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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Jul 27. 2022

지구가 아프다는데 지금 고기가 넘어가냐

고기 없는 월요일 그 다음날



네 넘어갑니다.

속상하게도 너무나 술술 잘 넘어가요.



내가 먹는 고기가 지구를 아프게 하는 이유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어느 날 깨닫고 갑자기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보내고 과연 나는 그 다음날 무엇을 먹었을까.



당연하겠지만 고기를 먹었다.

그렇지만 평소보다 덜 먹었다.



일단, 아침은 어제와 같이 간단히 고구마와 토마토를 먹었다. 아이들은 이틀 연속 같은 메뉴를 식상해해서 잡곡식빵에 계란물을 입혀 프렌치토스트를 곁들여줬더니 그걸 주로 먹었다.



아침나절 아이가 운동 간 사이에 점심상을 준비했는데 어제보다는 조금 더 미리 생각하고 식재료도 준비해둔 터라 쉽게 조리를 시작했다. 일단 미리 불려둔 미역과 냉동실을 털어 얻어낸 냉동굴을 가지고 굴미역국을 끓였다. 굴도 양식한 물고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산물은 왠지 육고기보다는 환경을 덜 해칠 것 같아. 헤헤. 어제 고기 없이 요리한다며 절밥처럼 만들었다가 헛헛함만 키웠던 경험을 살려 오늘 미역국을 끓이면서는 특별히 들기름을 팍팍 쳐서 미역을 볶았다. 기름이 풍부하게 들어가면 헛헛함이 좀 줄겠지.



그다음으로는 나물을 한 가지 했다. 요리도 쉽고 값도 싼데 식감도 좋은 숙주나물. 맛있게 무치는 방법은 마지막에 참치액젓을 약간 넣으면 된다. 역시 완벽하게 채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내 영혼을 위해 조금만... 헤헤.



그러고서는 고기 요리를 하나 했다. 닭고기 계란 장조림. 평소 같았으면 그냥 고기로만 장조림을 했을 테지만 오늘은 닭고기+삶은 계란+청경채를 넣어 고기 요리인 듯 아닌 듯하게 했다. 냄비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청경채를 많이 넣었는데 다 된 요리에선 다 숨이 죽어 청경채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런 밀도 낮은 채소 같으니라고.



그렇게 완성된 점심밥.



요라 블로거는 아니라서…222



아들 만족도 100%

내 만족도 100%

성공적이었다.



저녁에는 감자를 얇게 슬라이스 해서 썰어 약간의 부침가루 물을 입힌 뒤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튀겨내듯 부쳤다. 며칠 전 엄마가 남이 해준 밥이 맛있는 거라며 날 생경함에 빠뜨렸던 바로 그 요리. 엄마가 틀렸다. 그냥 식용유 콸콸 부어서 튀기듯 부치면 맛있는 거였네. 물론 엄마가 한 것만큼 맛있진 않았지만.



진짜 요리 블로거 아닌데 자꾸 요리 사진 올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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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 먹은 반찬을 세 개나 재탕해먹기는 좀 그래서 간단하게 양배추를 채쳐서 샐러드를 해줬다.




아무렇게나 찍은 요리 사진 진짜 마지막



저녁 식사 결과, 역시 성공적.



고기 없이 보낸 하루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고기를 먹은 것 같다. 닭고기 계란 청경채 장조림에 든 약간의 닭고기가 오늘 먹은 고기의 전부였으니까. 평소 같았으면 아예 고기만 구워서 메인 요리로 먹었을 텐데. 채소 반찬도 어떻게 요리하냐에 따라 헛헛함 없이 먹을 수 있는지 조금 요령이 생겼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보내면서 나는 스스로 자각을 못했는데 남편이 옆에서 지켜보다 슬쩍 말해줬다. 내가 계속해서 고기를 안 먹어서, 고기를 안 먹었더니, 식사에 고기가 빠져서 등등 고기가 없음을 하루 종일 너무 강조하더란다. 사실 고기 안 먹고도 잘 살 수 있는데. 그동안 요리에 너무 진심이 1도 없어서 그냥 대충 구워서 소금 후추만 뿌려도 평균 이상 가는 고기 요리만 해 먹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내가 너무 대충 먹었었나.



조금만 신경 쓰면 지구의 수명을 늘릴  있다는데  참에 먹을거리에  관심을 쏟아봐야겠다. 요리는 나름 창작활동이기도 해서 하고 나면 뿌듯함도 가져다주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뭘 해 먹지. 이런게 창작의 고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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