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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May 08. 2021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고려해본 적 있나요?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순간 - 브런치 탓도 요만큼 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성인 중에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그런대로 회사를 만족하면서 다니는 편이었다. 원래 모난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일 자체도 그렇게 따분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을 하며 불합리한 일을 겪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이 판치는 세상에 내가 겪은 일들은 뭐 그냥 대수로운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때때로 수위가 높은 사건들도 있었지만 항상 그렇듯 그 순간만 넘기면 과거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미화가 되더라)



그런데.

AI에서 출발한 나의 엉뚱한 생각은 책과 블로그를 거쳐 글쓰기에 이르러 갈 곳을 잃은 상태가 되었다.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은 어느 순간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다. 매일 어떤 글을 쓸지 고민했다. 생각한대로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대로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느낌이 좋았다. 그게 처음에는 블로그에 쓰는 독후감이었지만 점점 정보성 설명글이 되었다가, 에세이도 되었다가, 소설이 되기도 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나는 전형적인 이과에 공대 출신이라, 글쓰기 라는건 내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아니었다. 학교다니면서 가장 글을 많이 써본건 대학 때 과제 제출을 위한 것이었고 회사 다니면서도 주로 한두장짜리 보고서나 써봤지 대놓고 글쓰기라 할만한 건 해본적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내가 '글쓰기'라는 활동에 대해 딱히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면서 순간순간 든 생각과 기억해두고 싶었던 일들을 메모해뒀다가 글로 풀어서 기록하는 일은 생각외로 나를 설레게 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마저 시끄럽게 느껴지는 새벽, 세상에 나와 냉장고만이 존재하는 느낌을 받으며 조용히 써내려가는 게 좋았다. 특히나 눈 감았다 뜨면 코 색깔이 바뀌어있는 격동의 2020년대를 보내며 내가 겪은 일들과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 생각들을 기록해두는 것은 훗날 돌아봤을 때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많은 세월을 그렇게 흘려보내버리고 "그땐 무슨 생각으로 그랬나 몰라" 라는 말로 수식하는 시절이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함에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만 기록하고 싶었고 그렇게 나는 이곳 저곳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글이야 혼자서도 쓸 수 있었지만 기왕이면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내 글을 써내려갈 수 있는 블로그, 인스타 등을 거쳐 작가신청을 통해서만 글을 써내려갈 수 있는 브런치까지 오게되었고, 그 결과 이렇게 새벽시간을 글쓰기와 함께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면 뿌듯함이 하늘을 찔렀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거나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들을때면 진심으로 기뻤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였듯, 그렇게 나는 팔딱팔딱 춤을 추며 한참을 글을 썼다. 글쓰기를 시작한지 약 9개월 정도 되었는데 벌써 글이 잘 안써지거나 아무 글을 쓰고 싶지 않은 시절도 겪었다. 전업 작가도 아닌데 글쓰기 슬럼프가 오다니, 웃겼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그만큼 글쓰기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고, 잘 해내고 싶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때면 다른 사람들의 글을 가볍게 읽으며 기분을 전환하기도 하고, 깊게 뜯어 읽어보며 어떤 글쓰기가 나의 마음을 사로 잡는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특히나 브런치에는 글 자체를 잘 쓰는 작가들도 있었지만, 정말 회사에 출근하듯 꾸준한 모습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아 또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역시 본업을 가지면서 따로 시간을 내 좋아하는 일을 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굳이 업의 개수로 나누자면 쓰리잡 직장인이라 정말정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인투식스로 출근하는 회사원이자,

미취학 아들 둘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해 주고 사회생활 또한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는 엄마이자,

개미만한 월급 그 이상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분투하는 투자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하며 문득 든 생각, 사소한 일이지만 의미있는 일을 겪었을 때 "아 이건 남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글로써 세상 빛을 보는 것들은 열 개 중 하나 될까말까 한다. 내 작가의 서랍에는 임시저장글이 항상 있다. 도입부만, 또는 절반정도만 작성된 상태로 언젠가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을 기다리는 미완의 글조각들이 넘쳐난다.



하나의 글이라도 마무리 짓고 다음 글을 쓰면 좋을텐데 그렇게 집중하기에는 항상 시간이 부족한게 탈이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다가도 아직 자다가 엄마를 찾는 아이들 통에 다시 이불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출근준비라는 데드라인이 있는 것도 항상 아쉽다. 한창 글빨 받아서 잘 써내려가고 있는데 출근할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닫기가 정말 어려워서 한 문장만 더, 또는 1분만 더 하다가 출근을 위해 달리기를 해야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렇게 끊어낸 글감은 그때의 그 감정을 되살려 출근 길 지하철에서 마저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머릿속이 까맣게 지워지고 만다. 이럴 땐 정말이지 회사고 뭐고 다 필요없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시간을 열어두고 글쓰기에 몰입한다고 해서 글이 잘 써지는 건 아닐테지만 적어도 다른 일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생계를 책임져줄 수 없는 활동을 하기 위해 생계를 책임지는 일을 관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꼭 생계 뿐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사회적 지위와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직장생활을 관두고 나만의 글쓰기 동굴에 들어간다는 건 엄청난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직장생활과 취미생활, 특히 글쓰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병행할 수 있으니 둘 다 포기하지 말라고 독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안다. 오히려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이 적어져 집중도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경험치가 줄어들 것이므로 기록하고 싶은 글감 자체도 확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방해받지 않고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싶다. 아니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워낙에 수익화를 위해 하고 싶어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회사를 관두더라도 결국 글쓰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쩌면 아예 글쓰기로 먹고 살 길을 개척해나갈 수도 있다. 



그러니까 한번만 해보면 안될까? 전업작가는 아니지만 내가 좋다는데, 그냥 눈 딱감고 한번만 해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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