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된 구축아파트를 사야할까?

87년생 밀레니얼 세대인 내가 부동산에 빠진 이유 4탄

by 경작인


우리나라에서 집을 사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기존주택 매매

2. 신규주택 분양(청약)

3. 경매 / 공매


이게 다 입니다.

일단 신규주택 분양(청약)은 안된다는걸 이미 깨달았으니 제끼고

경매와 공매라는 특수한 방식이 있는데 이건 저희집의 아픈 과거(간단히 말씀드리면 결혼하던 해 주말부부 하느라 얻었던 남편의 지방 전세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날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린 나이에 별별 일을 다 겪었네요.) 때문에 쳐다도 보기 싫었습니다.


그렇다면 남는건 하나, 기존주택(구축아파트) 매매 뿐입니다.



그렇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2015년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상승세였으나, 2010~2014년 침체 기조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되어 아직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깐 오르다 말겠지, 집값은 다 거품이야, 라는 인식이 박혀있던 때 였고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4~5년간 하향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집값은 비쌌고 매일 야근하고 술먹으며 힘들게 번 돈을 올인해서 집을 샀는데 그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펐습니다.



더군다나 신규 분양 주택들이 기존 주택과 비슷한 가격에 공급되는데 구축아파트를 그 값 주고 사는게 너무 배가 아팠습니다. 신규 분양 주택은 기존 주택보다 평면도 잘 나왔고, 복도식 아파트에 비해 넓었으며, 수납공간(붙박이장, 팬트리 등)도 충분한데다가, 지하주차장에 엘리베이터도 다 연결되어 있고, 심지어 주민 커뮤니티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빠지는 게 없잖아요.



그치만 이제 기로에 섰습니다.


선택상자.png 내 머릿속 선택의 매트릭스



그렇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그렇게 폭풍처럼 전세집을 보던 주말이 지나가고 평화로운 주중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이도 아직 50일 정도밖에 안되서 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2~3시간만에 깨서 우유달라 기저귀 갈아달라 하기 때문에 저는 편히 잠을 자거나 밖에 나갈 수도 없었어요. 한마디로 지금 집을 사도될까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붙잡고 서칭을 하기 딱 좋은 여건이었죠.



나름 부동산개발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부동산에 대해,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집값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집 사는 일이 되고 보니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았습니다. 공급자사이드에서 개발업 일을 했다 뿐이지 정작 중요한 수요추정이나 가격책정은 누군가 정해주는대로 (위에서, 정부에서) 해왔던 것이에요. 이 때 그동안의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도 정말 컸습니다. 야근도 밥먹듯이 하고 밤마다 고객사와 술영업도 그렇게 해댔는데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니. (그렇지만 지금도 업계사람 마인드와 투자자 마인드는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쉽게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죠)



처음엔 "서울 집값 어떻게 될까요?" 이런 단순한 질문부터 검색창에 치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원초적인 질문을 해놨더라구요. 블로그, 카페, 뉴스기사 등등 정말 정성들여 다 읽어봤습니다. 그렇게 몇번의 검색을 거치다보니 많은 글들이 동일한 네이버 카페에서 검색되어 나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붇**의 부동산스터디 카페였습니다.(이하 붇카페, 현재는 카페 이름이 변경됨)



붇카페에 가입하고 나서 한 3일동안 아침에 눈뜨자마자 밤에 잠들기 전까지, 밥먹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끼고 살았습니다. 부동산 가격 예측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분석글이 있었고 최근 글 뿐만 아니라 과거 글까지 샅샅이 뒤져서 읽었습니다. 지역분석에 대한 글도 있었고 앞으로의 개발호재에 대한 글도 있었고 읽을거리가 정말 무궁무진했습니다. 업계사람인 저도 모르는 개발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차고 넘쳤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왔고 잠도 잘 못자가면서 심취해 자료를 뒤지다보니 정리가 안됐습니다. 그와중에도 뭔가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바로 자료의 신뢰성이었습니다. 지금은 붇카페 뿐만 아니라 많은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상당히 자료가 객관화되어있고 분석도 신뢰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 당시만 해도 신문기사 몇개를 짜깁기해서 쓴 글도 많았고 출처가 불분명한 글(일명 뇌피셜,지인피셜)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raw data를 찾아 분석을 해보기로 합니다.



통계청, KB부동산통계 등을 뒤져 집값과 전세값에 대한 신뢰할만한 자료를 찾았습니다. 바로 전세지수와 매매지수에 대한 자료였는데요. KB부동산의 매매/전세지수 자료는 어떤 시점(06.01.01일자 기준이었다가 최근 17.01.01일자 기준으로 변경됨)의 가격을 100이라고 봤을 때 현재의 가격이 어느정도인지 알려주는 통계입니다. 아니, 그냥 때때마다 집값 평균 얼마인지 통계를 내놓으면 될텐데 왜이렇게 복잡하게 100 기준으로 비율만 알려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통계를 만들고 가공하는 집단의 깊은 뜻이 있겠지요. 어쨌든 가격의 전체적인 추이를 파악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자료인 것 같아 이 자료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매매지수-전세지수.png 파란색선 매매지수, 주황색선 전세지수 (출처 통계누리)



통계자료가 작성된 2003년 이후로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그래프가 나왔습니다. 특히나 전세지수 그래프는 등락도 거의 없이 꾸준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걸 보면 아, 전세 월세는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매매지수는 한번 크게 요동쳤는데 그게 바로 제가 결혼하기 직전이었던 2008~2013년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시기의 공포를 잊지 못해 집 사기를 꺼려하는구나 하는걸 다시한번 확인할 수가 있었지요. 그렇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2004~2008년 하락기가 있기 전까지의 상승률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년동안 지수상으로 약 1.5배가 오른거에요.


저 때 도대체 무슨 이벤트가 있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는게 없었습니다. IMF는 90년대후반이고 리먼사태는 2008년도인데, 저 때 뭔 일이 있어서 집값이 저렇게 많이 올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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