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심리학의 상징
<용과 뱀>
우리가 확충을 위해 자료를 수합할 때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전설적, 원초적 맹금(猛禽)이 바로 용이다. 용은 물의 생생력(生生力)을 가진 존재이면서 동시에 엄청난 파괴력을 행사하는 존재다. 용은 인류 발달의 시초에 존재하는 의미심장한 동물이다. 신화와 전설들은 인류가 그것으로부터 자유를 획득하는 이야기가 태반이다. 고대의 용은 여성성, 지구, 지하세계, 악 등과 관련되어져 존재한다. 연금술사들이 의도한 작품(opus)으로 재탄생되기 이전의 최초의 자질을 ‘뱀 메신저’로 부른 것도 사실 이런 전통에 따른 것이다. 그들은 양성성을 띤 뱀이거나 자가수정이 가능한 자기생식적 용이었다. 심리학에서 용은 원초적 무의식의 상태를 상징한다. 연금술사들이 자주 말하는 것처럼 이들은 동굴이나 음침한 장소를 좋아한다. 바빌로니아의 우주진화론에서 어둠을 상징하는 용(Tiamat)은 종종 ‘격노한 뱀’으로 표현된다. 그 뱀을 정복하는 이는 태양의 영웅(Marduk)이다. 원초적 모권적 세계는 빛을 지닌 남성적 부권 세계에 의해 극복되고 무의식적 어둠은 판별력 있는 의식의 광선에 의해서 밝혀진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이 용으로 표상된다. 땅을 비옥하게 하기도 하고 그것을 황폐화시키는 위대한 강의 홍수가 그런 심볼리즘으로 나타난 것이라 짐작된다. 용은 일반적으로 선과 악, 창조와 파괴 등 상반된 이미지나 의미(관념)를 한 몸체로 실어나르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용은 아폴로의 큰 적이었으며 자궁 같은 큰 뱀이었다. 초기 희랍신화에서는 돌고래가 바다의 수태적인 속성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돌고래는 자궁을 가진 바다동물이다. 쿤다리니 요가의 이야기 체계 안에서 습기 찬 지역(Svadhisthana Chakra)은 용이 거주하는 곳이다. 가장 유명한 용의 모습 가운데 요나를 삼킨 고래와 성서의 리바이어던이 있다. 후자는 불을 내붐는 괴물인데 비늘이 있는 바다뱀으로 묘사된다. “그는 바다를 물주전자처럼 부글부글 끓인다. 그는 바다를 고약단지처럼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가 회백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구약성서는 말한다. 용은 언제나 힘이 세고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그렇지만 중국에서는 그들을 신성히 여겼다. 물과 비를 가져오는 존재로 숭배되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악어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많은 이들이 용이 홍수와 같은 대변동의 원인제공자라고 생각했다. 폭풍이 용을 타고 와서 산사태와 지진을 일으켰다. 용은 밤과 어둠과 자궁과 보편적인 물과 관련되었다. 용과 한가지로 ‘꿈틀거리는’ 것으로 제시되는 뱀도 수성(水性)의, 지하세계적인(저승적인), 차고 축축한 것으로서의 여성적인, 그 어떤 자질에 속했다. 뱀은 일반적으로 그것의 집단적, 비개성적, 초인간적, 그리고 본능적(두려운 양상 속의)인 어떤 것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그것이 발견되는 형태나 문맥에서의 역할은 주로 인간 속의 ‘낮은 정신’의 구현이었다. 종종 그것은 어두운 성적 충동의 화신이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융이 그것에 어둡고 여성적인 의미를 주고 그것을 창조적 원리 원칙에 연결짓는데 비해서, 뱀을 음경적(phallic) 상징이라고 부른다.
많은 신화체계 속에서 뱀은 위대한 어머니들의 동료나 부속물로 나타난다. 희랍 신화나 여타의 많은 전설 속에서는 그것들이 물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건강을 주는 봄과 연관되어지고, 의술의 신과 함께하며 치료의 신이다. 참으로 그것은 신 그 자체이다. 낙원 전설에서는 종종 그것은 여인의 머리를 표상하기도 한다. 그노시스교에서는 뱀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은 축축한 것이며... 영원이나 순간, 이 세상의 어느 삶과 죽음도 그것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용과 함께 뱀은 ‘최초의 물질’을 의미한다(일반적인 무의식을 의미하는 원시적인 냉혈동물인 그것은 점진적인 발달의 과정에 의해 정신화되고 고상하게 된다). 연금술에서는 그것이 변형을 주재하는 수은 신을 의미한다. >>(Jolande Jacobi, Complex Archetype Symbol in the Psychology of C.G. 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