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알려진 그리스 관광지는 산토리니뿐이었다. 그마저도 포카리스웨트 촬영지로 알려진 게 한몫하겠지만, 실제 촬영지는 미코노스인 게 함정. 아무튼 한국에 그리스 관광지가 알려지려면 '한 방'이 필요한데, 그 '한 방'이 바로 태양의 후예 되시겠다...
한국 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태양의 후예가 그리스 아라호바와 자킨토스에서 촬영을 한 덕분에, 한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워낙 극비로 진행된 사전 촬영이라, 그리스에서 관광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교민 가이드분들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나중에야 부랴부랴 답사를 다녀오시면서 투어 프로그램을 준비하시는 것 같았다.
아라호바에는 특별한 신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역사적인 기념물이나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로 사랑받았다. 델피에서도 20분? 정도의 거리라 많은 사람들이 들르기도 하고,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려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겨울 관광지로 손꼽는 마을이기도 하다. 한국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다가 신화에 나오는 '아라크네'의 고향이라고 쓴 글을 봤는데...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나의 정보력이 약한 탓일까 그리스어로도, 영어로도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아라크네는 아테나 여신에게 베 짜는 솜씨로 대들고 신을 모독하여 거미로 변하게 된 여자이다. 실제로 거미는 그리스어로 'Αράχνη, 아라흐니라고 하며 영어로는 Spider이지만 학명은 Araneae로, 유래가 같다. Αράχωβα, Αράχνη... 너무 비슷하긴 한데....? 아라호바 특산품 중 카펫이나 태피스트리가 많기도 한데...... 더 검색해보고 싶기는 한데 거미 사진이 나올까 무섭다. 또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희희
아무튼! 나도 델피를 다녀와서 아라호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작년에는 겨울에 왔었는데, 봄에 오니까 느낌이 또 색다르다. 좀 따뜻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스키장에 다니는 사람이 하나 둘 보이기도 했다.
작년에도 이 가게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역시 사진은 다 날아갔다^^ 갑자기 가슴 아파진.. 내 V10... 내 할부금...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아라호바에서는 카펫류를 많이 파는 것 같은데 정말 아라크네랑 관계가 있는 걸까..? 교수님.. 교수님..
너무 귀여웠던 식당 간판도 찍어보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눈 덮인 파르나소스 산이 보인다. 작년 겨울에 왔을 때는 바닥에도 눈이 좀 있고 그랬어서 크게 감흥을 못 느꼈었는데! 스위스 온 느낌 히히
나무 지팡이, 피자판, 도마 등 목공품도 많이 판매를 하는 것 같았다. 피자판 맞나..? 그냥 반죽 판인가.. 너무 큰걸..
한 가게에서 찍은 와인잔. 와인잔이라고 하니 조금 우습지만 그리스에서는 하우스 와인을 주문하면 저 통에 준다. 고급스럽게만 느껴지는 와인이 굉장히 투박 해지는, 하지만 그 투박함이 좋아지게 하는 컵..?이다! 하나 사가려고 하다 아테네에서도 구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냥 두었다.
서양 느낌 완전 충만했던 치즈, 햄 샷ㅋㅋㅋ 어렸을 땐 저 치즈가 엄청 부드럽고, 맛있는 크림 맛일 거라고 생각했다. 톰과 제리에서도 제리가 구멍 송송 뚫린 치즈 먹을 때도, 어렸을 때 즐겨봤던 책에서 나온 염소치즈, 송아지 치즈를 먹을 때도, 크림치즈 느낌을 떠올리곤 했는데 실제로는...으으으... 가게 들어가자마자 숨을 참아야 할 정도였다. 그리스 슈퍼마켓에서 나는 그 냄새...으으윽..
나무로 만든 장난감 총도 있었다... 사고 싶었는데... 예쁜 쓰레기가 될 것 같아 사진만 남겼다
간판이 너무 예쁘던 가게. 아라호바 전통 제품을 파는 곳이라고 써져있다. 간판 진짜 열 일했다. 정작 여기서 산건 없음.. 근데 내가 마그네틱 샀던 가게 주인이 저기로 들어가서 재고를 가져오던데, 여러 가게에 주인이 하나인 것 같다. 돈 쓸어 담겠네...
