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xou Feb 07. 2017

아크로폴리스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 필로파푸 언덕

끄적끄적 그리스 (2) Λόφος Φιλοπάππου

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필로파푸 언덕은 그리스에 있던 언니들이 모두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했던 곳이다. 외진 곳이라 강도를 만나면 도움을 구할 곳도 없고 우거진 나무가 가리고 있어 범죄를 은닉하기 좋은 곳이라고.. 그래서 항상 조심조심 피해 다니다가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웬 용기가 생겨 필로파푸를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길을 잘못 들어 프니카 언덕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1년 뒤, 유재원 교수님께서 그리스에 오시고 아테네 답사를 하느라 거의 열 명이 모인 그 날에서야 필로파푸 언덕을 올라갈 수 있었다. 그날도 날이 좋았고, 날이 적당했고 히히히히히 아직 도깨비의 잔잔함이 남아있네. 


이번 주말에 필로파푸를 다시 찾았다. 한겨울에 18도까지 올라가다니. 곧 다가올 여름을 예고하는 듯한 날씨였다. 덕분에 친구들과 신나게 놀면서 사진을 찍었다.  

필로파푸로 올라가던 길에 비눗방울을 만들던 사람. 

소크라테스 감옥이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있었을 리가 없는 감옥을 지나 필로파푸 언덕을 향해 올라간다. 

나에게는 조금 벅찬 길이지만 이런 길이라면 계속 걷고 싶다. 파릇파릇하다. 싱그러워! 향긋해! 산소가 세 배 많아! 아파트 뒷 산 산책하는 기분이다. 그리스에는 이렇게 풀과 숲이 우거진 공간이 많이 없다. 등산, 트래킹, 뭐든 걷는 걸 싫어하는 나이지만 아크로폴리스를 보기 위해서라면...! 그냥 나무도 많지만 역시 그리스임을 자랑하는 듯한 올리브나무로 가득 차 있다. 

겨울이 맞기는 한 건지, 계란후라이 꽃도 예쁘게 피어있더라.

길도 아기자기하니 귀엽다. 자투리 돌로 도자기 모양을 만들어두기도 했고

이런 귀여운 모양의 돌 장식도 박혀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드러누워 같이 사진도 찍어보았다. 지금 보니 태양.. 인 것 같다. 

요렇게 유럽 느낌 잔뜩 나는 다리도 하나 있다. 물이 흐르고 있었다면 정말 예뻤을 것 같지만 물은 마른 지 오래지만 지베르니 모네의 집 근처에서 보았던 개울이 떠오른다. 무튼 사진으로 보다시피 사방이 나무로 막혀있어 대체 내가 뭘 위해 오르는 건가... 싶다가도 딱 뒤를 돌아보면

아침 9시 경
오후 2시 즈음이라 해가 짱짱하다

짜잔~ 아크로폴리스와 헤로디온 아티쿠스가 보인다. 아크로폴리스, 그리스를 검색하면 이 필로파푸 언덕에서 찍은 사진이 가장 많이 나오고 엽서 이미지로도 자주 활용되는 것 같다. 빽빽한 올리브나무들이 마치 아테네 여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요정들처럼 보인다. 실제로 보아도 아름답고 야경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필로파포스 기념비? 무덤?

아름다운 경치를 잠시 등지고 조금 더 올라가면 필로파포스 기념비를 만날 수 있다. 필로파포스는 로마 제국에 살던 탄탄한 귀족 가문 출신이다. 로마에서는 로마 황제 경호를 담당하는 친위대뿐만 아니라 원로원, 집정관에 임명되기도 하였고 그리스에서도 아르콘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던 사람이었다. 가문의 힘을 입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만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 않았을까. 사후 그의 여동생이 그를 기리기 위해 뮤즈의 언덕 위에 기념비를 지었고, 필로파포스의 언덕, 즉 필로파푸 언덕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아크로폴리스를 마주 보고 있는 언덕이라니, 그가 아테네에서 얼마나 사랑을 받고 명망 높은 사람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름을 남기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돌로 예쁜 액자를 만들어놓았다. 아크로폴리스에 대한 글도 빨리 쓰고 싶은데, 워낙 중요한 곳이다 보니 다 정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련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민주주의가 빛나던 프닉스 언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