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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규 Aug 03. 2019

성공한 자의 슬픔

권력중독

성공한 자의 슬픔     

뇌 · 신경심리학자인 이안 로버트슨 교수와의 일문일답입니다. 페친의 담벼락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1. 권력을 잡으면 뇌가 바뀐다고 했는데, 어떻게 바뀌나?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Power is a very powerful drug). 인간의 뇌에는 '보상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다. 뇌에서 좋은 느낌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권력을 잡게 되면 이 부분이 작동한다.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을 분출시키고, 그것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출을 촉진해 보상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을 더 과감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 권력은 항우울제다. 또 도파민은 좌뇌 전두엽을 촉진해 권력을 쥔 사람을 좀 더 스마트하고, 집중력 있고, 전략적으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지나친 권력은 코카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중독이 된다는 얘기다.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너무 많은 도파민이 분출된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오직 목표 달성이란 열매를 향해서만 돌진하게 된다. 인간을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권력은 코카인, 섹스, 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이라는 공동 통화를 사용한다.

적절한 통제감은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지만, 지나치면 착각으로 바뀐다. 도파민 분출 정도를 X축으로 하고, 뇌의 능력을 Y축으로 보면, 도파민 분출 정도에 따른 뇌 능력은 뒤집힌 U자 형태를 보인다. 도파민이 적정선일 때만 최적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심지어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 바뀐다. 인간의 뇌는 '내가 지배자야'라고 생각하도록 속일 수 있다. 사장님 자세를 취한 것만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올라가며 도파민이 증가한다. 인턴 자세를 취한 것만으로 당신의 테스토스테론 수준은 낮아질 것이다."     

2. 사례를 든다면?     

"2008년 리먼 쇼크가 난 뒤 디트로이트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CEO가 모두 워싱턴으로 갔다. 구제금융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세 사람 모두 값비싼 전용 비행기를 타고 갔다. 언론은 그들을 거세게 성토했다.

왜 그들은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테스토스테론은 성공을 거둘 때 증가한다. 빅3 CEO는 많은 성공을 거둬왔다. 그래서 그들의 뇌에서는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이 엄청나게 분출됐을 것이다. 그것이 좌뇌 전두엽을 촉진해 집중력이 높아지고 용감해진다. 반대로 우뇌 전두엽의 활동은 둔화시켜 자가 진단과 자각 능력이 약해진다. 성공한 이들이 갖는 두둑한 배짱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항상 내포한다. 자칫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경고와 신호를 무시한 채 오로지 목표 달성만 추구하다가 기업 전체를 비극으로 빠뜨리는 CEO가 여기에 해당한다.

권력은 시야를 좁게 만든다. 리스크나 하방 위험이나 부정적 결과에 무뎌지게 만든다. 뇌가 그런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든다. 내가 받게 될 보상에 대해서만 몰입하게 한다. 법과 법치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권력은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나를 바라보기 어렵게 만든다. 권력은 공감의 적이다. 키신저는 '권력은 가장 큰 최음제'라고 했다."

<이하 생략>   <사진은 구구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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