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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규 Jul 26. 2019

글쓰기 인문학 10강 기본편

출판사 서평

<글쓰기 인문학 10강 기본편> 출판사 서평


<글쓰기 인문학 10강 기본편>은 본격적인 글쓰기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페이스북에서 활발한 인문학 관련 글쓰기를 펼치고 있는 양선규 교수가 그동안의 글쓰기 체험을 충분히 녹여서 설명, 묘사, 서사, 논증, 글쓰기 병법 등 다섯 가지 글쓰기 기초 영역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40년 동안 소설, 수필, 평론, 논문, 칼럼 등을 써오면서 하나씩 체득한 것들을 글쓰기의 핵심 요령으로 추려 실었고, 스스로 쓴 예시문 위주로 한 편의 글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필요한 것 이상의 글쓰기 이론은 다루지 않는다. 글쓰기 공부는 표상적 지식이 아니라 절차적 지식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기본 생각 세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글쓰기에는 이론이 없다: 글쓰기에는 이론이 없다. 글쓰기는 온전히 실기(實技) 영역에 속한다. 시중에 나도는 글쓰기 이론이라는 것들은 대개는 표상적 지식에 머무는 것들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실천의 의무나 자득(自得)의 과제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생각하기(아이디어 생성 및 목표 설정), 글감 찾기(제재 선택 및 전략 수립), 글쓰기(목표의 구체화 및 조직), 글다듬기(정교화 및 수정) 등으로 글쓰기의 진행 과정을 벽돌쌓기처럼 설명하고 있는 책들이나 “첫줄만 쓰면 글쓰기는 끝난다. 다음 문장은 앞 문장이 알아서 불러낼 터이니까.” 식으로 선승(禪僧)의 말씀처럼 수행만 강조하는 책들은 글쓰기 공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 저자를 위한 책이다. 특히 경험보다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는 책들은 글쓰기 공부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글쓰기 공부에 나서는 이들은 그런 책들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론을 강조하는 책들의 저자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남의 글의 잘 잘못은 잘 따지지만 자기 글은 잘 쓰지 못한다. 제대로 글쓰기를 배우려면 자기 글 없이 이론만 내세우는 책이나 선생을 피해야 한다.


글은 손으로 쓴다: 글은 손으로 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식가가 혀로 생각하고 검객이 칼로 생각하는 것처럼, 글 쓰는 자는 손으로 생각한다. “손으로 글을 쓴다.”는 말은 “글은 써 나가는 과정에서 발견되고 학습되는 그 모든 것의 총합이다.”라는 것을 뜻한다. 글을 머리로 쓰면 글쓰기의 진정한 경지에 들 수 없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의식과 무의식의 재료들을 충분하게 써먹어야 좋은 글이 된다. “글은 손으로 쓴다.”라는 말은 동시에, 글쓰기가 자신의 삶 전부를 반영하는 실천의 장이라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의 손은 거짓말을 모른다. 손은 자신이 살아온 것을 그대로 반영한다. “내가 모르는 것을 내 손은 알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설명, 묘사, 서사, 논증: 글쓰기 기술은 설명, 묘사, 서사, 논증이라는 네 가지 의도(意圖)의 차원을 가진다. 보통 기술(記述)의 네 가지 방법으로 이것들을 설명할 때가 많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의도의 네 가지 차원이라고 말하는 게 옳다. 글쓰기 의도에 따라서 이 네 가지 차원은 서로 돕고 서로 경쟁하며 자기들만의 글쓰기 세계를 구축한다. 편의상 그렇게 나누었지만 이 네 부분은 분리될 수 없을 만큼 서로 얽혀 있다. 설명에 묘사와 서사가 핵심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서사의 필요를 위해 설명이나 묘사가 사용되기도 한다. 반박을 불허하는 일격필살의 논증이 요구될 때도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설명이나 서사가 적극 활용될 때가 많다. 반대로, 바닥을 치는 감동을 주는 묘사가 긴요할 때는 정서 감응에 불필요한 설명이나 서사는 가급적 절제된다. 주의가 분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설명, 묘사, 서사, 논증은 글쓰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헤어진다. 글쓰기의 세계에 자신 있게 들어서려면 이 네 가지 기술부터 차근차근 익혀야 한다.


