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그리스 생활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조금 더 공부를 해서 책만큼 전문적인 내용을 담아 써야 하는지.. 독자를 감안하고 써야 하는지.... 나 혼자 발전 없이 쓰는 게 글인가. 생각이 들던 와중에 마음을 울리는 트윗을 하나 보게 되었다.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지만 읽는 사람이 있는 것도, 주제가 재밌는 것도, 전문적인 글도 아니기에 이런 일기 수준의 글을 써도 되는 걸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 트윗이 괜히 위로가 되더라.단번에 글이 늘고 머리가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쓰다 보면 나도 글감이 생기고 틀이 만들어지겠지. 글을 쓴다고 하기도 민망한 '포스팅'을 하면서라도 조금씩 나에게 쌓이는 것이 있길. 최소한 그리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검색 타고 와서 도움이 됐으면.. 정도?
글을 쓰다 보면 어휘력의 한계를 느낀다. 그리스에서 그리스어도 영어도 쓰느라 0개 국어를 하게 됐다는 핑계를 대보곤 하지만, 요즘은 왠지 자꾸 말도 쉽게 나오지 않고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당근'을 떠올리며 '양파'를 말하는 둥.. 진짜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일 때도 있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一日不讀書 口中生型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유명한 안중근 선생님의 말씀이다. 입 안에 가시가 돋아 말이 날카로워진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아 어휘력이 떨어지면, 다양한 감정표현을 할 수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단어가 적어진다. 그와 동시에 모든 감정을 뭉뚱그려 말하거나 욕으로 대체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이해력도 떨어진다. 당연히 인간관계가 좋아질 리가 없으므로 고집불퉁 욕쟁이로 입이 거칠어져 가시가 돋는다는 얘기인 것. 어렸을 때는 왜 이렇게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입 안에 가시가 돋고 거미줄이 쳐질 만큼 답답하다... 뭐 이런 뜻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도 이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독서를 자주 하는 학생과 자주 하지 않는 학생에게 자음만 주고 단어를 연상하는 퀴즈를 냈는데, 자주 하지 않는 학생은 거의 욕만 떠올린다더라. ㅅㅂ 만 보더라도 나도 바로 먼저 떠오르는 게 욕이다. 성배, 사방, 생부.....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허지웅의 예전 트윗도 굉장히 내 맘에 와 닿았다. 진짜 나도 일부러 두꺼운 책만 찾아다니며 읽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다음 읽을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같은 작가의 책이나, 책 뒤편에 있는 출판사의 추천 책. 이렇게 책을 읽다 보니 책마다 연결 고리가 생기고 나만의 '지식'이라는 게 조금 쌓이기 시작하던게 느껴질 정도였다. 논술을 준비하기 최적의 독서다!라고 생각했지만 논술 준비뿐만 아니라 나에게 적합한 독서방법이 었던 거겠지. 인터넷에서도 위 트윗들처럼 물론 좋은 글을 찾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얻은 한 조각의 정보를 통해 내 지식을 확장하는데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냥 '어디서 들은 뜬 상식'이 머릿속에 맴돌 뿐이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에 속하지도 않고, 책 좀 읽는다고 재는 것도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 덕분에 많은 책을 접했기에 속독이 조금 되는 편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속독이 아니라 대충 빠르게만 읽기도 한다. 고등학생 시절이 벌써 7년 전이라니... 7년 전에는 책 좀 많이 읽었다, 했었는데 나이만 먹고 독서 수준은 그대로라, 전혀 성장한 것이 없다. 그렇지만 다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내가 꿈꾸는 나를 위해 더 열심히 독서를 할 계획이다...
독서를 많이 하여 나의 말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글을 조금조금씩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세상을 좀 더 넓혀가고 싶은 마음이다. 예전에 썼던 글들도 한 번씩 읽어보며 다시 수정해보고,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며 그때와 다르게 느껴지는도 알고 싶다.
그리스 경험이 조금 쌓인 상태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고 있는데, 전혀 새로운 책을 읽는 기분이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