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사면 하락장이 시작될까?

87년생 밀레니얼 세대인 내가 부동산에 빠진 이유 13탄

by 경작인


(2015년 첫 집을 산 직후 불안해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연일 분명 내가 살 때까지만 해도 매월 신고가를 경신하는 중이었는데 내가 집 사고 나니까 갑자기 주택시장에 한파가 온대요.








집이 필요했고, 또 집에 애착을 가지고 가꾸며 살고 싶었고, 그리고 지금 사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2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단을 내려 전 재산을 몰빵해 첫 집을 샀는데 이제부터 주택시장 한파가 온대요. 갓 사회에 나온 초년생이 열심히 준비해서 창업을 했더니 코로나가 닥친 꼴이었습니다. 아니 뭐 사실 집은 팔기 전까지 수익도 손해도 실현된 것이 아니니 오르나 내리나 그게 그거긴 합니다. 사업은 내가 거기서 수익을 꾸준히 창출해내야 본전인데 집은 집값이 떨어지거나 오르거나 상관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집의 역할을 해주긴 하니까요.



그래서 실거주 1채는 언제든 사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심지어 무지 많습니다. 근데 그런 분들 믿고 전재산 몰빵 해서 실거주 1채 샀는데 집값 떨어지잖아요?



진짜 ㄱ빡칩니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갚아나가는 건 아주 커다란 독에 조롱박으로 물을 퍼서 채워나가는 일과 같은 수준인데(35년 상환이라고 가정하면 무려 420회의 조롱박질이 필요) 심지어 그 독에 밑까지 빠져있다고 생각하면....하.... 이래서 큰 결정은 누구 말을 듣고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해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 이걸 어떡한다.

진짜 너무너무 억울하다.

명색이 건설 부동산 전공에 건설회사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있는데 내가 물렸다니.

내가 지금 이런 핏덩이 같은 아이도 부모님에게 맡기고 출근해서 열심히 돈 벌고 있는데 내가 내가 내가 물렸다니!!!!



어쩌다 보니 집을 사자마자 바로 하락장을 맞게 된 저는 집을 사기 전보다 더 열심히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변동하게 될지를 찾아봤습니다. 더 큰 하락세를 맞기 전에 손절을 해야할지 아니면 존버를 해야할지 결정해야 했으니까요.



부동산업계에 종사했지만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었던 저는 결국 언론에 기대어 미래를 예측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각종 언론사에서는 마치 부동산이 하락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공포심을 조장하는 기사를 마구 양산해냈습니다. 디테일하게 뭐 때문에 하락한다는 결정적인 원인은 없었지만 어쨌든 하락세래요. 와 씨.... 이유도 모르겠는데 일단 하락이라니. 그렇다면 말 그대로 대비할 방법이 없는 거잖아요. 어차피 원인을 안다고 한들 대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근데 처음에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하락장에 대한 기사만 눈에 들어왔는데, 평정심을 가지고 자료를 찾고 기사를 읽다 보니 모든 언론에서 다 하락장이 시작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국가기관인 한국감정원 산하의 부동산연구원에서는 내년도(2016년도) 서울 집값이 하락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도 누구는 하락이다 누구는 상승이다 이렇게 의견이 극으로 갈립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공부를 했습니다. 이때 정말 집 사기 전보다 10배는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재테크나 경제 전반에 관한 책도 열심히 읽었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도 엄청나게 읽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하루 동안 네이버 카페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글을 모조리 다 읽었어요. 그리고 그중에서 인사이트가 남다른 사람들의 글은 알림 설정을 해놓거나 블로그 이웃추가를 해놓고 따로 또 글을 읽었습니다.



집을 사긴 했지만 신규 분양은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며 모델하우스를 쫓아다녔고, 혹시 당첨이 된다면 이사 갈 각오를 하고 청약도 열심히 넣었습니다(결론적으로 역시나 모두 광탈하였습니다) 또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서울의 유명한 아파트 단지들을 찾아다니며 이 집에 살면 어떨까? 를 상상했구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세도 파악하게 되었는데요. 서울 요지의 신축 대단지들은 하락은커녕 거래가 될 때마다 조금씩 가격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양가도 새로운 분양 물건이 나올 때마다 야금야금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구요. 비록 서울의 변두리에 나홀로에 구축 아파트인 우리 집은 거래 자체가 안되지만, 역세권에 세대수 많고 신축인 아파트들은 거래도 잘 되고 가격도 오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분양시장도 계속해서 활황이었구요.



