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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규 May 19. 2019

사주팔자를 믿습니까?

명리학과 생의학

사주팔자를 믿습니까?     

사주팔자는 인간의 운명을 알아보는 네 가지 요소와 그를 표현하는 여덟 글자를 뜻합니다. 사주(四柱)는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을 뜻하는데,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가리킵니다. 팔자(八字)는 여덟 글자인데, 연월일시를 간지(干支)로 표현한 것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팔자 가운데 두 글자가,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사람들은 팔자 가운데 네 글자가 같습니다. 사주팔자를 풀어보면 그 사람의 타고난 운명을 알 수 있다 해서 통상 운명이나 숙명의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사주는 간지로 나타내는데 ‘간(干)’은 10가지이므로 ‘십간’이라 하고, 사주의 윗 글자에 쓰이므로 천간(天干)이라고도 하니다. ‘지(支)’는 12가지이므로 ‘십이지’ 또는 사주의 아랫 글자에 쓰이므로 지지(地支)라고도 합니다. 천간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의 10가지이며, 지지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의 12가지입니다.     

천간과 지지는 모두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 분류되고 또 방위와 계절 등을 나타냅니다.  지지는 이밖에도 절후(節候)·동물(띠)·달(月)·시각 등을 나타냅니다. 천간과 지지가 처음 만나는 갑자부터 마지막으로 만나는 계해까지, 육십갑자(六十甲子, 六甲)가 되는데 사주는 이 육갑으로 표현됩니다. 가령, 1911년 8월 25일 하오 6시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신해(辛亥: 연주)·병신(丙申: 월주)·정묘(丁卯: 일주)·기유(己酉: 시주)와 같이 됩니다. 사주를 세우는 데는 정해진 법식이 있으나 너무 번거로우므로 흔히 『만세력(萬歲曆)』을 이용합니다. 왜냐하면, 『만세력』은 약 100년에 걸쳐 태세(太歲)·월건(月建)·일진(日辰)이 육갑으로 적혀 있어 찾아보기에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명리학적 설명은 생략합니다)     

명리학에서는 정해진 법식에 따라 세워진 사주가 그 사람의 운세를 함축한다고 봅니다(명리). 그리고 사주의 구조를 분석, 종합하여 그 사람의 길흉화복을 추리합니다(추명,推命). 흔히, “사주를 본다.”는 말이 곧 그것입니다. 추명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그 사람의 선천적 숙명을 판단하는 일이요, 둘째는 이른바 피흉취길(避凶就吉)의 방도를 찾는 일입니다. 사주로 알 수 있는 것은 성격이나 적성 등 인성(人性)에 관한 사항, 부모·형제·부부·자녀 등 대인(對人)에 관한 사항, 관운·재운·학운 등 운수(運數)에 관한 사항, 그밖에 건강·상벌·재앙에 관한 사항입니다. 이러한 사항들은 고정적인 것도 있으나 시간에 따라 유동하기도 합니다. 10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을 대운(大運)이라 하고, 1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을 세운(歲運)이라 하는데, 길게는 몇 10년 동안으로 넓혀 보기도 하고 짧게는 달이나 날이나 시각으로까지 세분해서 보기도 합니다. 사주의 개운법은 사주 자체로가 아니라 사주를 다른 술법(術法)에 원용하여 흉화(凶禍)를 길복(吉福)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좋은 이름, 길한 방위, 잘 맞는 궁합 등은 그 사람의 운세를 좋게 변화시킨다는 것인데, 이것들은 모두 사주에 따라서 조정됩니다. 이상은, [네이버 지식백과] 사주 [四柱]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참조.     

이른 아침부터 사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육십갑자(六十甲子, 六甲)를 일순(一巡)한 요즘 “사람에게는 정해진 운세가 있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서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대략 10 년 단위로 저의 운세가 늘 크게 요동쳤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는 것입니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대운(大運) 이야기가 실감이 된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좀 ‘신경증적’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 일생의 기간 중 단 한 번도 제 예감을 벗어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도 좀 신기합니다. 심지어는 5,6 년 정도의 앞날이 얼핏얼핏 보였던 적도 자주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어떤 운세가 없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드는 까닭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입니다만. 그러면서 또 한 가지 호기심 어린 의문이 듭니다. 이제 인간의 수명이 120세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말이 많은데 그것도 육십갑자의 효용성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육갑이 2회 반복된다는 것이니까요. 이를테면 120세 평균 수명 시대가 도래하면 초육갑(初六甲)과 재육갑(再六甲) 문제가 명리학에서 대두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초육갑이 그대로 반복 순환될 것인지, 아니면 역순이나 반전의 재육갑이 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반순반역(半順半逆)이 될 것인지, 한층 경우의 수가 다양해 질 것도 같습니다. 젊을 때 이쪽 공부를 많이 한 한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결혼이나 취직 운 같은 것은 아주 간단하제. 그런 것은 바로 나와.”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같이 있던 두 사람의 총각 결혼운을 바로 봐준 일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명중이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사주를 한 번도 본 일이 없습니다. 앞의 그 선배도 제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사주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육갑을 다 보냈으니까요. 있다면 남은 여분(餘分)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것 정도입니다. 대략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제가 살면서 받아온 각종의 은사(恩賜)들을 되돌려 주는 일을 좀더 계획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합니다. 내친 김에 명리학에 이어서 생의학 쪽의 이야기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생물인구통계학자인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The Quest for Immortality』의 저자 올샨스키는 유명한 노화(老化)학자인 스티븐 어스태드와 인간의 최대 수명을 놓고 공개적으로 내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세한 내기 내용이 당시 우리나라 일간 신문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어스태드는 앞으로 150년 안에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한 반면, 저자는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있다. 놀라운 생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의 최대 수명이 왜 쉽사리 늘지 못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의 근거들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이른바 ‘생명표의 엔트로피’ 현상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기대 수명을 85세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20세기 초 미국인들의 기대 수명은 45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공중위생과 의학의 발달로 사망률이 급격하게 줄어 불과 100년 만에 78세로 늘었다. 하지만 이제 사망률을 줄여 기대 수명을 늘이는 것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저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50세 이전에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대 수명은 겨우 3.5년밖에 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우리의 기대 수명이 절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끝부분이 닳아 없어지는 걸 방지하는 방법을 찾는다거나 장수 유전자를 발굴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운동을 제외한 그 어느 노화 방지약이나 수명 연장제도 다 소용이 없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최재천, 『통섭의 식탁』, (인용문 인용자 일부 조정)]     

늙어서 좋은 일은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입니다. 가급적 있는 그대로 세상을 봐주기만 하면 됩니다. 젊어서는 사는 게 복잡했습니다. 경우의 수가 여럿 있는 듯했기 때문이지요. 비교도 많이 하고 분노도 많았고 분발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팔자소관이었다 생각하니 한결 신관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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