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나는 혼자 놀기를 좋아한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밖에서 사람들과 놀면 기가 빨린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에겐 충전 시간과 다름없다. 혼자 집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혼자 밖에서 쇼핑을 하기도 하며 혼자 밥을 먹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나의 자발적인 일이기에 더없이 행복하고 재밌다.
그렇게 혼자 놀기가 무료해져 갈 때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한다.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은 나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건 의미 있다. 혼자 쇼핑을 하며 내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혼자 밥을 먹으면 누군가와 메뉴 의견 충돌이 전혀 없어서 좋다. 내가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바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에서 편안하게 누워 좋아하는 드라마를 마음껏 보기도 한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서 답답할 때는 오일파스텔을 들고 그림을 그린다. 기분이 꿀꿀하거나 어떤 고민거리로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는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고는 한다. 나에게 그 무언가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눈 앞의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머릿속의 잡생각이 사라지고, 안 좋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다.
이렇게 혼자 있는 걸 즐기고 좋아하는 나조차도 하기 싫은 '혼자'가 있다. 그건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이다. 밖에서는 혼자 잘도 먹으면서 집에서 먹는 건 좀 많이 쓸쓸하다. 내가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 분명 가족들이 있는데도 집에서 혼자 식탁에 앉아 음식을 섭취하는 일은 여간 쓸쓸한 일이 아니다. 가족들이 모두 집에 없을 때도 있지만 집에 다 같이 있는데도 혼자 먹는 경우도 쓸쓸하긴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야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신나서 과자도 뜯어먹고 티브이도 봤다.
내가 혼자 먹는 걸 싫어하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까지 일을 하시게 되면서 우리 가족은 맞벌이 가족이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가 일하셨다. 언니는 대학생이었는데, 2시간 거리의 학교를 통학하는 것은 무리여서 항상 자취를 했다.
결국 고등학생 때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불 꺼진 거실과 적막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한 번도 외로움을 타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이었다 그런 기분은.
"꿀꺽"
너무 조용해서 내 침 삼키는 소리도 크게 들렸다. 우리 집은 누군가가 항상 집에 있었다. 이제는 집에 오면 날 반겨주는 이 하나 없게 되었다.
외로운 저녁의 연속이었다.
그 무렵, 저녁에 집에 가면 쓸쓸함과 외로움에 휩싸였다. 배고파도 무언갈 해 먹고 싶지도, 사 먹고 싶지도 않았다. 요리라는 걸 할 줄 모르는 고등학생의 나는 저녁을 사가기도 했다. 하루는 밥을 사 와서 집에서 혼자 먹어봤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아, 같은 음식인데도 누구랑 먹느냐에 따라 이렇게 맛이 달라지다니.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었고, 나는 어떻게 해서든 혼자 밥을 먹지 않으려 애썼다.
그때부터 바라는 게 한 가지 생겼다. 나중에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마주 보며 밥 먹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서 결혼은 꼭 하고 싶었다. 친구들이 들으면 "결혼을 밥 먹으려고 하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단순히 밥 메이트를 구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웃으면서 함께 먹는 저녁밥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미래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자와 함께 맞는 저녁노을과 저녁밥. 그거 하나면 된다. 그것으로도 내 행복은 충분하다. 그렇기에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그리워한다.
가족들은 이런 내 속사정을 모른다.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를 것이다. 티 내고 싶지 않았다.
대부분 혼자 먹는 저녁은 부모님의 일 때문이었다. 티 내면 분명 미안해하셨겠지?
그래서 나는 고등학생 때 석식 먹는 것을 택했다. 석식을 먹는 것만으론 부족해서 결국 매일 야자까지 했다. 불 꺼져 있는 집을 마주하기 싫어서, 그 고요함과 적막이 싫어서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다가 집으로 가곤 했다.
선생님들에겐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그 내면엔 외로움을 못 견디는 아이가 있었다.
지금은 적막과 쓸쓸함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혼자 집에서 밥 먹기란 외로운 일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맛 없어지는 마법을 누가 부리나 보다.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연어 덮밥과 스파게티를 먹어도 맛있지도, 기쁘지도 않다. 그럼에도 허기를 달래고자 밥을 꾸역꾸역 먹는다.
인생은 외로운 나날의 연속이다. 가족이 있다고, 배우자나 애인, 친밀한 친구가 있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어디 밥만 혼자 먹으랴.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을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또 내 인생의 모든 시련을 누군가가 함께 해주지도 않는다. 함께 걸어갈 수는 있어도 대신해줄 수도, 대신 겪어줄 수도 없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가도 결국은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임을 깨닫곤 한다.
가끔은 미치도록 외로워서 누군가의 소맷자락을 붙잡고 엉엉 울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혼자 삼키고 달래는 연습을 한다. 내 감정을 추스르고, 혼자에 익숙해지는 일. 힘들지만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이것도 하다 보면 아무렇지 않은 날이 오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혼자 밥을 먹는다.