바로한 뒤 그 아이의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딸들과 나는 바라보며 웃었다.

5분이 지났을까 그 아이 아빠가 도착했고 인사를 건네고 우리 자리에 왔다. 

그 사이 남편도 와 있었다.


첫째가 운다. 

놀라서 왜 울어? 물었다.

“엄마는 천사 같아. 너무 착해. 그냥 엄마 보니까 눈물이 나...”


아이들 덕분에 천사가 되었다.


장애인은 우리와 다를 뿐이지,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다. 

몸이 불편한 아들과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온 아빠가 참 훌륭하게 보였다.

우리가 물놀이장에서 나오는 시간에 부자는 파도풀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이 기억이 난다.

올여름도 그 아이는 물놀이장에서 시원한 여름을 가족들과 보내고 있겠지....

첫째가 8살, 둘째가 6살 때의 일이라 난 잊어버렸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며 우리 엄마 최고야라고 해준다.   


두 아이 모두 봉사하는 걸 좋아하고, 배려심이 깊다고 선생님들께서 말씀을 많이 해 주신다.  

잘한다고 잘난 척하지 않고, 모르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가르쳐 준다는 아이들.

참 고맙고 감사하다...



학년을 마무리하는 겨울방학 종업식에는 선생님들이 종합의견을 남겨주신다. 

공부 잘한다는 글보다, 인성이 바르며 배려심이 깊다는 글이 가장 자랑스럽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모방하며 많 것을 배운다. 

나보다는 남편이 착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많이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과 글이 아이의 행동과 말과 글로 표현되어 아이의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오늘도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도 사람인지라 실수투성이다. 

나의 실수를 통해서 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마음과 긍정적인 태도라고 믿는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더 필요하고 요구되는 인재상이 아닐까?


오늘 글을 첫째가 읽어보면서 또 눈물을 흘린다. 

사춘기 감성은 아닌듯하고...

그때의 기억이 아이의 기억 속에도 따뜻하게 녹아 있는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초5 미래 작가의 소설 쓰기 강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