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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들셋아빠 May 12. 2022

생생한 정관수술 후기

예상치 못하게 셋째까지 낳고 난 후에, 이제는 정관수술을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 저런 일로 바쁘기도 하고, 막상 하려니 무섭기도 해서 이래저래 시간만 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임신 테스터기를 사 오라는 와이프 말에 화들짝 놀란 후,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 예약을 했다. 참고로 넷째가 생기지는 않았다.


병원은 판교역 바로 앞에 있는 그랜드 비뇨기과로 예약을 했다. 특별히 후기를 알아본 것은 아니었고, 회사 가까운 곳에 전화예약이 되길래 바로 예약을 잡았다. 며칠이 지나고 결전의 날, 오후 반차를 쓰고 병원으로 향했다. 전화로 물어보니 수술 후에 바로 운전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차를 가지고 갔다. 병원에 도착을 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골목이 좁기도 한데 양쪽으로 주차된 차들도 많아 길이 너무 좁고 복잡했다. 더구나, 주차장 입구에는 이미 차 몇 대가 엉켜 있었다. 주차하기 참으로 힘들구나 싶었지만, 다행히 그날 이후로 몇 번 더 병원을 방문했을 때에는 주차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주차를 겨우 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병원으로 올라갔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병원은 여유로웠고, 금방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원장 선생님이 정관수술에 대해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고환에 구멍을 살짝 뚫어서 그 구멍으로 정관을 자르고 잘라진 정관의 양쪽을 고무줄 같은 걸로 묶는다고 했다. 그럼 생성된 정자가 정관을 통과하지 못해서 정액에 섞일 수 없게 되고 완벽한 피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액이 곧 정자라는 생각했던 나는 정액은 그저 정자를 운반하는 셔틀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다. 정관이 막혀서 정액으로 가지 못한 정자들은 혈액으로 다시 흡수된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 전에 이미 정액에 탑승하고 있는 정자들이 있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한동안은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그리고 2주 동안 무거운 것을 절대 들면 안 됩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애가 셋인데... 애기 안는 것도 안 되나요?"


"아..."


원장님은 잠시 고민을 하시더니, 아기를 높이 들어 올리거나 하지는 말고 가볍게 안는 정도는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


설명을 다 듣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하의를 내리고 침대에 누워, 커다란 수술용 조명을 바라보고 있자니 무언가 두려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많이 아픈가요?"


"마취할 때만 아프고, 그다음에는 하나도 안 아파요. 다들 수술용 테이프 때는 게 더 아프다고 하시더라고요"


남자 간호사 분이 면도기로 수술 부위의 털을 제모해 주시고, 테이프를 여기저기 붙여서 고정을 시켜 놓아 주셨다. 그리고 준비가 다 되었는지, 원장 선생님을 부르셨다.


원장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이 시작되었다.


"마취 주사를 양쪽 정관에 한 번씩 놓을 텐데, 사랑니 뺄 때 놓는 마취주사 정도로 아프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 마취주사를 맞는데, 정말 딱 사랑니 마취주사 정도의 통증이었다. 그리고는 그다음부터는 별다른 느낌 없이 수술이 진행되었다. 왼쪽 정관은 10분 정도만에 마무리되었는데, 문제는 오른쪽 정관이 뒤쪽으로 숨어 있어서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되었고, 잘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다음날에 한번 더 방문해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해야 된다고 했다. 보통은 다음날에 병원에 다시 올 필요 없이, 수술 부위에 붙어 테이프들과 거즈를 제거하고 항생제 연고를 바르면 된다고 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어기적어기적 집으로 돌아왔다. 특별히 통증이 있다기보다는 수술부위 주변에 붙여놓은 테이프들이 불편하기도 했고, 잘못 움직이면 수술부위가 잘못될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되는 것도 있었다.


다음날 병원에 다시 가서 테이프를 제거하고 나니 한결 움직이는 게 편해졌다. 정관이 뒤쪽에 숨어 있어서 수술 시간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수술 중에나 후에도 별다른 통증이 없이 잘 지나가서 다행이었다. 이제 3개월 후에 다시 병원에 가서 확실히 불임이 되었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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