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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하 Jan 10. 2022

곰삭거나 수더분한

인생은 탐험이다

우리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수반되는 형상도 우아하고 매력적인 면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빵을 굽다 보면 몇 군데 균열이 생기는데, 이런 균열은 어떤 의미에서는 빵 굽는 사람이 의도한 바에는 어긋나지만 우리의 주목을 끌어 나름대로 식욕을 돋운다. 무화과는 가장 잘 익었을 때 갈라지고, 농익은 올리브도 썩기 직전에 나름대로 아름답다. 고개 숙인 이삭, 사자의 주름진 이마, 멧돼지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거품 등은 따로 떼어서 보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수반되는 까닭에 그것들을 돋보이게 하고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위 문단은 마르쿠스 명상록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바쁜 일상 탓에 의미를 흘려보낸다. 성공한 뒤에 삶과 자신의 의미를 찾으려고 생각을 미룬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수반되는 것은 흉할지라도 돋보이기에 아름답다. 그 자체로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름다운 것을 상대적으로 예뻐 보이게 한다는 말이 아니다. 함께 있기에 조화로운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이건 미(美), 이건 추(醜)라고 규정짓지 말자.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하며, 미와 추의 조화가 바람직하다. 세상의 미를 좇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현상에서 우리는 곰삭거나 수더분한 매력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고정된 실체는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유동적으로 변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 아름답더라도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 반면 지금 아름답지 않은 것은 어떤 현상과 어우러져 숭고한 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좇는 미가 아닌 새로운 개념의 미를 정의할 수도 있다. 다만 추를 억지로 미라고 일컬을 필요는 없다.


 우리 인생은 탐험이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모험을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짧은 인생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거나 나의 실존에 대해 자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하기 힘들다. 험난한 모험 속에서 끝내 자신의 미, 자신 자체를 찾고 나아가는 것은 분명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한다. 나는 삶의 주체가 찾아야 하는 '나', 즉 삶의 본질을 미로 정의했다. 미는 모두에게 다르게 존재하고 다르게 실현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아름답다.


 어쩌면 아름답다는 말은 꽤나 진부하다. 그렇지만 인생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내 인생의 연출은 내가 된다. 인생을 멋대로 주무를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항상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뛰어난 미래의 자신을 갈망하곤 한다. 겉멋에 덧붙는 배움에 대한 갈증. 배우고 싶은 갈망과 욕구, 그리고 배우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 걸까. 이런 것들이 정체성이 되고 각자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곰삭거나 수더분한>

스물 하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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