역시 하락장이 아니었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락장 초입이라 못난이(변두리+나홀로+구축)는 벌써 거래가 안되거나 시세가 떨어졌지만, 이쁜이(역세권+대단지+신축)들은 조금 더 버티다가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 같은 일개 부린이가 대한민국 GDP의 2배가 넘는, 약 3,500조에 달하는 주택시장이 변곡점에 위치해있는 순간에 지금 이게 아직 대세 상승장에 위치해 있는 건지 이미 하락장에 들어선 건지를 판단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 당시에 이 헛헛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부동산 책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 관련 책도 많이 읽었었는데요. 무슨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안지만 "본질에 집중하라"라는 메시지를 읽고 어느 날 머리에 종이 울리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 상승과 하락의 본질은 무엇에 기인하지?

내가 무엇 때문에 집을 사기로 결심했었지?



1. 금리

2. 금리

3. 금리



그래 금리였어. 지금 금리가 어떻게 됐지?

그즈음 미국이 한동안 0.25에서 멈춰있던 기준금리를 0.5로 한차례 올렸고 우리나라는 아직 1.5%로 그대로였습니다. 지난 추세로 미루어 봤을 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1~2년 후부터 금리 상승기가 시작될 것이었어요. 이는 결국 현재 자산 팽창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인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지금의 하락은 그냥 잠시 주춤하는 것뿐이겠구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겠구나. 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런데.



자산 팽창기에 접어든 게 확실하다면.

앞으로 집값이 오를게 눈에 보인다면.

내가 굳이 서울 변두리에, 나홀로에, 구축 아파트 하나 갖고 실거주하며 살아가는 게 답일까?



다른 집을 사서 세를 놓고 기다리면 집 값이 올라서 이득을 보겠는데?







이전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투자욕구가 내 안에 스멀스멀 자라나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욕구는 정말 자라나는 속도가 엄청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투자를 위한 모든 준비를 착착 해내도록 했어요.



애초에 소득과 금리인상을 대비해서 최대 8억까지 집을 사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4억 7천 짜리 집을 샀으니 빚을 좀 더 내는 건 재무상태상 무리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투자에 실패한다 쳐도 나이가 젊고 장래 소득이 안정적인 편이었으니 만회할 기회도 있었구요. 또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보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남편도 이런 의견에 동조해 적극적으로 투자물건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투자금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로 했습니다. LTV를 풀로 대출받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약 1억 정도 더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아이가 어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월급이 모이는 대로 바로 투자금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결정을 해야 하나 하는 갈등이 시작됐어요. 그동안 서울 전역을 다 돌아다니며 둘러본 결과 갖고 있는 정보는 많았지만 “역세권+신축+대단지”라고 좁힌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일단 그 당시에 인기가 좋았던 동네 중에 정말 만약에라도 내가 가서 살 수 있는 동네 위주로 먼저 검토했습니다.



지금이야 무조건 강남 3구가 최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때는 희한하게도 마용성+서울 인근 신도시가 최고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마도 강남 3구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동네라고 미리 포기해버렸던 것 같아요. 이제 와서 진심으로 후회하는 일입니다. 그때 내가 강남, 아니 송파에라도 집을 샀더라면.... 지금쯤 50억대 자산가가 되었을 텐데 왜 그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옆 강남을 두고 머나먼 딴 동네를 갔을까. 그만큼 서울 전역과 경기 인근을 엄청나게 돌아다니느라 많은 시간과 체력을 쏟았기 때문에 후회가 남는 게 사실입니다.



강남 3구 못 간 후회는 접어두고 왜 마용성과 서울 인근 신도시를 1순위로 택했는지 이야기를 해볼게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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