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지에서 요가수업을 듣고 오는 이유

시드니 허밍퍼피 원데이 클래스 체험기

by 캉가루

어느 순간부터 여행가서 요가를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여행지에서의 요가는 여행의 설렘을 다시 이끌어내기 좋다. 나는 주로 여행의 말미에 요가원에 가는데, 현지인들만 가득한 요가원에 들어서면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와 비슷한 이상한 긴장감이 든다.


긴장감은 수업이 시작되며 곧 안정감으로 바뀐다. 알고 있는 요가의 아사나(동작)들 이름이 들리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사나 이름은 만국공용어인지라 전세계 어느 곳에서 요가 수업을 듣더라도 알아듣고 따라할 수 있다.



시드니 허밍퍼피 요가원

이번 호주 여행에서는 허밍퍼피(Humming Puppy)라는 요가원에 다녀왔다. 전세계 4개 지점이 있는 곳이고, 나는 시드니 지점으로 다녀왔다. 일부러 여행객들보다 현지인이 다닐만한 요가원으로 고르고 고른 곳이었다. (알고보니 여행객도 많이 온다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계단을 올라가면 요가원 로비와 리셉션 데스크가 나온다. 따로 데스크 직원 분이 계셨던 한국 요가원과 달리 수업 선생님이 리셉션에서 직접 안내를 해주신다. 호주는 인건비가 비싸서 그런가...




이곳에서의 요가는 뭐가 달랐을까?

까맣고 어두운 분위기에 수련실에 들어가면 매트마다 촛불을 연상시키는 불빛들이 켜져있었고, 나는 미리 예약해둔 매트 자리에 앉았다.


(1) 선생님의 핸즈온이 없다!

60분 간의 수업 동안 선생님은 회원들에게 단 한번의 동작교정도 해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어설프더라도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하고 있음이 보였고, 선생님도 진심을 다해 안내를 해주셨다.


핸즈온이 적은 요가 수업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몸의 컨디션이 수시로 다르고, 매일 다른 강사들의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수강생 입장에서 과도한 핸즈온이 오히려 수련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2) 한 자세에서 버티기

내가 들었던 Unified Hum 클래스는 플로우 자체가 많지가 않았다. 대신 어려운 동작에서 버티는 시간이 많아서 고급버전 인요가인가.. 잠시 생각했다.


동작의 다양성을 중요하는 한국 요가 수업처럼 많은 동작들을 통해 정신없이 움직이며 생기는 소소한 도파민(?)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대체로 시퀀스 자체가 정적이었지만 절대 쉽지 않았다. 요기 스쿼트, 툴라단다아사나 같은 자세에서 1분은 거뜬히 버텨야한다.


요기스쿼트에서 다리를 달달 떨며 1분을 버티면서 '버티고 기다리다 보면 괜찮아지는 때가 와요'라는 이효리 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화려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보다 즐겁게 버티기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더 현명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대부분의 일은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버텨낸 것 자체로 잘한 일이니!



(3) 수업 내내 울리던 사운드

허밍 퍼피의 가장 신기했던 싱잉볼 사운드. 수업시간에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듣는 듯한 'Hum'이라는 사운드가 나온다. 싱잉볼의 울림이 머리를 때리는 느낌이랄까..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사운드였지만 수련 시간 내내 외부 소음 제거를 넘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특히나 여행지에서 요가를 하게 되면 낯선 환경 탓에 잡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신기하게도 생각을 많이 줄여줬다.


한국에서 와서 찾아보니 공식 웹페이지에서 'Hum'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나, 한 달에 20불을 내고 구독을 해야한다. (이 영상 배경으로 잔잔하게 깔리는 사운드)


나 같은 사람이 많나보다..




여행지에서 요가원에 가는 건 내게 주는 큰 선물이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의 땀과 몰입, 긴장감을 여행자의 눈으로 가장 생생히 볼 수 있어서 큰 힘을 받고 돌아온다. 2025년에도 그 기분 좋은 에너지를 잘 간직하고 살아야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