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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규 Jul 05. 2019

칼과 그림자

싸움의 기술

칼과 그림자  

   

검도를 두고 ‘싸움의 기술’이라 칭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와의 싸움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는 운동이라는 뜻입니다. 신체 활력을 증진시키고 묵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도 좋은 운동입니다만, 검도의 효용은 그 ‘싸움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크게 드러납니다. 무엇이든 몸으로 익히다 보면 자신의 허약과 나태를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사람이란 것이 그렇게 완전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검도는 격하게 ‘치고 받는 것’을 주로 하다 보니 그런 자기 발견(?)을 수시로 하게 됩니다. 현실에서 유지하는 각종의 사회적 체면들이 깡그리 날아갈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 대목은 언젠가 얼굴(호면, 가면)에 대해서 말씀드리면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그림자가 올라올 때(혹은 일부러 끌어낼 때),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호면을 벗고) 눈 감고 호흡을 고를 때, 검도라는 오래된 지혜에게(그것을 전수해 준 선생님들께) 큰 감사의 염(念)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30여 년을 뒤돌아보니 단 하루도 몸이 성한 날이 없었습니다. “몸 잘 되자고 하는 게 운동인데 그렇게 부상이 끊이지 않으니 뭔가 잘못 하시고 계신 것 아닌가요?” 언젠가 친구 부인이 제게 한 말입니다. 그때는 별 생각 없이 듣고 넘긴 말이었는데 요즘 들어 그 충고가 자주 떠오릅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분수를 지키며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지혜 전수자’의 역할을 다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과하게 집착하는 것은 신경증이겠죠? 적당한 수준에서 자기 극복도 하고 신체 단련도 하고 지혜 전수도 하는 게 그야말로 ‘운동’일 것입니다. ‘몸 사람’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수준만 유지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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