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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가루 May 07. 2022

사춘기와 중2병이 다른 이유

모범피의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



요즘 즐겨보고 있는 프로그램인 엠넷의 '퀸덤 2'에서 효린과 브레이브걸스 민영이 '나의 사춘기에게'라는 곡으로 무대를 펼쳤습니다. 매 무대 파격적인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던 효린이 이렇게 잔잔한 노래를 선곡한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자신감이 떨어진 민영에게 '아직 해보지도 않고 실수할 걸 왜 걱정해'라는 말과, '실수를 해도 내가 치고 들어가면 되는데 뭐가 걱정이야' 라고 하는 말이 마음을 훅 하고 치고 들어왔어요. 여기서 효린이 '아니야 넌 잘 할 수 있어'라고 민영을 위로했다면 오히려 더욱 부담이 되었을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을 때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저의 경우는 그렇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춘기를 총 2번 맞아봤어요. 참고로 제가 정의하는 사춘기는 '계속 이렇게 살면 X되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그동안의 관성을 거스르는 마인드셋을 뇌에 탑재하는 시기'를 말해요. 저의 첫 번째 사춘기는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겨울, 두 번째 사춘기는 작년이었는데요, 두 사춘기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했던 결과 더 큰 실패로 이어졌던 시기였다는 것이에요. 첫 번째 사춘기는 '난 무조건 잘해야 해' 마인드가 고등학교 와서부터 통하지 않게 되어 정작 중요한 시험들을 다 망쳐버린 경험들이 쌓여 초래된 수능 대참사라는 결과였고, 두 번째 사춘기 또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날 선 피드백들에 위축되어 작은 발표에도 처음으로 목소리와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경험까지 해본 끝에 다시 사춘기를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남들보다 부족하지만 내가 여기 있는 이유, 남들보다 부족하지만 내가 이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 남들보다 부족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같은 것들 말이다. 남들보다 못나고 부족한 수많은 것 중에, 나만의 빛나는 것을 발견하고 집중하는 삶의 태도는 많은 순간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 , 모범피



밀리의 서재를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 라는 책에서 저는 뜻밖의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모범피님.. 저를 꿰뚫어 보신 게 아닌지... 분명 하라는대로, 시키는 대로 적당한 보상을 받아오며 살아왔는데 결과는 몸뚱이만 커진 채로 겁쟁이가 되어버린 나였죠.


작년에 두 번째 사춘기를 겪으며 이 책을 만나 많은 위로를 얻었습니다. 모범피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에서 극복점을 찾아나갔지만 저의 경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의 실수, 남보다 부족한 면을 쓰다듬는 것은 중독과도 같아서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계속 생각이 나는 게 어쩔 수 없지만 '과거에 얽매이는 것 = 비효율적'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박아두고 살다 보니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답니다.  (비효율을 극도로 싫어하는 1인)


어쩌면 사춘기며, 오춘기며 모두 삶에 있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자주 접하면 몸에 안 좋지만 적당한 정도의 각성은 분명 중요한 순간에 스퍼트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요!




각성 제대로 되는 책 속 문장들

오늘 당장 쳐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느라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그런 하루가 매일 쌓이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고 잘했는지,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이 존재하긴 했는지 어느 순간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 , 모범피
문제는 '멈춤'을 모르고 자란 모범생들은, 이후에 '어? 내 인생 제대로 안 돌아가는 것 같은데?' 하는 위기를 느껴도, 잘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 , 모범피
모범생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사춘기를 제때 몸소 겪은 사람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모범생이라고 생각한다.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 모범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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