이 책이 ‘글쓰기 인문학 10강’이라는 제목을 가지게 된 것은 두 가지 까닭에서다. 첫째, ‘글쓰기 인문학’이라고 명명한 것은 글쓰기야말로 인문학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것이다. 글쓰기 없는 인문학은 속 빈 강정 신세에 불과한 것이고, 역으로 인문학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 글쓰기는 아무리 보기 좋은 글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10강’을 부기(附記)한 것은 열 번의 강의 정도면 글쓰기에 대한 지식 차원의 공부는 모두 마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글쓰기 기술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교양과 생활 태도가 형성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권하는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본문 중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들(선입견의 허를 찌르는 명제들)을 중심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새기며 책을 읽어 나간다. 
② 각 장에는 번호를 매긴 중심 명제들이 있고 각각 글쓰기 핵심 요령, 예시문, 해설이 뒤따른다. <요령 확인 – 예시문 숙독 – 해설 이해 - 요령 재확인> 순서로 피드백 하면서 읽는다. 
③ 마음에 드는 예시문이 있으면 비슷한 주제나 소재로 모작(模作)을 해본다. 
④ 자기가 쓴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고 스스로 첨삭과 가필을 해 본다. 


10강 전부를 한 권의 책에 담지 않고 <기본편>과 <응용편>으로 둘로 나누어 책으로 펴낸 것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적절하게 배분하여 학습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잘만 활용한다면 <기본편>만 가지고도 충분한 글쓰기 공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을 했다. <기본편> 제 5장 ‘제목에 지지 않기 - 글쓰기 병법’이 <응용편>의 총론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니 굳이 <응용편>까지 공부하지 않더라도 본격적 글쓰기 입문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무난히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기본편과 응용편의 목차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본편>
1. ‘나’의 글쓰기 – 설명
설명도 결국은 ‘나’의 글쓰기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글쓰기 인문학의 보고, 논어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거짓말
코드와 맥락, 혹은 오해와 편견
글의 조직력을 높이는 방법
전가의 보도, 요약과 예시
최종 병기, 뒤집기

2. 설렘, 상처, 번짐 – 묘사
묵은 빚 문서
낯선 여귀의 입김
미지에 대한 설렘
유미주의, 상처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다리 위에서, 기관총 사격을 받게 된 사람처럼

3. 감동의 발견 – 서사
이야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발견으로서의 시점
행동의 깊이와 장엄
이야기의 궁극적인 주인, 화자
구성, 작가와 독자가 함께 꾸미는 음모

4. 첫 줄의 효능 – 논증
논술의 개념
논술의 과정
논술의 요건
논술의 실제

5. 제목에 지지 않기 - 글쓰기 병법 
공성(攻城)의 방법
낙타와 바늘귀
박물관을 짓자
보기 좋은 떡이 
풀은 반드시 눕는다

<응용편>
1. 화이부동(和而不同), 맥락을 살리는 글쓰기 
2. 군자불기(君子不器), 여운을 남기는 글쓰기 
3. 마부작침(磨斧作針), 후회 없는 글쓰기 
4. 용상봉무(龍翔鳳舞), 자기를 확장하는 글쓰기
5. 역지사지(易地思之), 두루 통하는 글쓰기


“아는 것만으로는 항상 불충분하다”라는 말은 모든 공부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가르침이다. 열 번 정도, 열흘 정도의 공부면 글쓰기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많이 아는 것 자체는 좋은 글쓰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는 것을 잘 활용해서 꾸준히 글을 써 보는 것이 글쓰기 공부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 좋은 글을 쓰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작지만 뚜렷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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