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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Aug 23. 2023

16.순수함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어떤 입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아이들이길

카페에 3살 4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이 모르는 사이인데도 서로의 간식을 나누고 있다. 

아이들의 세상은 정말 순수하고 희망이 넘치는 모습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이나 간식은 절대 받지도 말고, 먹지도 마라는 당부를 아이에게 전해왔다.  

요즘 세상이 워낙 무서워진 이유도 있다.


학교 앞에서 나눠준 젤리를 먹고 복통에 시달려 병원에 갔다는 소식과 이상한 마약 음료가 학원가를 돌아다닌다는 소리, 할머니가 이상한 물건을 보이면서 ‘사지 않아도 되니 냄새만 맡아봐라’는 말에 냄새를 맡는 순간 기절해 버린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자식을 키우는 나는 그런 험한 소식들에 불안해진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아기들의 순수한 모습은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모르는 아이에게 간식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 그 마음과 받고 난 후 나의 것도 나누고 싶다는 그 순수한 마음이 정말 천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순수함이 아이들이 자랄수록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사회는 점점 어두워지고, 경쟁으로 몰리고, 건물에 갇혀 있는 아이들은 힘들어지고 있으니,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도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가 나의 경쟁자가 되고, 인공지능과 경쟁하며 아이는 점점 감성을 잃어가는 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 출산율로 이어질 텐데, 입시경쟁과 교육으로 인한 경제적인 지출이 감당이 안 되는 젊은 세대들은 자녀 출산을 미루고 있다. 

내가 지금 세대여도 출산에 대한 생각을 고민할 것도 같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날 때만 해도 백호랑이띠니, 흑룡 띠니 해서 60년 만에 오는 좋은 띠라고 출산율이 많이 높았다. 

그래서 경쟁률이 어딜 가도 높았다. 

유치원 경쟁률부터, 초등 입학생 정원, 중등 배정까지 다른 띠 아이들보다 유독 심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이들이 잘 적응해 주고 학원을 안 보내니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 편이긴 하다.


중학교에 가서 수행이니, 지필이니 평가를 하다 보니 아이도 처음 보는 시험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기출문제를 한 번 풀고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문제집을 사달라고 해서 사주었다.


언제까지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 건지 나는 솔직히 답답하다. 

아이들은 누군가 꽁꽁 숨겨놓은 답을 찾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무슨 숨은 그림 찾기 하이레벨처럼 우리말을 어렵게 만들기 대회를 하는 것만 같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킬러문항에 대한 언급은 일파만파 파장이 일어났다. 

킬러문항이 있던 없던 사교육 시장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사교육이 없이는 안 되는 시장구조가 이미 형성이 되었고, 아이들도 부모들도 학교보다는 사교육을 더 믿고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런 교육에 대한 소식은 알면 알수록 복잡하다. 

누굴 위한 의견인지 누굴 위한 정치인지를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위한 결정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하게 현장의 이야기를 좀 더 귀담아듣고 난 후 토론을 통해서 제대로 된 제도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면 나는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든다. 

바뀌는 입시제도에 아이들과 부모들만이 답답하다. 


결국은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도전과 실패 속에서 메타인지가 생기고 자기 주도적인 공부로 중고등과 대학 생활을 보내야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생각했던 교육에 대한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일기처럼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내 삶을 글대로 지켜내기 위해 애를 쓰면서 살았던 것 같다. 

쓰면서 나는 성장하고 아이들은 바르고 내면이 탄탄한 아이들로 성장했다.


가끔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면 안아주기도 하고, 웃으며 말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릴 적 자신들의 동영상을 보며 한참 추억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아이들과 한참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현재 살아갈 이유와 힘을 찾아가는 듯했다.


더 순수했던 그 시절을 보면서 지금 힘듦을 이겨내는 아이들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어릴 때 사진을 보면서 웃으면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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