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22

조지프 헬러-『캐치-22』

by 책장

요사리안은 제2차 세계대전 미 공군의 폭격수다. 캐스타드 대령의 명예와 업적을 위해 출격 횟수는 자꾸만 올라가고 제가끔의 방식으로 미쳐가는 전쟁터에서, 출격 횟수를 채웠으니 제대를 하겠다는 요사리안은 정신이 온전해서 미친 자다. 베트남전쟁으로 반전 여론이 일면서 징집을 거부하는 청년들이 요사리안이라고 적힌 명찰을 달기도 했다는데, 군복을 벗어던진 나체의 요사리안이 먼저 떠오른다. 아비뇽 상공에서 스노든의 피를 뒤집어쓰고서 죽은 동료의 피가 묻은 군복은 입지 않겠다고 맹세한 요사리안. 죽음을 애도하며 앗긴 생목숨에 얼마나 분노했을까.


그럼에도 증오는 쉬이 번진다. 베트콩의 구정 공세에 잇달아 말라이 학살이 일어났고, 마을 주민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사살되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잔혹한 학살에 정당한 이유는 없을뿐더러 참전군의 죄책감이 죄를 덜어주지도 못한다. 학살을 자인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 뿐인데, 잔악한 기억은 어디로 사라지고 마는 건지 전쟁에서는 늘 학살이 일어난다. 살육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어느 날 죽을 지도 모른다는 원초적 두려움과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이 무색하게도. 저 무고한 존재의 두려움은 미처 보지 못한 듯이.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나? 이젠 자네가 내 전투 임무를 면제시키고 날 고향으로 보낼 수 있어. 그들은 미친 사람을 죽으라고 내보내지는 않을 거야, 안 그래?”

“그럼 미치지 않았다면 누가 나가지?” -p.160


정신 이상자는 신청서만 제출하면 비행 근무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정신 이상을 증명하는 정신 이상자는 정신이 온전한 자이므로 신청서를 제출한 정신 이상자는 비행 근무를 면제받을 수 없고, 군의관의 진단이라면 근무 해제를 승인해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장병들은 전투에 투입된다. 캐치-22라는 속임수(catch)이자 함정(catch)에 담긴 딜레마들이다. 실재하지는 않지만, 권력에 선 조항이라서 누구라도 항의하는 자는 고약한 방식으로 사라지고 만다.


다만 그 고약한 악칙에서 마일로만은 제외다. 마일로는 신디케이트를 운영하는 취사장교로, 7센트에 산 달걀을 5센트에 되팔아 이익을 남길 만큼 장사 수완이 좋다. 거래만 이루어진다면 적군과 아군의 목숨을 담보하는 부도덕한 묘완에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어찌나 괘씸한지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겼으면 싶었다. 욕심에 허덕이며 마일로의 출격을 제하는 대령보다 마일로의 언죽번죽한 태도가 더 포악하게 느껴져서.


베트남전쟁에서는 상관이나 동료를 살해하는 프래깅(fragging)이 빈번했다고 한다. 출격 횟수를 늘리는 상관을 살해하고자 계획을 세우고, 천금에 동료의 죽음을 사주하는 광경과 포개지는 비극. 부연 포연에 휘덮이고 동료의 붉은 살점이 떨어지는 전쟁터의 공포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죽고 죽이는 자들로 그득한 악몽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안다. 전쟁에는 어느 누구든 전쟁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패륜이 무수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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