난 태양의 후예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은수 말로는 이 타베르나가 배경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찍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거리를 걷다 보니 동양인 관광객들이 보였다. 내가 큰 소리로 중국인들 관광객 사이에 껴도 되나?! 하고 외쳤는데 한국분들이셨다.. 정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ㅠㅠㅠ 죄송합니다...ㅠㅠ 그 일행분 중 한 분이 따라오라고 괜찮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역시 종탑으로 올라가셨다! 작년에 왔을 때에는 가보지도 못했고 갈 생각도 못했던 종탑인데ㅎㅎㅎㅎ 태양의 후예에 나왔으니 가봐야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숨겨져 있어 찾기 어려웠다..
쨔쟌. 종탑이 너무 높고 가까이 있어서 예쁘게 찍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데 드론...ㅠㅠㅠ 드론..ㅠㅠㅠㅠ
한국인 단체 어르신 관광객들이 먼저 올라가시고, 그분들 내려오시면 올라가려고 밑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렸다.
종탑 올라가기 전에 찍은 사진들. 다들 졸업사진 샷이라곸ㅋㅋㅋㅋㅋㅋㅋ 네 명이서 번갈아가면서 독사진을 찍어줬다.
여기서도 뷰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종탑에 올라가니....훠우..!!!
뭐 북유럽 국가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북유럽 느낌이... 내가 사진을 조금만 더 잘 찍었다면 더 멋있고 예쁘게 담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설정을 잘못 눌러 따뜻함 효과가 들어갔는데, 이것도 원본으로 그냥 찍을걸ㅠㅠㅠㅠㅠ
사진으로 다 담을 수가 없어, 영상으로 찍었다. 크으으으ㅠㅠㅠ예쁜 것ㅠㅠㅠㅠㅠㅠ 여기서 찍은 키스신이라니... 벌써 낭만적이다.. 송중기랑 송혜교 부럽다.. 일도 하고 이런데도 보고...ㅠㅠㅠ
여기서도 사진 잔뜩 찍었다.
이건 애들 다 잘 나왔으니까 올려도... 되겠지..? 도시락에서 알바하는 필리핀..? 계 언니가 찍어줬다. 실컷 사진 찍고 내려가서 골목 구경을 하기로 했다.
루카스 너 이름 나왔다 @김민규 ㅋㅋㅋㅋㅋ
엄청 예쁘고 아름다운 골목은 아니지만, 정말 그리스 사람들이 생활하는 시골 동네 느낌. 조용하고 따뜻한 느낌의 골목이었다.
귀여운 다람쥐 히히
역시 기념품샵에 마그네틱도 종류별로 다양했다.
난 이거 두 개 샀다. 델피랑 아라호바ㅎㅎ 자석 다시 모아야겠당 희희
그리고 여긴 맛집 후기인 것 같지만 비추 후기ㅎㅎㅎㅎ
트립어드바이저에 검색 좀 해보고 밥 먹을걸, 그냥 너무 대충 돌아다니다가 아무 데나 들어갔다.
이름도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Οίστρας.... 절대... 심지어 지금 검색해보니까 구글 지도에서 평점도 제일 낮다. 부들부들...
무사카는 맛있었다. 무사카는 고기&감자&가지.. 등등과 베사멜 소스가 올라간 라자냐 같은 그리스 전통 요리이다! 어딜 가도 솔직히 무사카는 평타 이상 하는데 여기는 괜찮았음.
샐러드는... 음 쏘소였다. 새콤달콤하긴 한데 새콤도 달콤도 둘 다 애매하게 실패했던.. 그래도 이건 먹을만했다.
칠면조가 들어간 아라호바 전통 파스타와 수주까끼아... 였는데 파스타가 너무 맛이 없어서 수주까끼아 소스 퍼다가 같이 먹어야 했다. 나 넓은 면 진짜 좋아하는데.. 심지어 저거 사 오려고 했었는데.. 소스 잘 만들 자신이 있는데도 저게 너무 맛이 없어서 안 사 왔다. 부들부들.. 무튼 혹시 이 글을 아라호바에 갈 누군가가 본다면 가지 마세요.
안사고 와서 아쉬웠던 스노우볼... 스노우볼을 모으는 게 더 예쁠 것 같은데 벌써 한국으로 돌아갈 때의 수화물이 걱정되기 때문에 참았다. 진짜 예뻐서 죽을 것 같은 것만 나중에 사야지.
배터리 다 닳을 정도로 사진 많이 찍었는데, 이렇게 보니 그렇게 많이 찍은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좋은 친구들이랑 보낸 시간이라 너무 좋았고, 숨겨진 그리스 여행지가 한국에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