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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규 Feb 28. 2019

글쓰기 인문학 10강

논술의 실제 2

2. 나의 라디오 아들


[제시문 1]


또 한 권, 『나의 라디오 아들』(바바라 러셀/윤미연, 한언, 2004)을 읽다가,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이다”라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나는 정보와 지식을 좋아하고 컴퓨터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사람들과 약간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너무 많은 시간이 아니라 약간의 시간을. 나는 라디오와 관련된 건 뭐든 좋아한다. 라디오를 듣는 것과 빈 스컬리나 디멘토 박사의 흉내를 내는 것. 또한 나는 내 방에서 테이프를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같은 책들을 계속 다시 읽는다. 단지 내가 그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325쪽)


 아스퍼거 증후군 장애를 겪고 있는 벤(33세, 저자의 아들)이 쓴 글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특수아든 아니든) 누구나 한 번은 읽어볼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쯤, YMCA 쪽에서의 부탁으로(당시 체육위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그와 유사한 책의 윤문(문장을 다듬는 것)을 맡은 적이 있었다. 워낙 참고할만한 책이 없어서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번역을 하고 소설가인 내가 윤문을 맡았던 것이다. 그래서 본문의 내용이 낯이 익었다. 오히려 ‘반복’이라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①“나는 지금도 여전히 같은 책들을 계속 다시 읽는다단지 내가 그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라는 말이 큰 울림을 지닌 채 가슴에 들어와 박혔다. 별반 특별한 내용도 아니면서 그 생각이 왜 여태 자작(自作) 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뒤따랐다. 아마 너무 평범한 진리였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았다. 아이들은 보통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계속해서 반복해 읽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날마다 발전하는 아이를 보고자 하는’ 부모들의 조바심과 늘 갈등을 빚는다. 왜 우리 아이는 매번 같은 책만 읽는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 교육 강연 같은 데에서 청중들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아주 흔한 질문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양선규, 『풀어서 쓴 문학이야기』 중에서]


[제시문 2]


당신들이 던지는 질문을 들었다. 색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색은 눈길의 스침, 귀머거리의 음악, 어둠 속의 한 개 단어다. 수천 년 동안 책에서 책으로, 물건에서 물건으로 바람처럼 옮겨 다니며 영혼의 말소리를 들은 나는, 내가 스쳐 지나간 모양이 천사들의 스침과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여기에서 당신들의 눈에 말을 걸고 있다. 이것이 나의 신중함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 동시에 나는 공중에서 당신의 시선을 통해 날아오른다. 이것이 나의 가벼움이다.

나는 빨강이어서 행복하다! 나는 뜨겁고 강하다. 나는 눈에 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거부하지 못한다.

나는 숨기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섬세함은 나약함이나 무기력함이 아니라 단호함과 집념을 통해 실현된다. 나는 나 자신을 밖으로 드러낸다. 나는 다른 색깔이나 그림자, 붐빔 혹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를 기다리는 여백을 나의 의기양양한 불꽃으로 채우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내가 칠해진 곳에서는 눈이 반짝이고, 열정이 타오르고, 새들이 날아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나를 보라,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를 보시라, 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②산다는 것은 곧 보는 것이다. 나는 사방에 있다. 삶은 내게서 시작되고 모든 것은 내게로 돌아온다. 나를 믿어라! [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내 이름은 빨강』 중에서]



* 밑줄 친 ①의 이유를 설명하시오. (200자 내외)

* ②의 주장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시오. (200자 내외)

* [제시문 1,2]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인간의 삶과 예술적 본질의 관계>에 대해 논하시오. (900자 내외)


[출제 의도 및 논점 분석]


* 밑줄 친 ①은, 아이들의 ‘발전성 없는 독서 태도, 반복적 독서’에 대해 고민하던 저자가 좀 더 큰 테두리 안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 과정이 제시문의 내용임을 알면 큰 어려움 없이 해결이 가능한 문제이다.  

* 밑줄 친 ②는, 인생을 아름다운 것으로 여기며, 그것을 화려하고, 장엄하고,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그 무엇으로 채색할 때 진정한 삶의 의미가 부여된다는 저자의 인생관이 요약적으로 제시된 명제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색(色), 그 중에서도 ‘빨강’이라는 색이 가장 ‘볼만한 색’임을, 그 모든 것의 지배자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인간은 시각과 함께 진화되어 왔다는 것을 빨강이라는 색의 관점에서(예술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글임을 알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이다.. 

* ‘삶과 예술적 본질의 관계’를 논하는 것은, ‘반복’과 ‘재현’이라는 제시문의 핵심적인 두 개념을 중심으로, 반복이 곧 삶의 한 패턴이며 동시에 예술의 패턴이기도 하다는 것, 그리고 모든 삶과 예술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보는 행위’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논하면 무난할 것이다. [참신한 정보로 가득 찬 중심 글감(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은 앞서 풀었던 ①, ②와 관련된 논제들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시작 명제]


“반복과 재현은 예술의 본질이다. 인간의 삶은 그것들을 통해서 정제(精製)되고 공유된다. 문화는 정제되고 공유될 만한 가치 있는 삶들의 집합체이다.”, “인간의 삶은 예술을 통해 정화된다. 반복과 재현은 예술이 인간의 삶을 정화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제시문1>에서는 반복의 힘을 <제시문2>에서는 재현의 힘을 강조한다.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반복과 재현을 요구한다. 예술의 본질이 반복과 재현임은 그런 까닭으로 당연한 사실이다.” 등의 시작 명제로 논술을 시작하면 무난할 것 같다. <제시문1>에서는 인간의 삶에서 발견되는 반복적 욕구나 충동을 찾고 <제시문 2>에서는 예술적 재현(빨강색의 지배성)이 지니는 강렬한 쇄신의 힘을 찾으면 된다.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예술론’을 전개하라는 요구이니 학습된 교양 자산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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