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다른 색의 하늘은, 내가 올려다보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제부턴가 새해의 그 기분 좋은 어수선함이 사라졌다. 자정이 되어 주고 받다가 한 시간이 지나는 그런 새해 인사는 귀찮아졌고. 문득 몇 해 전 친척들을 떠올린다. 왁자지껄하던 새해 할머니집이 이제는 조용해졌다.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고 꺄르르대던 어린 사촌 동생은 어느새 교복을 입고 내게 높임말을 쓴다. 가족끼리 마주치지 않게 다른 날짜에 방문한다. 비단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나는 집에서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살짝 기대한다. 지난 해의 다이어리와 독서기록장 속지를 빼내고, 새 속지로 새롭게 세팅한다. 연도에 하나가 더해지고, 늘어나던 숫자는 1과 1로 리셋된다.
많은 사람들이 신년마다 생각하는 한 마디가 ‘올해는 또 얼마나 멋질까!’였으면 좋겠다. 새로울 것 없는 ‘새’해지만, 아무튼 다짐할 것은 많지 않나. 사람들은 특정 숫자에 집착한다. 1월 1일 혹은 1일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충분한 자극제가 된다.
작년부터는 나에게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그간 배우고 싶었던 것을 더 배워보려고 한다. 일명 갓생 살기..! 동경하던 분야 안에 내가 들어가는 것은 꽤나 감회가 새롭다. 나의 경우엔 그것이 음악이다. 감상자에서 창작자가 되는 과정은 참 흥미롭고도 자극적이다.
‘새롭다.’ 매일 다른 하늘은 살아있음을 감각하게 한다. 매일 다르다는 것은 새롭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날마다 다른 모습과 다른 색깔을 보이지만, 내가 올려다보면 하늘은 항상 그곳에 있다. 새로움과 항상성의 양립. 새로움과 항상성은 영감과 자극을 주는 동시에 안정감을 준다. 안정감이 있기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벌써 1월의 끝자락에 닿을락 하고 있다. (이걸 읽는 분들은 신년 계획을 다시 상기시키시길!) ‘올해는 또 얼마나 멋질까!’로 시작해서 행복한 한 해가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울 것 없는 새로움>
스물 둘이 믿기지 않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